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허름한 경기장, 관중석은 텅비었고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주축 선수들은 시간이 다가오자 아무렇지도 않게 팀을 떠난다. 어디서 많이 봤던 결말 아닌가? 3년째 똑같은 시즌이 반복되고 있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이야기다.(날짜는 한국시간 기준)
시즌 요약(25일 현재)
성적: 71승 83패(AL 서부 5위, 포스트시즌 탈락 확정)
최다 연승: 6연승(현재 진행중)
최다 연패: 8연패(8월 29일~9월 6일)
최다 실점: 13실점(8월 7일 등 3회)
최다 득점: 12득점(7월 3일 등 3회)
무득점 패: 6회
무실점 승: 6회
끝내기 승리: 10회
끝내기 패배: 8회
↑ 소니 그레이는 결국 팀을 떠났다. 사진=ⓒAFPBBNews = News1 |
총평
개막전 첫 날 에인절스를 4-2로 이기면서 딱 하루 공동 선두에 올랐을뿐, 이후에는 계속 밑을 맴돌았다. 5월 31일 지구 최하위로 떨어진 이후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에인절스, 텍사스, 시애틀이 가을 야구로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만 지켜봤을뿐. 9월에 뒤늦게 13승 8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이미 버스는 떠난 뒤다. 텍사스를 상대로 홈에서만 8승을 거두며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린 것에 위안을 삼는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흉물스러운 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이 팀은 올해도 구장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고, 관중 동원은 아메리칸리그에서 뒤에서 1위를 다투고 있다(25일 현재 142만 1146명으로 아메리칸리그 14위). 성적이 떨어지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주전 선수들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6월 18일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트레버 플루페를 탬파베이로 처분한 것을 시작으로 스티븐 보그트(밀워키) 션 두리틀, 라이언 매드슨(이상 워싱턴), 소니 그레이(양키스), 아담 로살레스(애리조나), 욘더 알론소(시애틀) 라자이 데이비스(보스턴)를 이적시켰다.
희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맷 채프먼(2014년 1라운드), 브루스 맥스웰(2012년 2라운드), 라이언 힐리(2013년 3라운드), 채드 핀더(2013년 2라운드), 맷 올슨(2012년 1라운드) 등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한 어린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스몰 마켓 팀이 기댈 구석은 드래프트밖에 없다. 이들은 머릿속으로 캔자스시티, 컵스, 휴스턴의 성공을 떠올리며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투수진의 성장은 조금 더디게 진행됐다. 지난해 31경기에서 186이닝을 소화해 기대를 모았던 켄달 그레이브맨은 어깨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하며 9월말까지 18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션 마나에아(11승 10패 4.56), 자렐 코튼(8승 10패 5.81)도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앤드류 트릭스(왼 고관절), 폴 블랙번(손 타박상)은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선발진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었는데, 이들을 보호해줄 베테랑 선발이 한 명쯤은 필요하지 않았을까?
대신 리암 헨드릭스(67경기 61 2/3이닝), 산티아고 카시야(60경기 56이닝) 등 베테랑 불펜 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줬다. 오클랜드는 선발 소화 이닝이 리그 9위 수준인 841 2/3이닝, 불펜이 리그 7위인 528 1/3이닝으로 비교적 분배가 잘 이뤄진 편이었다.
↑ 크리스 데이비스의 홈런 행진은 놀라웠다. 사진=ⓒAFPBBNews = News1 |
MVP: 크리스 데이비스
이번 시즌 오클랜드에서 가장 화끈했던 타자. 지난해 42홈런에 이어 이번 시즌도 40홈런을 돌파했다. 어슬레틱스 구단 역사상 2년 연속 40홈런을 돌파한 타자는 지미 폭스(1932-34) 이후 그가 처음이다. 아무리 역대급으로 홈런이 쏟아져 나온 시즌이라고 하지만, 40홈런을 기록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다.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주전 선수로 뛰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OPS(0.846)를 기록하면서 공격력이 만개한 모습을 보여줬다. 어슬레틱스는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간(바꿔 말하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2년이나 더 남았다는 사실에 그가 더 예뻐보일 것이다.
↑ 라자이 데이비스는 실망만 남기고 팀을 떠났다. 사진=ⓒAFPBBNews = News1 |
올해의 반전: 라자이 데이비스
반면, 주전 중견수로 시즌을 시작한 또 다른 데이비스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라자이 데이비스는 100경기에서 타율 0.233 출루율 0.294 장타율 0.353 5홈런 18타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지난해 43개를 기록했던 도루도 28개로 뚝 떨어졌다.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여파가 컸다. 결국 지난 8월 24일 마이너리그 선수 한 명과 맞바꾸는 1대1 트레이드로 보스턴으로 떠났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7차전 동점 스리런을 비롯한 풍부한 경험은 스탯에 표현되지 않는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슬레틱스 구단에게는 600만 달러의 연봉을 주고 사기에는 너무 비싼 경험이었다.
↑ 맷 올슨은 시즌 막판 무서운 홈런쇼를 보여줬다. 사진=ⓒAFPBBNews = News1 |
올해의 재발견: 맷 올슨
내셔널리그에 리스 호스킨스가 있다면, 아메리칸리그에는 맷 올슨이 있다. 시즌 첫 18경기 60타석에서 타율 0.196 OPS 0.768 4홈런 9타점에 그쳤지만, 지난 8월 9일 콜업된 이후 치른 40경기에서 153타석에 들어서 타율 0.289 OPS 1.113 20홈런 36타점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9월 16일부터 20일까지는 5경기 연속 홈런도 기록했다. 이 기간 전체 안타가 39개였는데 그중 21개가 장타(홈런 20개 2루타 1개)였다. 이 기간 팀도 20승 20패로 5할 승률을 기록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21경기에서 15홈런을 때린 신인이 됐다.
↑ 블레이크 트레이넨은 이적 후 더 좋은 투수가 됐다. 사진=ⓒAFPBBNews = News1 |
올해의 영입: 블레이크 트레이넨
많은 선수들이 떠났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알 수 없는 유망주들만 팀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션 두리틀, 라이언 매드슨을 내셔널스에 내주고 받아온 블레이크 트레이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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