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NC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기까지 그 선수의 도움이 컸다. 팀에 기여한 바가 많은 선수다.”
김경문 NC 감독은 KBO리그 현역 최고령 타자이자 프로 24년차인 이호준(41)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이호준은 2013년 NC로 이적해 주축선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4-2015시즌을 달군 ‘나이테 트리오’로 활약하며 팀이 포스트시즌으로 진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이호준은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시즌은 종반부로 향하고 있고 그의 은퇴 날짜 역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야구에 대한 열정, 팀에 대한 애정만큼은 여전히 뜨거웠다.
↑ 이호준은 자신의 은퇴보다 팀을 더 생각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팀 성적이 먼저다
올 시즌 마무리는 어떻게 돼가고 있냐는 질문에 “은퇴를 앞둔 마지막 시즌이지만 평소같이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퇴에 대해선 딱히 신경 쓰고 있지 않는 눈치였다.
이유는 팀 때문이었다. 이호준은 “팀이 8월 들어 주춤하고 있다. 그래서 은퇴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또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은 그저 한 명의 선수로서 팀이 이기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올 시즌 49경기 출전해 타율 0.298 104타수 31안타 4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NC에 몸담고 있던 4년 동안 매년 100안타 20홈런 이상을 치던 기세는 아니다. 이유는 왼쪽 팔꿈치 염증 탓이다. 시즌 전부터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던 그는 5월에서야 1군에 합류했다.
다행히 현재 상태는 나쁘지 않다. 이호준은 “재활 치료를 잘 받았다”고 껄껄 웃었다. 하지만 아직 온전하지 않은 팔꿈치 탓에 주전보다는 대타로 출전하고 있다.
대타임에도 이호준은 제 역할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올 시즌 대타로 나섰던 타자 중에서 최다 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호준은 올 시즌 대타 타율은 0.333 18타수 6안타 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도 0.750으로 높은 편이다.
↑ 올 시즌 주로 대타로 나서고 있는 이호준은 긴박한 상황에서 타석에 서는 것만으로도 나로선 행복한 일이라고 전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이호준은 “득점권에 있는 상황에 많이 나가기 때문에 타점을 많이 올릴 수 있었다”고 겸손해했다. 이어 “그만큼 중요한 상황에 대타로 나가고 있어서 그 한 타석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타는 한 경기에서 한 타석, 고작해야 두 타석 나온다.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보다 출루할 기회도 적고 경기 도중 나오기 때문에 제 실력을 보여주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호준은 “내가 대타로 나서면 어떻게 해서든지 출루하고 주자를 불러들여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또 내가 나가는 타이밍은 거의 승부처다. 한 타석 한 타석 올인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항상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다. 올 시즌 내가 팀에 해줄 수 있는 일은 그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박한 상황에 나갈 수 있는 것도 나로선 행복한 일이다. 그 상황에서 적시타를 치는 것도 좋다. 동료들 사기도 올릴 수 있다. 여러모로 참 좋은 일이다”고 웃었다.
◆ ‘호부지’, ‘최선을 다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파
이호준은 NC의 최고참 선수다. 그는 그동안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알려주면서 정신적 지주 역할도 했다. 평소 팀에서 친분이 있다는 박석민은 “참 좋은 선배다. 리더십도 있어 후배들을 잘 이끌어준다”고 전했고 이종욱은 “누구보다 솔선수범하고 열심히 하는 선배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돌이켜보면 후배들에게 무서운 선배였던 것 같다”면서 “그래도 그동안 좋은 선배들을 만났기 때문에 그 선배들 모습을 생각하면서 후배들을 대했다. 선배들의 좋은 점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강압적으로 대하진 않는데 그런 점이 후배들과 잘 융화될 수 있는 점인 것 같다”고 전했다.
팬들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팀을 잘 이끌어 준 이호준에게 ‘아버지 같다’는 의미에서 ‘호부지(이호준+아버지)’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 이호준은 20일 고척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사진=천정환 기자 |
마지막 시즌 마무리를 앞둔 그에게 후배에게, 또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남고 싶을까. 이호준은 “늘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별명도 참 많다. 그 별명들에 걸맞게 ‘저 사람은 진짜 딱 그런 사람이었어’라고 회상할 만한 선수가 되고 싶다. 특히 NC에선 ‘호부지’라고 많이 불렸다. 팬들에겐 딱 그 이미지로 남고 싶다. 팀에서
◆ 이호준
1976년 2월 8일생
187cm 95kg
광주중앙초-충장중-광주제일고-(호남대)-해태(1996~1999)-SK(2000~2012)-NC(2013~현재)
1994 해태 고졸신인
2004년 KBO리그 정규리그 타점 1위[ⓒ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