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졌다' 메이웨더가 무너뜨린 복싱의 무게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를 점쳤습니다.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가 육상 10종 경기 선수와 100m로 스피드 대결을 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49전 전승(26KO)을 자랑하는 메이웨더가 전문 복서가 아닌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에게 복싱 대결에서 진다는 것은 그 정도로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유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메이웨더는 2015년 9월에 은퇴를 선언한 이후 2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나이도 이제 불혹을 넘겼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결은 40대의 볼트가 육상 10종 경기 선수와 100m에서 나란히 달리는 것으로 비유해야 합당했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볼트의 은퇴 무대가 초라했던 것처럼 전성기를 지난 메이웨더의 50번째 경기 역시 지극히 볼품이 없었습니다.
메이웨더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복싱 슈퍼웰터급 12라운드 경기에서 10라운드 TKO승을 거뒀습니다.
메이웨더는 모든 이들이 예상한 대로 승리를 거두고 50전 전승의 신화를 썼지만,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팬들의 기대에 훨씬 못미쳤습니다.
맥그리거가 1라운드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뒤집혔습니다.
첫 프로복싱 시합에 나선 맥그리거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복서라는 메이웨더를 상대로 10라운드까지 버텼습니다.
경기 초반에는 오히려 메이웨더를 강하게 몰아붙이며 강렬한 인상을 심었습니다.
사실 메이웨더는 그의 전성기 때도 볼트처럼 압도적인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의 명성은 상당 부분 걸걸한 입담과 특유의 돈 자랑에서 기인한 측면이 큽니다.
악역을 자처하며 많은 사람이 그가 지길 원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메이웨더를 싫어하고 증오하면서 그가 누군지 알게 됐고, 그의 시합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메이웨더는 2년 전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와의 '세기의 대결'에서 시종일관 포인트 따기 위주의 수비 복싱으로 일관했습니다.
침체에 빠진 복싱의 인기를 되살릴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으나 메이웨더와 파키아오의 지루한 대결은 오히려 많은 사람을 복싱에서 등을 돌리게 했습니다.
메이웨더는 이번 맥그리거와의 대결을 통해 명성에 더욱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메이웨더는 사실상 불공평한 매치업인 이번 시합으로 파키아오와의 대결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지는 몰라도 복
복싱의 명예와 권위 역시 바닥까지 추락했습니다.
복싱의 오랜 팬들이라면 메이웨더를 역사상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기억할지 몰라도 파키아오전에 이어 이번 세기의 대결을 지켜본 팬들에게 그는 돈만 밝히는 장사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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