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KBO리그가 시즌 막바지 순위 경쟁으로 뜨겁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5위 다툼이 치열했지만 현재 전쟁터는 1위 및 3위다. 흥미진진해진 가운데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하는 팀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kt, 삼성, 한화에 이어 넥센도 지난 23일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넥센(장정석), 삼성(김한수), kt(김진욱)는 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맞이한 첫 시즌이었다. 한화도 김성근 감독이 43경기 만에 떠난 뒤 감독 경험이 없는 이상군 투수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앉혔다.
순위를 한 계단 올리기가 어려웠다. 넥센, 한화는 미끄러졌고 삼성, kt는 아래에 박혀있다. 1년 전보다 성적은 더 나빠졌다. 삼성과 kt는 창단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 넥센은 뒷문 고민을 끝까지 해결하지 못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올해도 어김없이 타고투저의 바람이 거셌지만 마운드가 높아야 이길 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한화(5.24), kt(5.73), 삼성(5.87)은 평균자책점 8~10위다. 6위 넥센도 4.97로 KBO리그 평균(4.96) 수준이었다.
마운드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선발진의 변화가 심했다. 여러 투수가 기회를 받았다. 넥센은 15명, 삼성은 13명이 최소 한 차례 선발 등판했다. kt와 한화는 각각 12명과 11명이었다. 팀 운영을 고려해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불펜은 안정감이 떨어졌다. 뒷문은 불안했다. 한화는 76패 중 44패(57.9%)가 역전패였다. kt도 42패로 그 뒤를 이었다. 넥센은 역전패가 34번이었다. 그러나 7회까지 리드한 경기를 가장 많이 놓쳤다. 두산이 단 2번만 패하며 승률 0.970을 기록한 것과 달리 넥센은 0.857에 그쳤다.
시즌 중 마무리투수를 바꾸기도 했다. 특히 넥센은 가장 잦은 편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넥센 불펜은 패전이 30번으로 승률이 0.362로 가장 낮다.
넥센은 9월 들어 4승 1무 12패로 부진했다. 뒷심 부족으로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뒤처졌다. 이 기간 불펜 평균자책점은 무려 8.81이었다. 구원패가 7번이었다. 세이브는 지난 21일 수원 kt전에서 3⅔이닝을 던졌던 신재영이 기록한 게 유일했다.
삼성도 구원패가 31번으로 넥센보다 더 많았다. 홀드는 34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불펜에 확실한 믿음을 심어줄 새 얼굴은 등장하지 않았다. 한화 또한 마찬가지다. 게다가 지난해 말 수술대에 올랐던 송창식(6.63), 권혁(6.32)은 6점대 평균자책점이었다.
시즌 초반 ‘미스터 제로’였던 김재윤을 보유하고도 kt는 21세이브를 올렸을 뿐이다. 36세이브로 1위를 차지한 손승락(롯데)과도 큰 차이다. 그만큼 이길 기회가 없었다. kt는 해결사 부재를 드러내며 시즌 내내 타율(0.273) 하위권이었다. 실책(110) 1위의 불명예도 안았다. 새삼 놀랍지 않다. kt는 3년 연속 실책 1위다.
↑ 105만달러의 레나도. 2승 평균자책점 6.80의 그는 올해 KBO리그 최악의 외국인선수 중 1명이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외국인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순위가 결정될 정도다. 상위권 팀은 공통적으로 외국인선수가 잘 하고 있다. 롯데, SK의 반등도 외국인선수 트리오의 활약이 뒷받침돼 있다.
그러나 하위권 팀은 외국인선수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시즌 내내 시끄럽기도 했다. 교체, 부상, 부진 등 저마다 이유로 큰 힘이 되지 못했다.
대표적인 팀은 삼성이다. 2년 연속 외국인선수 농사를 망쳤다. 타점 부문 1위에 오른 러프가 유일한 위안거리지만, 투수 파트는 최악이었다.
지난해 외국인투수 4명이 6승에 그쳤던 삼성은 올해 외국인선수 교체를 단행하지 않았다. 활약에 만족했기 때문은 아니다. 레나도와 페트릭은 4승을 합작했다. 대체 선수로 후반기부터 뛰었던 린드블럼(롯데)과 같은 승수다. 61명의 투수가 5승 이상을 기록했다.
삼성은 외국인선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계약 시 두 가지 과정을 추가했다. 위드마이어 스카우트 코디네이터를 선임했으며, 국내에서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렇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레나도와 페트릭의 평균자책점은 각각 6.80과 6.27이다. 레나도는 일찌감치 한국을 떠났으며, 페트릭도 전력외다. 윤성환은 스스로 3선발이 돼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투수 원투펀치 활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삼성의 1선발은 윤성환이었다. 그리고 2선발은 보직을 변경한 백정현이었다.
한화도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하다. 공식 발표 기준 오간도(180만달러)와 비야누에바(150만달러)의 몸값만 330만달러다. 10개 구단 중 가장 비싼 원투펀치였다. 그러나 둘이 거둔 성적은 평범했다.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면서 210⅓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재계약 여부는 불투명하다.
넥센 또한 외국인선수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으나 아주 강렬하지도 않았다. 영원한 에이스였던 밴 헤켄은 예년보다 이닝(134) 소화 능력이 떨어졌다. 교체카드 2장을 사용했다. 10승을 한 브리검과 14홈런을 날린 초이스는 가성비 측면에서 그나마 나았다.
↑ 정근우(왼쪽), 김태균(오른쪽)을 비롯해 한화 주축 선수들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경험이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기본 전력이 약하지 않다. 쟁쟁한 선수를 보유한 넥센과 한화는 충분히 포스트시즌에 나갈 전력이다. 그러나 이를 잘 꿰매지 못했다.
넥센은 트레이드를 네 차례 단행했다. 매우 활발한 움직임이었다. 7명의 선수가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유망한 투수 수집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미래’를 바라본 영입에 가까웠다. 모두가 이정후처럼 단번에 뿌리내릴 수는 없었다.
한화는 개막 전부터 ‘투 트랙’을 선언했다. 현장과 프런트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한화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으며 분전했지만 육성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화에게 새 얼굴이 혜성 같이 등장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상에 따른 전력 손실이 없지 않다. 한화는 부상 병동이었다. 주축 선수들이 돌아가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개막 1달도 안 돼 비야누에바가 팔꿈치 통증으로 빠진 것은 어쩌면 어두운 앞날을 암시했을지 모른다. 넥센 또한 신재영이 주춤한 가운데 3선발로 성장한 최원태의 빈자리가 컸다. 불펜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했던 조상우는 7월 8일 말소 이후 복귀하지 못했다.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넥센, 한화, kt는 외부 FA 영입이 없었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외부 FA 영입에 앞장섰던 한화와 kt였다. 삼성만 우규민(전 LG)과 이원석(전 두산)을 품에 안았지만 최형우(KIA)와 차우찬(LG)을 잃었다.
삼성의 주축 선수가 해마다 떠나고 있다. 자연스레 선수층이 얇아지기 마련이다. 정규시즌 5연패를 했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선수단 면면을 살펴
kt 또한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대안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박경수, 유한준의 부진을 메우지 못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린 6,7월 8승(36패)을 하는데 그쳤다. kt가 2주간 펼쳐진 시범경기에서 거둔 승리가 7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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