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국민타자’ 이승엽(40·삼성)은 비단 삼성만의 국민타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역사,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결코 아깝지 않은 선수, 실력과 성품을 갖춘 프로야구의 보물 등 이승엽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프로야구 팬이라면 모두가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기 충분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런 현재 진행 형 전설 이승엽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한다. 그리고 이제 작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아니, 이미 와있다. 당장 11일부터 이승엽의 마지막 모습이라 불리어지는 장면이 펼쳐질 예정이다. 시즌은 아직 남았지만 이승엽이 (선수로서) 다시 오지 않을 원정 경기가 속속 예정됐기 때문. 10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대전 한화전이 그 시작이다. 우천순연과 포스트시즌 등 희미한 변수가 있지 않는 한 이승엽은 11일을 마지막으로 대전구장서 선수로 더 이상 뛰지 않는다. 이름 하여 ‘은퇴투어’다. 국내 프로야구계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데 이승엽이 그 시작을 알리게 됐다. 9개 구단들 모두 약간의 긴장 속 기본 이상의 예우는 하겠다는 의지들을 엿보였다.
이승엽은 대전을 시작으로 라이온즈 파크에서까지 이뤄질 이러한 은퇴투어 즉 마지막 경기들을 펼치며 어떤 것을 기억하게 될까. 이승엽의 은퇴투어가 열릴 경기장별 의미 있던 장면들을 모아봤다.
↑ 이승엽(사진)의 은퇴투어가 시작됐다. 11일 대전을 시작으로 시즌 종료 때까지 전국 각지에서 이승엽의 마지막이 추억될 예정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이승엽의 첫 은퇴투어 현장이 될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첫 은퇴투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갖게 될 전망. 야구히어로의 마지막 선수로서 모습과 이를 지켜보던 한화 팬들의 반응 모든 것이 역사로 기록되고 후대에 남겨질 예정이다. 물론 이승엽은 대전구장에서의 추억도 많다. 과거 그렇게 약세를 보였던 레전드 좌완 구대성에게 홈런을 친 유일한 경기장이기도 하며 당장 지난 5월21일 경기에서는 송창식으로부터 KBO리그 개인통산 450홈런이라는 기념비적 아치를 그려내기도 했다. 6월11일에는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공식경기 1호 홈런의 영광, 수원
오는 8월17~18일 이승엽의 두 번째 은퇴투어가 열릴 장소는 막내구단 kt의 홈인 수원 위즈파크다. 3년차 신생구단인 위즈파크서 이승엽의 선수기록도 물론 3시즌뿐이 안 된다. 별 기록이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이승엽은 이 곳 위즈파크의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장 첫 홈런 주인공이기도 했다. 2015년 3월31일 kt와의 수원 원정길서 3회초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한 이승엽은 상대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을 상대로 호쾌한 아치를 그려낸 바 있다.
▲최신경기장에도 녹아있는 발자취, 고척돔
8월22일부터 23일에는 이승엽이 고척 스카이돔서 세 번째 은퇴투어를 치른다. 개장 2년째인 고척돔. 이승엽은 이곳서 지난 7월29일 상대투수 김성민을 상대로 2루타를 때려내며 대망의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4000루타 대기록을 세웠다. 더 앞서 5월10일 LG전에서 양준혁(은퇴)의 통산 최다 루타(3879) 기록을 갈아 치운지 80일 후 일이다.
↑ 이승엽은 올 시즌에도 450홈런 등 무수히도 많은 기록을 새롭게 써냈다. 사진=MK스포츠 DB |
8월31일과 9월1일에 이승엽은 인천 문학으로 향한다. 이승엽에게 딱 맞는 타자친화적 경기장인 만큼 홈런과 관련된 기록이 많다. 우선 지난 2013년 6월20일 개인통산 352홈런을 날리며 종전 양준혁(은퇴·351홈런)의 기록을 경신한 기억이 있다. 이어 지난 2014년 6월17일에는 데뷔 이래 최초로 한 경기서 3연타석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당시 채병용을 상대로 2개, 전유수를 상대로 1개 기록했다.
