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혼돈이다. 지난 18일부터 프로야구 KBO리그 중위권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바뀐다.
22일에도 LG(4위→6위)가 두 계단을 내려간 사이 롯데(5위→4위), 넥센(6위→5위)이 한 계단씩 올랐다. 지난 13일 이후 7위에 머무르고 있으나 SK도 4,5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1경기 결과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기에는 잔여 경기가 많지 않다. 1승이 귀한 시점이다.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이다. 10구단 체제가 된 이래 5할 승률은 포스트시즌 진출 안정권이었다. 2년 연속 5위는 승패 마진이 ‘마이너스’였다. 올해는 5할 승률이 가을야구 티켓을 보장하지 않는다. 22일 현재 7위 SK의 승률이 딱 5할이다.
레이스는 5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끝을 향해 달려간다. 저마다 가능성은 있다. 4위 롯데와 7위 SK의 승차는 3경기.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간극이다. 충분히 올라갈 수 있으며, 반대로 충분히 내려갈 수 있다. 그만큼 강약점이 뚜렷하다.
↑ 손승락은 후반기 14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잦은 호출이다. 롯데의 후반기 30경기 중 19경기를 뛰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롯데의 최대 강점은 흐름이다. 8월 들어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 지난 4일 넥센과 사직 3연전을 싹쓸이 하더니, 그 뒤 놀라운 속도로 승수를 쌓고 있다. 최근 13경기에서 10승(3패)을 거뒀다. 희망은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이 기간 롯데는 팀 타율 0.293을 기록했다. 홈런 19개를 날렸다. 경기당 평균 5.75득점이다. 특히 뒷심이 강해졌다. 이제는 ‘역전의 명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60승 중 36승이 뒤집기였다. 1위다. 8월에는 13승 중 11승이 역전승이다. 이대호, 최준석, 강민호, 전준우, 손아섭 등 주요 선수들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활약해주고 있다.
마무리투수 손승락은 롯데 오름세의 중심이다. 29세이브로 이 부문 2위다. 손승락은 후반기에만 14세이브를 올렸다. 22일 경기에서도 팀이 위기에 처하자, 자칫 크게 번질 불씨를 껐다. 2011년 이후 세이브 1위 투수를 보유한 팀은 100%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하지만 손승락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롯데의 고민이다. 손승락은 후반기 19경기를 뛰었다. 롯데는 후반기 들어 30경기를 치렀다. 상당히 잦은 호출이다. 휴식이 필요하나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22일 경기에서도 6점차 리드로 맞이한 마지막 이닝에서 끝내 손승락 카드를 꺼내야 했다.
롯데는 선발승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타선이 막판 폭발하기 위해서는 불펜이 버텨줘야 한다. 지금까지 나름 잘 버텨냈으나 과부하가 걸릴 경우 고민이 커질 수 있다. 또한, 흐름을 번번이 끊는 병살타(120개·1위)가 많다는 것도 고심거리다.
↑ 김성민은 넥센의 7월 MVP 우수투수를 수상했다. 하지만 8월 평균자책점이 10.45다. 23일 고척 삼성전에서는 반전을 이룰 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
장정석 감독이 꼽은 넥센의 최대 강점은 꾸준한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이 기간 롯데(0회), LG(3회), SK(1회)는 넥센보다 포스트시즌 진출 횟수가 적다. 장 감독은 그 경험이 주요 고비마다 이겨낼 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신구조화를 이룬 타선도 폭발력도 지녔다. 어느 타순이든 터질 수 있다. 얼마든지 빅이닝을 만들 수 있다. 신인상 후보 1순위 이정후는 KBO리그 리드오프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김하성은 4번타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 대체 외국인타자 초이스도 장타를 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운드가 고심이다. 19세의 최원태는 벌써 11승을 거두며 3선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의 신재영 못지않은 활약상이다. 기복이 있으나 밴 헤켄과 브리검도 강한 임팩트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4,5선발 카드는 고민이다. 김성민도 8월 들어 실점이 부쩍 늘었다(평균자책점 10.45). 더 이상 정대현 선발 카드를 쓸 가능성도 희박하다.
