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신태용호 1기의 화제 인물은 역시 이동국(38·전북 현대)이다. 26명의 태극전사 가운데 맏형으로 마흔이 다 된 축구선수다.
그의 발탁이 이슈가 된 것은 그의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신태용 감독은 나이가 아닌 기량을 기준으로 선발했다. 신태용호 1기는 위기에 처한 한국축구를 구해야 하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노장’을 위한 배려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이동국은 ‘신태용 축구’에 필요한 공격수다.
“(축구선수라면)대표팀은 축구화를 벗는 순간까지 욕심내야 한다”라던 이동국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2년 10개월 만이다. 이동국의 마지막 A매치는 2014년 10월 14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1-3 패)이다.
↑ 이동국은 대표팀 복귀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사진=천정환 기자 |
1998년 5월 16일 자메이카와 평가전(2-1 승)을 통해 A매치를 데뷔했던 그는 가장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한 태극전사다. 오는 31일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에 뛸 경우, 역대 A매치 최장기간 출전 기록을 세운다.
오랫동안 최고의 기량을 유지했다는 방증이다. 1998년 K리그 신인상을 수상한 이동국은 지금도 K리그 최고 공격수 중 1명이다.
그렇지만 20년 가까이 꾸준하게 뛰지만은 않았다. 굴곡졌다. 2년 10개월은 그가 A매치에 데뷔한 이래 가장 길었던 국가대표 경력 단절이다.
부상과 부진, 그리고 감독 스타일로 부름을 받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마지막이 될 뻔한 A매치에서는 번번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오뚝이였다. 돌고 돌았던 그는 돌아올 때마다 자신을 향한 기대에 부응했다. 명예회복도 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시기라 그의 활약을 반기고 있다.
↑ 이동국은 2012년 2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2골을 넣으며 대표팀에 ‘필요한 존재’라는 걸 알렸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동국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이후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다. 조광래 전 감독은 이동국을 외면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16강 우루과이전(1-2 패)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던 그는 아쉬움을 풀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그러다 2011년 10월 조 전 감독이 이동국을 호출했다. 그 해 이동국은 전북을 K리그 우승 및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으로 이끌면서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1년 4개월 만에 대표팀에 왔지만 그 경험은 짧았다. 조 전 감독은 “특혜는 없다”라며 이동국의 기용에 ‘제한’을 뒀다. 2경기에서 55분만 뛴 게 전부였다. 뭔가 보여줄 시간이 없었다.
이동국은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최종예선 8경기 중 7경기를 뛰었다. 주전 공격수로 결정적인 역할도 했다. 그러나 최강희 전 감독의 바통을 넘겨받은 홍명보 전 감독은 재임기간 이동국을 단 1번도 발탁하지 않았다. 홍 전 감독은 1998년 이후 전임 감독 중 이동국을 뽑지 않은 유일한 감독이었다.
이동국의 A매치 기록은 99경기에서 멈췄다. 센추리 클럽까지 1경기만 남겨뒀다. 체력적인 이유로 이란 원정에 이동국을 동행시키지 않았던 최 전 감독은 그 점을 안타까워했다.
이동국의 99번째 A매치는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이란과 홈경기(0-1 패)였다. 케이로스 감독의 주먹 감자 사건이 터졌던 그 경기였다. 한국은 가까스로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땄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이란전 통산 2골을 기록한 이동국이 이란전 패배를 경험한 것은 2004 아시안컵 8강(3-4 패) 이후 처음이었다.
이동국은 2014년 9월 당시 감독대행이었던 신 감독의 중용 속 화려하게 대표팀에 돌아왔다. 슈틸리케 전 감독도 자신의 첫 소집 대상에 이동국을 빠트리지 않았다. 이동국은 코스타리카전에서 골까지 넣었다. 부성애가 느껴지는 테니스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그러나 2014년 10월 26일 K리그 수원전에서 장딴지 근육이 파열됐다. 부상 재발 우려 속 2015 아시안컵에도 뛰지 못했다. 자연스레 이동국도 슈틸리케 전 감독과 인연이 멀어졌다.
그렇게 이동국이 다시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보기 힘들 줄 알았다.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비상등이 켜지고 슈틸리케 전 감독이 경질되며 신 감독이 선임되기 전까지는. 상황이 급반전됐다. 한국축구는 다시 이동국을 애타게 찾았다.
↑ 이동국은 이란을 상대로 2골,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4골을 넣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이동국은 104번째 A매치를 준비한다. 부상 등 변수가 없다면, 그는 신태용호의 공격 선봉에 설 공산이 크다.
신 감독은 이동국이 대표팀에 끼칠 영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 감독의 표현을 빌어 배고플 때 축구했던 이동국이다. 악착 같이 뛸 맏형은 후배에게 귀감이 될 터다.
경기력 부분도 크다. 완숙미가 더해진 이동국은 2선과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매끄럽고 더 위협적이다. 올해 전북에서 제한된 출전 기회에도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이겨야 한다. 골이 필요하다. 자책골도 있지만 그마저 골을 넣기 위한 노력 끝에 얻는다.
이동국이 가세한 공격진이 답답함을 확 풀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과거 경험이 만든 믿음과 신뢰, 그리고 기대다.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이동국의 대표팀 복귀 무대는 화려했다.
이동국은 그 동안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최 전 감독과 함께 2012년 2월 25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통해 돌아왔다. 선발 출전한 그는 2골을 터뜨리며 4-2 대승을 이끌었다. 4일 뒤에는 쿠웨이트 골문을 열며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으로 이끌었다.
2014년 9월 5일 베네수엘라와 평가전도 이동국에게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1년 3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그는 스리톱의 중심에 서며 2골을 넣었다. 역전골과 쐐기골이었다. 한국축구 역대 9번째 센추리 클럽 가입을 자축했다.
이동국의 복귀골은 한국축구에게도 의미가 컸다.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으며, 참담했던 브라질월드컵 직후였다. 위기와 함께 감독이 교체됐던 시기다. 새 바람이 불어 새 희망을 얻기 바라던 상황이었다. 이동국의 다시 한 번 같은 역할을 맡게 됐다.
경험이 풍부한 이동국은 현역 국가대표 중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했다. 이란을 상대로 2골,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4골을 넣었다. 타슈켄트에서 마지막으로 골을 터뜨린 태극전사이기도 하다.
이동국의 복귀 무대는 이란전이 유력하다. 이란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한국은 ‘올인’이다. 이란을 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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