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D-Day. 한국축구의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이 이뤄질까. 아니면 내년 여름 러시아에서 열릴 월드컵에 초대 받지 못할까. 단 1경기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경기를 치른 가우데 A조 2위에 올라있다. 조 2위까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마지막 1경기를 두 발 펴고 볼 수 없다. 조기 확정 기회는 무산됐다. 그렇지만 4년 전에는 경쟁팀 중 가장 유리한 위치였다.
↑ 한국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낼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이번에도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게다가 예선 탈락 위기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상황은 더 최악이다. 한국은 4승 2무 3패(승점 14점)를 기록했다. 3위 시리아, 4위 우즈베키스탄(이상 승점 12점)에 승점 2점차로 앞서있다. 경쟁률은 3대1이다.
우즈베키스탄과 비겨도 시리아가 이란을 꺾는다면, 2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무패 및 무실점을 자랑하는 A조 최강 이란이 홈에서 패할 가능성은 낮을지 몰라도 절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시리아와 우즈베키스탄은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열망이 크다.
한국이 러시아월드컵에 나갈 ‘현실적인’ 방법은 간단하다. 우즈베키스탄을 이기는 것이다. “이기러 우즈베키스탄에 간다”던 신태용 감독은 결전을 하루 앞두고 “경우의 수는 없다. 무조건 이긴다”라며 다시 한 번 필승을 다짐했다. 그렇기 위해서는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야 한다.
↑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 무승을 기록하고 있다.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 무승을 거둔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진은 2016년 9월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가졌던 시라아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한국이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유난히 고난의 길을 걷는 이유는 원정 부진이 가장 크다. 4번의 원정경기에서 1번도 이기지 못했다. 1무 3패. 충격적인 결과물이다. 유럽지역 예선 조 최약체의 원정 성적표와 다를 바 없다.
한국은 유일하게 시리아(0-0)와 비겼을 뿐이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홈경기를 중립지역(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치러야 하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물론, 시리아는 그 핸디캡을 잘 이겨냈다. 홈 5경기에서 2승 3무로 무패를 기록했다. 이란과도 0-0 무승부를 거뒀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내내 이어지는 시리아의 선전을 고려해도 이란(0-1), 중국(0-1), 카타르(2-3)를 상대로 졌다. 특히, 중국과 카타르는 A조 5,6위다. 카타르는 이미 예선 탈락이 확정됐으며, 중국은 이란과 한국에게 기대어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플레이오프를 바라보는 중이다.
1년 내내 원정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이 조별리그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가장 부진한 원정 성적표다. 한국의 최근 4차례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성적은 3승 1무(1998)-1승 1무 1패(2006)-2승 2무(2010)-1승 2무 1패(2014)였다.
홈보다 원정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원정 패배는 2번 밖에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2006), 이란(2014) 등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중동의 강호 원정에서 졌을 뿐이다. 그때만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고전했던 원정길이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은 좀 다르다. 최종예선이 번번이 어려웠으나 이토록 무기력했던 적은 없었다. 불운했던 것이 아니다. 한국은 실력에서 압도하지 못했다. 몰아붙이고도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던 시리아전을 제외하고 힘겨루기에서 밀렸다. 특히 수비가 허점이었다. 선제 실점은 전반 25분과 35분 사이에 터졌고, 끌려가면서 경기를 더 어렵게 치렀다.
우즈베키스탄전을 하루 앞두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가 신 감독에게 비관적인 질문을 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한 번도 원정 승리가 없으면서 승리를 자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비꼬는 한 방이다.
보기 좋게 뒤집어야 한다. 한국이 마지막으로 원정 승리를 거둔 것은 2016년 6월 프라하에서 가진 체코와 평가전(2-1)이었다. 아시아로 범위를 좁힐 경우, 2016년 3월 방콕에서 치른 태국과 평가전(1-0)이었다. 잊어버린 원정 승리 방법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보기 좋게 뒤집어야 한다.
원정 무승으로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이 마지막일 지도 모를 ‘진짜’ 기회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7실점을 한 우즈베키스탄의 수비는 견고한 편이 아니다. 침투 패스에 수비 뒷공간이 뚫려 위기를 맞이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14번 겨뤄 무득점이 1번(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준결승) 밖에 없다. 2016년 11월에도 두 차례나 골문을 연 적이 있다.
이란과 다르게 빈틈도 많다. 우즈베키스탄은 올해 치른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4경기에서 페널티킥만 3개(2실점) 내줬다. 시리아, 중국에게는 종료 직전 헌납하며 패했다. 한국에게는 좋은 참고자료다. 공격진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 한국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A매치 3경기를 가졌다. 1승 2무로 무패였으나 무실점은 한 번도 없었다. 사진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 사진=옥영화 기자 |
태극전사에게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은 낯설다. 그렇지만 타슈켄트는 낯설지 않다. 자주 찾지 않았으나 기분 좋은 추억을 꽤 많이 남겼다.
타슈켄트가 무패의 땅이라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지금껏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따는데 결정적인 결과물을 도출했다. 이란전 무승부 이후 의기소침해진 선수들이다.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는 상황에서 안정감을 주는 요소다.
한국이 타슈켄트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이전 3경기는 모두 월드컵 최종예선이었다. 한국은 1승 2무를 기록했다.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맏형 이동국(전북 현대)를 비롯해 기성용(스완지 시티), 김보경(가시와 레이솔), 이근호(강원 FC), 고요한(FC 서울), 김신욱(전북 현대)은 5년 전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한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명실할 부분은 ‘승리’다. 이번에야말로 ‘이기는 축구’를 펼쳐야 하는 신태용호다. 타슈켄트 원정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손흥민(토트넘)의 기억대로 우즈베키스탄은 늘 어려웠다. 11개월 전에도 2번의 찬스를 살렸기에 승부를 가까스로 뒤집을 수 있었다.
승리의 바탕은 안정된 수비다. 이란전보다 더 신경을 기울어야 할 뒷문이다.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월드컵 예선 홈 7경기에서 6승 1패를 기록했다. 무득점은 1번(이란전 0-1)뿐이다. 우즈베키스타은 홈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밀어붙였다. 한국도 매번 당했던 부분이다.
관건은 우즈베키스탄의 공격을 봉쇄할 수 있느냐다. 한국은 타슈켄트 원정에서 한 번도 무실점으로 막아낸 적이 없다. 번번이 실점했다. 3경기 중 선제 실점이 2번이었다. 이 때문에 계획한 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특히 세트피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실점으로 이어졌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올해 가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4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그 1골을 세트피스(3월 카타르전 아흐메도프 직접 프리킥 슈팅)에서 넣었다.
허리 싸움에서 밀릴 경우,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 한국은 5년 전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중앙 미드필더가 너무 뒤로 처지면서 상당히 고전했다. 미끄러운 잔디와 극성스런 응원까지 더해지면서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이란전에서 기성용의 빈자리를 느꼈던 한국에겐 큰 과제다.
측면 봉쇄도 분수령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측면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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