[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최근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트레이드’다. 각 팀도 예년보다 공격적으로 선수를 교환한다. LG와 삼성을 제외한 8개 팀이 최소 1건의 트레이드를 성사했다. 가장 활발한 팀은 넥센이다. 올해만 4건을 성사시켰다. NC, SK, kt, KIA를 상대로 각기 다른 카드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젊은 투수였다.
처음에는 말이 많았다. 발표 당시만 해도 내놓은 카드는 넥센이 손해인 것처럼 보였다. 주축 선수가 떠났다 꾸준히 기회를 줬던 유망주도 나갔다. 그러나 시선이 달라졌다. 넥센에게는 ‘뭔가’가 있다는 걸 경험했다. 박병호, 신재영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단기성과에 급급하지 않는다. 체계적으로 미래를 설계한다. 넥센은 훗날을 기약하고 있다.
성공 사례가 있으니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마냥 미래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벌써 톡톡 튀는 유망 투수가 있다. 김성민은 혜성 같이 등장해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찼다. 그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넥센도 김성민의 영입 성공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트레이드에 임했다. 자신들이 걷는 길이 결코 틀리지 않다는 걸 확신했다. 3개월의 짧은 시간, 많은 것이 변했다. 김성민의 야구인생 또한 변했다.
↑ 김성민은 올해 넥센이 트레이드로 영입한 6명의 투수 중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인생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김성민도 넥센과 인연이 닿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김성민은 대구 출신이다. 그에게 친숙한 KBO리그 팀은 삼성이다. 넥센은 삼성이 상대하는 팀 중 하나일 뿐이었다. 10대의 김성민에게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 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애착이 가는 팀이다. 넥센의 유니폼을 입게 돼 ‘정말 다행이다’라고 생각한다. 넥센 트레이드는 그의 짧지만 다사다난 야구인생 중 가장 잘 된 일 중 하나다.
그래서 인생은 참 신기하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김성민은 SK에서 성공을 꿈꿨다. 1년도 안 돼 트레이드를 통보 받았을 때는 당혹스럽기도 했다. 짜증이 나기도 했다.
“(넥센으로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서)어안이 벙벙했다. 트레이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SK에서)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일까. 자괴감도 들었다. 2군에 있었으나 4월 29일 삼성전(1⅓이닝 4실점) 이전까지는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1홀드 ERA 3.48)고 여겼다. 그 1경기 때문인 건가 싶었다. SK는 내게 먼 길을 돈 끝에 첫 팀이었다.”
그러나 넥센은 김성민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SK와는 색깔도 달랐다. 그때는 몰랐지만 김성민과도 잘 맞았다.
“막상 넥센에 합류하니 생각이 바뀌었다. 넥센은 SK보다 더 젊은 팀이다. 분위기가 상당히 밝다. 소통도 잘 된다. 특정 선수끼리 뭉치는 것이 아니라 선후배 할 것 없이 한데 모여든다. 잘 어우러지는 게 넥센의 장점 같다. 적응을 하니 (내게는)SK보다 넥센이 더 좋다는 느낌이 들더라.”
김성민은 2017 신인 2차 1라운드 6순위로 SK의 지명을 받았다. 7순위 지명권을 가진 팀은 넥센이었다. 넥센은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한 내야수 김혜성을 뽑았다. 만약 SK가 김성민을 호명하지 않았다면, 넥센과 인연은 좀 더 빨라졌을까.
김성민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 웃었다. “과연 (넥센이)뽑았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그때 SK가 (6순위 지명을 하지 않았다면)지명순위가 한참 더 밀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냥 어느 팀의 지명을 받았겠지. 사실 그 당시에는 어느 팀에도 못 갈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 김성민은 후반기 3경기 1승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고 있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넥센은 기회의 땅이다.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새 얼굴이 발굴된다. 다른 팀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준다.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 사이에서도 그 ‘특징’이 잘 알려져 있다. 김성민도 트레이드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형들이 ‘좀 더 많은 기회를 얻지 않겠느냐. 그러니 다른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하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고 조언했다.”
기회는 주어졌다. 트레이드 후 열흘 만에 등판했다. 프로 데뷔 첫 선발투수였다. 김성민은 5월 28일 고척 삼성전에서 4이닝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준수했다. 그리고 일회성이 아니었다.
2군에서 꽤 오래 있을 줄 알았던 김성민에게 기회는 계속 주어졌다. 공교롭게 6월 한현희, 조상우의 이탈로 선발진 공백이 생겼다. 그 가운데 놓치지 않은 김성민이었다. 7월 2일 수원 kt전에서 첫 승을 거뒀다. 비의 행운까지 따랐다.
시련이 없지 않았다. 7월 8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아웃카운트 1개를 못 잡고 강판했다. 하루 뒤에는 아웃카운트 1개를 잡기 위해 8회 구원 등판했다가 만루 위기까지 몰렸다. 러프를 삼진으로 잡으며 한숨을 돌렸다.
