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2017 프로야구가 막바지를 향할수록 순위 싸움은 더 거세지고 있다. 가을야구 진출을 두고 다투는 팀 가운데 불펜으로 울고 웃는 경우가 잦다.
29일 경기에서도 불펜의 역할이 중요했다. 두산 베어스는 선발 장원준의 7이닝 2피안타 2탈삼진 1실점 호투로 경기를 리드했다. 그러나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용찬이 5-1인 8회말 1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함덕주를 급하게 올렸으나 안타를 허용했고, 김강률이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경기를 끝냈다.
NC 다이노스는 8-3으로 앞선 상황에서 선발 제프 맨쉽을 내리고 정수민 구창모 임창민 이민호를 등판시켰다. 최대한 1이닝씩 끊어 던지게 하며 마운드를 지켰다.
↑ 구창모가 29일 마산 넥센전에 제프 맨쉽에 이어 구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해를 거듭할수록 불펜은 더 불안해지고 있다. 144경기 체제를 시작했던 2015년 당시 리그 불펜 평균자책점은 4.92였다. 이후 2016년 5.05으로 상승하더니, 2017년은 29일 현재 5.16을 기록 중이다. 점점 하락세다.
모 구단 감독은 “많은 경기를 소화하다보니 자주 등판하는 불펜의 힘이 떨어지고 있다. 불펜이 지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불펜을 쓸 수 있는 선수의 수가 정해져 있다 보니 선수들을 세심하게 체크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 불펜으로 좌지우지된 순위 싸움
특히 이번 시즌은 불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했다. 후반기 들어 불펜 때문에 무너진 팀이 있는가하면 불펜 덕을 톡톡히 본 팀이 있다.
유력한 5강 후보였던 넥센 히어로즈는 불펜 방화로 크게 무너졌다. 특히 순위 경쟁이 치열했던 9월 불펜이 힘을 못 썼다. 넥센 불펜은 이달 들어 1승7패 2홀드1세이브 승률 0.125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8.81(10위)로 리그 평균치인 5.63에 훨씬 못 미쳤다.
↑ 이번 시즌 집단 마무리체제를 선택했던 LG 트윈스. 사진=김재현 기자 |
반면, 불펜 덕분에 성적이 수직상승한 팀도 있다. 두산과 롯데 자이언츠다. 두산은 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이 4.74(3위)였으나 3.96(2위)로 상승했다. 롯데는 전반기 5.00(6위)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후반기 3.93으로 강해졌다.
◆ 든든한 소방수의 존재
불펜진이 좋아진 이유는 대체적으로 좋은 자원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롯데의 경우, 오랜 재활 끝에 지난 7월 7일 1군 엔트리에 합류한 조정훈은 불펜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29일 현재 26경기 등판해 4승2패 8홀드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 중이다. 최근 7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조정훈이 좋아지자 덩달아 불펜의 힘도 좋아졌다. 박진형은 전반기 14경기 등판해 1승3패 평균자책점 7.28로 주춤했지만 후반기 30경기 나서 2승1패 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고 있으며, 9월 10경기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는 위력을 펼치고 있다. 마운드가 든든해지니 마무리투수 손승락 역시 부담이 덜해졌고 성적도 좋아졌다. 그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1.93, 무려 21세이브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212에 달한다.
↑ 두산 김강률은 7월부터 위력적인 피칭으로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 ’강한’ 불펜진의 조건
두산 롯데 외 좋은 불펜을 보유하고 팀이 있는 반면, 불펜으로 시즌 내내 깊은 고민에 빠진 팀도 있다. 이에 최원호 SBS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확실한 승리조가 있는 팀이 불펜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 확실한 필승조를 갖고 레이스를 치른 팀은 NC가 대표적이다. 최근 경기에서 주춤하긴 했지만 김진성 원종현 임창민 등으로 꾸려진 필승조가 시즌 초반부터 활약하며 NC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 지난 7월 불펜진에 합류한 뒤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조정훈. 사진=김영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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