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육상의 간판'인 앨리슨 필릭스(32·미국)가 세계선수권대회 14번째 메달을 목에 걸며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 멀린 오티(은퇴)와 함께 세계선수권 최다 메달 공동 1위로 올라섰다.
필릭스는 10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400m 결승에서 50초 08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미국 대표팀 후배인 필리스 프랜시스(25)가 49초 92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고, 나이지리아 출신 어머니와 바레인 아버지를 둔 살와 나세르(19·바레인)가 50초 06으로 들어오며 조국에 은메달을 안겼다.
프랜시스와 나세르, 필릭스는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해 전광판 기록을 확인한 뒤에야 희비가 엇갈렸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금메달을 따낸 프랜시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아시아 최초의 여자 400m 메달리스트가 되는 위업을 세운 나세르도 기뻐했지만 필릭스는 아쉬움이 남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 대회 여자부 최대 이변이라는 평가다. 당초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쇼인 네이 밀러-위보(23·바하마)와 같은 대회 은메달리스트인 필릭스가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밀러-위보는 300m 이후 왼발을 절뚝이며 메달권 밖으로 떨어졌고, 필릭스도 막판 스퍼트에서 유망주들에게 밀리고 말았다.
필릭스가 유독 아쉬웠던 이유는 이번 대회 전까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보유하고 있던 만큼 이번에 금메달을 따면 여성 육상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서 10개째 금메달을 획득하는 선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계선수권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낸 선수는 남녀를 통틀어 볼트(금 11·은 2·동 1)뿐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올림픽에서도 여자 육상 최다 메달(금 6·은 3)을 보유 중인 필릭스는 아직도 400m계주와 1600m계주 두 종목을 남겨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종목 모두 지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미국이 모두 금메달을 차지했던 종목이다. 볼트가 400m 계주 단 한 종목 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필릭스에게도 볼트와 금메달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당연히 금메달을 따고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우고 싶다"면서도 "최선을 다해 준비한 대회에서 모든 면에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힌 필릭스가 오랜 노력의 결과물을 수확할 수 있을지 여부는 막바지로 향해가는 이번 대회에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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