▲첫 타석, 첫 안타…잠실구장
인천에 이어 곧바로 9월2일과 3일 잠실구장으로 장소를 옮긴 이승엽은 또 한 번의 은퇴투어를 가진다. 잠실구장은 두 구단이 홈으로 쓰는 구장 특성상 이승엽도 자연스럽게 홈 외에 많은 경기를 뛴 곳이다. 더불어 두산과 LG, 모두를 상대로 특별한 마무리를 해야 하는 이색적인 상황에도 놓일 전망.
무엇보다 이승엽의 프로데뷔 타석이 이뤄진 곳이 바로 잠실구장이다. 이승엽은 1995년 4월15일 잠실 LG전서 9회 당시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의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레전드의 첫 발자취가 있는 곳. 이승엽은 이날 전설 김용수를 상대로 안타까지 때려내며 데뷔 첫 안타의 추억도 남겼다.
▲잠자리채의 추억, 사직
9월7일과 8일에는 영남의 맞수 부산 사직구장으로 옮겨 롯데와 일전을 치른다. 오래된 만큼 온갖 사연이 넘쳐나는 사직구장, 이승엽 또한 이곳서 추억이 있다. 과거 2013시즌 최다홈런을 기록할 당시 그의 홈런볼을 잡기 위한 잠자리채가 처음 등장한 곳이 사직이었다. 시즌 막판 홈런 이승엽을 고의 4구로 내보내자 홈 롯데팬들이 더 흥분하고 분노했던 웃지 못할 기억도 있다. 당장 올 시즌만 하더라도 이승엽은 9일 현재 타율 0.417로 10개 구장 중 사직서 가장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 이승엽은 고척돔같은 최신 구장에서도 수많은 기록을 써내고 추억할 수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승엽은 9월9일과 10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KIA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이어 14일과 15일 창원 마산구장서 NC팬들에게 작별을 고할 예정이다. 두 경기장 모두 비교적 새 구장들이라 큰 발자취는 없다. 다만 이승엽은 지난 2014년 9월10일 마산구장서 홈런포를 때려내 당시 38세 23일로 종전 호세(롯데)가 세운 만 36세 최고령 30홈런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그리고…무등과 목동, 포항
지금은 프로경기가 열리지 않아 투어를 펼칠 수 없지만 기억을 더듬어 볼 곳이 있다. 바로 무등과 목동. 이승엽은 영호남 라이벌 역사의 장소 광주 무등구장서 1995년 5월2일 데뷔 1호 홈런을 이강철로부터 날린 기억이 있다. 넥센의 이전 홈구장인 목동구장에서는 지난 2012년 7월20일 대망의 한·일통산 500홈런 기록을 세운 바도 있다. 포항사나이로 불린 이승엽은 삼성의 제 2홈구장 포항서 유달리 강했는데 특히 지난 2015년 6월3일에는 롯데를 상대로 프로야구 통산 400홈런이라는 영광의 기억을 갖고 있기도 하다.
▲Home…Sweet home
이승엽의 전 홈구장 그리고 현 홈구장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많은 역사와 사연 그리고 기록이 담겨있다. 마지막 발자취가 가장 화려하고 또 의미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제는 뛸 수 없는 대구 시민구장이다. 이곳서 이승엽은 성장했고 국민타자가 됐다. 2003년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홈런인 53호를 때리기도 했고 그보다 앞서 한 해전에는 그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이 녹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홈구장 라이온즈 파크는 한·일통산 600홈런 및 각종 기록이 쏟아진 곳이다. 홈 경기장인 만큼 은퇴투어가 아닌 ‘은퇴식’이 열릴 곳이기도 하다.
↑ 이승엽(사진)은 KBO리그 최초의 은퇴투어 영광을 안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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