이상하게 대구에서는 꼬였다. 대구 3경기 평균자책점이 48.60(1⅔이닝 9실점)이다. 김성민도 유난히 부진한 이유를 모른다. “매번 안 좋은데 원인을 모르겠다. 고향이라서 더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이 강했기 때문일까. 컨디션이 딱히 나빴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이 어려웠다. 미칠 정도였다. 내 실력이 거기까지인가 싶었다.”
그러나 오히려 답을 찾았다. “경기를 되돌아보니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내가 공을 못 던졌다. 타자가 치기 쉬운 코스로 공을 던졌다. 그 이후 제구를 더욱 생각했다. 제구. 제구. 제구.”
반등의 계기가 됐다. 김성민은 후반기 들어 180도 달라졌다.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했다. 헥터(KIA), 피어밴드(kt), 우규민(삼성)과 맞대결을 펼치면서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를 치를수록 안정됐다. 경기당 평균 볼넷(5.70→2.50)이 줄었고 피안타율(0.291→0.227)도 낮아졌다.
“구속을 늘리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시즌 중에는 어렵다. 밸런스가 무너져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밸런스 비중을 두면서 제구에 집중했다. 제구가 되니까 내가 유리한 볼카운트로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물론, 잘 치는 타자는 어떠한 볼카운트에도 잘 친다. 난 운까지 따랐다. ‘안타다’라고 생각했는데, 야수 정면으로 가더라. 야수의 수비 덕을 많이 봤다.”
장정석 감독은 와르르 무너졌으나 김성민에게 좀 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무한정 기회를 줄 수 없다. 7월 18일 고척 KIA전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었다. 또 부진했다면 그가 현재 있는 무대는 2군일지 모른다.
‘더 잘 해야 해’라는 부담을 떨쳤다. 다시 2군으로 내려가자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웠다. 그저 한 타자씩 집중해 막자던 김성민은 기막힌 반전을 이뤄냈다. 그리고 스스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제 김성민은 넥센의 4선발이다. 4일 사직 롯데전에도 선발 등판한다. 로테이션을 꾸준하게 지키고 있다. “박승민 코치님, 마정길 코치님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당당하게 공을 던지라고 하셨다. 계속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제는 마운드 위에서 조금 여유가 생겼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돌이켜보니 상대를 피하지 않았을 때 결과가 늘 좋았다.”
↑ 넥센은 젊은 투수왕국을 설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성민이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넥센은 편견을 깼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KBO리그에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2013년부터 포스트시즌에 꾸준히 나가고 있다. ‘올해는 힘들 것이다’라는 전망이 반복되나 번번이 보기 좋게 깨트리고 있다. 3일 현재 넥센은 5위에 올라있다.
넥센은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가을야구만 경험하는 게 넥센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야망이 있는 팀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팀을 단계별로 강화시키고 있다. 올해 실시한 4건의 트레이드도 가까운 미래의 우승을 위한 밑바탕이다.
‘영 파워’ 넥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그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 김성민이다. 넥센의 전략이 틀리지 않다는 걸 입증했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부정적인 반응을 잘 알고 있다. 그때 카드만 비교하면 내가 낮은 게 사실 아닌가. 그래도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보여줌으로써 나에 대한 믿음이 달라졌다. 응원도 많이 해주시는데 감사할 따름이다.”
김성민 또한 미래의 투수왕국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젊은 선수가 많지만 실력까지 어린 것은 아니다. 1군에 있을 정도면 그만큼 능력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넥센의 미래가 밝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평균 연령이 젊지만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다. 훗날 각자 경험까지 더해진다면 훨씬 강한 팀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 나도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면 좋겠다.”
넥센은 김성민을 비롯해 트레이드 영입한 투수들이 앞으로 KBO리그를 대표할 투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가 아닌 미래의 일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른다. 가능성은 열려있다.
“아직 한참 모자란 실력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 잠재력을 자평한다면, 그래도 해보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편이다. 내가 좀 낙천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웃음)”
김성민은 후반기 성적에 대해 80% 정도 만족한다고 했다. 채워야 할 부분이 20%다. 멀리 내다보면, 채워야 할 부분은 더 많을 것이다. 더 잘 하고 싶고 더 해내고 싶은 김성민이다.
“1군에서 꾸준하게 기회를 받는 투수가 되고 싶다. 매일 잘 할 수는 없지만 꾸준함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구속도 더 빨라야 한다. 150km를 던지고 싶다. 투수라면 강속구에 대한 로망이 있지 않은가. 빠르고 정교한 공을 던지는 게 목표다. 현재 딱히 세운 기록 목표는 없다.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시기다. 지금은 욕심을 내지 않으려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
김성민
1994년 4월 26일생
181cm 90kg
대구옥산초-경복중-대구상원고-일본경제대-SK-넥센
2017년 SK 2차 1라운드 6순위
2017년 넥센 트레이드(김택형↔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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