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년 전 신인상을 수상한 신재영(28·넥센)은 전반기에만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더니 15승을 수확했다. 넥센이 7년 만에 배출한 팀 국내 두 자릿수 선발승 투수였다. 나아가 국내 투수 최다 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원태(19)는 그 해 1군 데뷔전을 치렀다. 17경기를 뛰었다. 11번의 선발 등판 기회도 얻었다. 신재영의 15승은 대단한 기록이었다. 10승조차 자신에게는 어렵다고 느껴졌다. 그가 거둔 승수는 2승이었다.
스프링캠프 선발 경쟁에서 살아남은 최원태가 올해 세운 목표는 4승이었다. 지난해보다 2배만 더 이겨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목표치 초과다. 20일 현재 최원태는 11승을 기록했다. 승리 부문 5위다. 국내 투수 중에는 17승의 양현종(29·KIA)에 이어 2번째다. 이 이야기에 최원태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현재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지를 조금이나마 실감했다.
↑ 넥센 최원태는 20일 현재 11승 6패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투수 중 양현종(17승·KIA)에 이어 다승 2위다. 사진=김재현 기자 |
최원태의 승수 페이스는 놀랍다. 최근 11경기에서 7승을 쓸어 담았다. 6월 8일 문학 SK전 이후 무패 투수다. 최원태는 “형들이 공격을 잘 해주고 수비도 잘 해줘서 승수를 쌓았다. 형들의 도움이 컸다”라며 쑥스러운 반응이었다.
최원태는 19일 고척 NC전에서 6⅓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탈삼진 9개로 개인 1경기 최다 탈삼진까지 기록했다. 시즌 11번째 퀄리티스타트. 1년 전 단 1번도 해보지 못했던 기록이 올해는 50% 비율이다.
최원태는 “퀄리티스타트를 1번이라도 해보는 것이 올해 또 다른 목표였다. (퀄리티스타트가)현재 내 기록 중 가장 뿌듯하다”라며 웃었다. 그는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후반기 6경기 중 4경기를 6이닝 이상을 3실점 이하로 막았다.
최원태는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 슬라이더 비중을 조금 더 늘렸지만, 하던 대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달라졌다. 더욱 배짱이 두둑하다. 자신만의 경험도 쌓였다. 위기관리 능력도 좋아졌다.
달라지지 않은 점도 하나 있다. 엔트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6월 체력 안배 차원에서 한 차례 등판을 건너뛴 것을 제외하고, 변함없이 선발진에 남아있다. 넥센 선발투수 중 유일하다. 장정석(44) 감독은 그 점을 대견하게 생각한다.
최원태는 선발투수로 풀타임 첫 시즌이다. 그는 “승수 욕심은 없다.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시즌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하고 싶다”라며 “이닝이터라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투수다. 관리를 잘 해주셔서 체력적으로 힘들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최원태는 “1군과 2군 생활은 차이가 크다. 1군에서 등판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라고 했다. 그리고 최원태는 성장 중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는 “피칭 밸런스의 기복이 있다. 투구폼도 좀 더 완성시켜야 한다”라고 했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내심 욕심이 많다. 최원태는 볼넷을 싫어한다. 560명의 타자를 상대로 볼넷 29개를 기록했다. 9이닝당 볼넷 1.97개다. 적은 편이나 더 줄이고 싶다는
그는 “타자와 승부를 피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차라리 (안타를)맞는 게 낫다. 그래야 다음에는 안 맞을 수 있는 코스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볼넷 관리는 그의 잔여 시즌 또 다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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