게다가 시즌 내내 바람 잘 날이 없던 불펜이 불안하다. 넥센은 8월 18경기에서 9승 9패를 했다. 역전패가 5번이었다. 불펜 강화 카드로 꼽혔던 조상우의 복귀시기도 미정이다. 시즌 내 복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넥센에게는 1~3선발 등판 경기를 최대한 많이 이겨야 하는 게 현실적인 과제다. 후반기 밴 헤켄, 브리검, 최원태 등판 경기 성적은 7승 5패. 승률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 류제국은 지난해 후반기 8승 3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했다. 올해도 그 같은 힘을 발휘해야 한다. 사진=천정환 기자 |
LG는 야구 전문가 사이에서 경쟁팀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1년 전 뒷심 경험과 안정된 마운드다. LG는 지난해 놀라운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젊은 팀은 분위기를 타면 엄청난 기세를 탔다. 후반기 들어 15승 12패로 3위다. 5연승을 달린 적도 있다.
팀 평균자책점은 4.19로 1위다. 에이스 허프도 돌아왔다. 지난 13일 엔트리 등록 후 잦은 우천순연으로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음에도 2경기 평균자책점이 1.93에 불과했다. LG가 허프에게 바라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임정우도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왔다. 지난 18일 문학 SK전에서 대량 실점을 했으나 지난해 세이브 2위 투수의 가세는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다.
또한, 비를 몰고 다녔던 LG는 잔여 경기가 가장 많다. 35경기가 남아있다. 그만큼 ‘자력’으로 올라갈 기회가 많다. LG는 1년 전 스스로 힘으로 4위까지 점프했다. 시즌 막바지 빠듯한 일정일 수 있겠지만 연속성을 고려할 때 결코 부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다만 LG 또한 마운드가 예전 같지 않다. 아직 10승 투수가 없다. 후반기 퀄리티스타트가 11번으로 삼성(9번) 다음으로 적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6.12의 류제국은 지난해(8승 3.36) 같은 강렬함이 보이지 않는다. 불펜도 8월 평균자책점이 4.95다. 블론세이브가 3번이다. 22일 잠실 NC전도 9회 1점차 리드를 못 지켜 역전패를 했다.
그리고 로니가 가세했으나 중심타선의 무게도 다른 팀과 견줘 떨어진다. 점점 틈이 벌어지는 수비 및 불필요한 주루사는 양상문 감독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 최정의 건강은 최소 2계단을 뛰어올라야 하는 SK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
SK는 117경기를 치렀다. 잔여 경기가 가장 적다. 쫓아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유리하지 않다. 승리에 대한 부담도 크다.
갈 길 바쁜 SK는 22일 허무하게 4연승이 좌절됐다.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불펜은 4이닝 동안 8실점을 했다. 시즌 20번째 블론세이브(1위).
SK는 전반기를 3위로 마쳤다. 그러나 1달 뒤 4계단이 내려갔다. 후반기 성적표는 10승 19패. kt(8승 20패)보다 조금 더 잘 했을 따름이다.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5.98로 9위다. 불펜으로 범위를 좁히면 7.10으로 10개 팀 중 가장 나쁘다.
확실한 마무리투수도 없다. 팀 내 최다 세이브가 박희수의 7세이브다. 그러나 박희수는 지난 7월 5일 문학 KIA전을 끝으로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했다. 현재 1군 엔트리에도 없다.
주축 선수의 건강관리도 중요해졌다.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던 한동민은 시즌 아웃됐다. 홈런 1위의 간판타자 최정도 종아리 통증으로 결장하는 날이 많아졌다. 최정의 건강은 SK의 막바지 최대 변수다.
그럼에도 SK의 강점은 역시 타선이다. 팀 홈런(193개) 1위로 누구든지 장타를 날릴 수 있다. SK는 최근 4경기에서 무려 33득점을 올렸다. 9개의 홈런으로 절반 이상의 18득점을 뽑았다.
외원 원투 펀치는 어느 팀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췄다. 켈리와 다이아몬드의 8월 평균자책점은 각각 1.86(1승 1패)과 2.70(3승)으로 매우 짰다. 8월 기준 켈리는 평균자책점 2위, 다이아몬드는 승리 1위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