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전반기를 마칠 무렵, 당시 선두였던 KIA의 라이벌은 주로 NC가 꼽혔다. 두산의 저력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그 격차(1위)가 13.5경기나 됐기 때문에 쉽게 이뤄질 일로 거론되지 않았다. 8월 중순, 두산은 NC를 제치고 2위를 꿰찼다. 하지만 그 때도 6~7경기나 되는 1위 KIA의 자리를 넘보는 것은 어려운 일로 여겨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8월28일 현재 KIA와 두산의 격차는 1.5경기가 됐다. 이제 격차가 존재한다고 언급하기도 애매할 정도로 사실상 같은 선상에 놓이게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KIA는 주춤했고 두산은 훨훨 날았다. 전망도 간단하다. KIA와 두산의 쫓고 쫓기는 경쟁이 시작됐으며 1위 자리를 예단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금주 중요한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 두산이 후반기 뜨거운 기세로 선두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KIA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 전반기 내내 적수가 없을 정도로 최강팀 면모를 과시했지만 순식간에 추격을 허용했다. 최근 올 시즌 내내 한 번도 없던 4연패의 충격 속 연패흐름이 6경기에서야 끝이 나기도 했다. 이 기간 후반기 무패행진을 달리던 선발투수 양현종이 흔들렸고 전반기 무패행진을 달렸던 헥터 노에시도 주춤했다. 전반기 히트상품 임기영은 아예 1군에서 자취를 감췄고 정용운도 존재감을 잃었다.
KIA의 선두 비결이었던 타선도 동반 침묵했다. 3경기 연속 1점 득점이라는 전반기라면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의 잠잠함을 경험하기도 했다. 황당한 수비실책도 속출했다. 최근 선두팀에게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이 연일 펼쳐지며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후반기 들어 불펜이 다소 반등했다고는 하나 전체 팀 밸런스가 하향세를 타고 있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이다.
반면 두산은 후반기의 팀으로 거듭났다. 원래 가지고 있던 저력이 이제야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는 평가가 더 정확한 표현. 후반기 들어 무려 8할에 가까운(0.794) 승률을 자랑 중이고 짜릿한 역전승도 최다인 17번(롯데와 동률)이나 따냈다. 5위권에 머물던 팀 성적은 단숨에 2위로 껑충 상승했다. 선두 KIA와 격차도 두 자릿수에서 이제 두 손가락 정도로 줄게 됐다.
두산은 전반기 고민이던 불펜이 가히 환골탈태급 변신을 이뤄 팀 상승세에 보탬이 됐다. 김강률과 이용찬 등이 핵심이다. 김태형 감독도 “뒤쪽이 든든해졌다. (마운드가 안정되다보니) 추가점을 내주지 않는다. 그러니 타자들이 지고 있어도 따라가서 역전을 시킨다”고 비결로 꼽기도 했다. 아직 보우덴과 유희관의 페이스가 지난해 같지 않지만 니퍼트와 장원준을 중심으로 이뤄진 선발진도 견고하다. 특히 후반기 5전 전승을 따내고 있는 함덕주가 판타스틱4의 새 주인공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쳤다. 타선도 힘이 생겼다. 양의지와 민병헌 등 부상자들마저 순조롭게 복귀해 완전체가 된 두산 타선도 경기마다 저력을 뽐내고 있다.
↑ 고공행진을 달리던 KIA는 지난 주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지 않은 흐름을 경험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상대적으로 KIA 입장에서는 쫓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수성이란 원래부터 쉽지 않은 미션이지만 KIA가 느끼는 부담은 더 적지 않다. 우선 선발진에서 눈에 확 띄는 공백(임기영)이 생겨버렸고 실책이 속출하는 등 경기력 자체가 떨어진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최근 몇 년 선두권에서 경쟁한 기억이 없어 막판 스퍼트시점에서 위기에 빠질 경우 경험부족이 우려된다. 혹여 진출하게 될 가을야구에서는 이 부분이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쫓아가는 두산은 한결 여유가 넘친다. 기세를 탄 상태에서의 추격이란 원래 부담보다는 짜릿함을 수반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두산의 현 전력은 베스트에 가깝고 오히려 절정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KIA와는 반대로 최근 큰 경기 경험까지 풍부하다. 2년간 한국시리즈를 제패했고 그 기간 드라마틱한 장면도 수차례 연출했다. 견고함이 갈수록 거듭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김강률(사진)이 불펜에서 두산의 후반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하지만 KIA가 선두자리를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그럴만한 요소가 적지 않다. ‘전부 전반기 때 감으로 돌아온다면...’이라는 전제가 붙고 현실화된다면 파급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올 시즌 다소간의 기복만 보여주고 있는 양현종-헥터 원투펀치의 위력에다가 팻 딘의 분발, 임기영의 전반기 구위복귀가 이뤄진다면 안정된 선발진이라는 틀 속 시너지효과가 적지 않다. 300홈런의 짜릿함을 경험한 베테랑 이범호와 무서운 타격반등을 이뤄낸 김주찬 모두 스스로 저력을 증명한 바 있다. 올 시즌 최고의 외인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버나디나의 존재감, 그리고 4번 타자 최형우, 타격 1위 9번 타자 김선빈의 존재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반면 두산은 함덕주의 상승세에 가려져있는 마이클 보우덴의 부진이 불안요소다. 올 시즌 부상으로 과정 자체가 쉽지 않은데 최근 페이스는 더욱 그렇다. 22일 SK전과 27일 LG전 모두 이닝소화, 제구 모든 면에서 3선발 이상 역할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또한 중심타자 에반스의 감각도 하락세이고 김강률, 이용찬 등 불펜진 반등 주역들의 등판횟수도 나날이 늘어가 잠재적 위험요소로 꼽히는 상황이다.
↑ 타율 1위 김선빈(사진)이 침체된 KIA 타선의 혈을 뚫어줄 수 있을까.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쫓기고 쫓아가는 양 팀에게 이번 주 일정은 그야말로 운명적이다. 타이밍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우선 KIA는 대구 삼성원정을 다녀온다. 이후 광주서 두산을 맞이한다. 주말에는 고척에서 넥센과 상대한다. 두산은 잠실서 최근 불타오르고 있는 롯데를 상대한 뒤 광주 KIA원정에 나서고 주말에는 다시 잠실서 삼성과 맞붙는다.
일정의 유불리를 떠나 양 팀은 정면충돌인 31일 1일 광주대결에서 그 희비가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