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이승엽(41·삼성)이 은퇴경기를 앞두고 23년 프로야구선수 인생의 소회를 밝혔다. 다시 태어나면 너무 힘들어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으나 그에게 야구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이승엽은 3일 오후 은퇴경기를 앞두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오늘 아침 일어나니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오늘따라 야구장을 참 가기 싫더라. 그만큼 심장 하나가 떨어져나가는 기분이다. 야구는 그 동안 내게 많은 것을 줬다. 이제 다시 못 한다고 생각하니 뒤숭숭하고 씁쓸하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승엽은 이날 3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다. 3번타자는 이승엽이 최고의 시절을 보내던 당시의 타순이다. KBO리그 최초로 50홈런 고지를 밟았으며, 시즌 최다 기록인 56개까지 날렸다. 2003년 56호 홈런은 그가 기억하는 최고의 홈런이다.
↑ 이승엽은 3일 KBO리그 대구 넥센-삼성전을 끝으로 현역 은퇴한다. 경기 전 은퇴 기자회견을 갖는 이승엽. 사진(대구)=천정환 기자 |
이승엽은 “내가 가장 좋았던 시절 3번 1루수로 뛰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그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며 “어제까지만 해도 안타 혹은 홈런을 날리고 싶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안타, 홈런 여부를 떠나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열심히 뛰어 팬의 가슴에 이승엽이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전달하면 만족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승엽은 “지금은 스타가 됐기 때문에 야구선수로서 행복하다. 그러나 스타가 되기까지 과정이 너무 힘들다. 절제해야 하고 노력도 많이 해야 한다. 다시 태어나면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며 “그렇지만 야구는 내 인생이자 보물이다. 그리고 사랑이다. 야구를 빼고 내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야구선수라는 꿈을 이뤘고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평생 죽을 때까지 야구인으로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이승엽의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오늘 일어났을 때 기분이 어땠나.
오늘 집을 나오면서 ‘다녀올게’라고 가족과 인사를 나눴다. 솔직히 기분이 별로다. 마지막 경기이니까 야구장을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만큼 나한테는 심장 하나 떨어져가는 기분이다. 야구는 내게 많은 것을 줬다. 다시 야구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 마음이 뒤숭숭하고 씁쓸하다. 서운하다.
-현역 마지막 경기인데 목표가 있다면.
어제까지는 안타나 홈런을 치고 싶었다. 지금은 그저 오늘 하루를 부상 없이 잘 치르면서 팬에게 열심히 뛰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23년 프로야구선수 인생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경기다. 팬의 가슴 속에 ‘이승엽이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전달하면 만족할 것 같다.
-감정이 북받칠 수도 있을 텐데.
지금까지 오면서 가슴 찡한 순간이 몇 차례 있었다. 그 동안 잘 참았는데 오늘은 눈물을 흘릴지 잘 모르겠다. 냉정하게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
-팬을 향한 은퇴사를 준비했는데.
지금도 가만히 있으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내가 준비한 거 다 못할 것 같다. 감사의 인사를 꼭 드리고 싶다.
↑ 이승엽은 3일 KBO리그 대구 넥센-삼성전을 끝으로 현역 은퇴한다. 경기 전 은퇴 기자회견을 갖는 이승엽. 사진(대구)=천정환 기자 |
8년간 일본에서 생활했다. 열성적인 팬이 많으셨다. 모든 분을 만족시켜드리지 못했으나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됐으면 싶다. 사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미치지 못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많이 배운 곳이다. 내가 지금까지 선수로 뛸 수 있었던 것도 (일본 생활을 통해)나태해지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 팬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향후 진로 계획은 세웠는가.
고민 중이다. 지인들과 상의하고 있다. 아직 결정을 하지 않아 말씀 드리지 않아. 좀 더 공부를 하거나 해설위원으로 활동을 할 것 같다. 다른 선택지도 있는데, 저 둘 중 하나를 택할 것 같다.
-다시 태어나면 야구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지금 난 행복하다. 그것은 내가 스타가 됐기 때문이다. 야구선수로서 누릴 수 있던 행복이 매우 크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까지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절제된 삶을 살아야 하며, 노력도 무던히 해야 한다. 때문에 태어난다면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다.
-수많은 기록 중 애착이 가는 기록이 있다면.
팀 기록은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첫 우승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 기록 중에는 2003년 56호 홈런을 쏘아올렸을 때다. 4년 전(1999년) 50홈런을 돌파했으나 54홈런에서 끝났다. 그래서 아쉬움이 매우 컸다. 그래서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둬야 한다고 다짐했다. 2003년 10월 2일,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했다. 그 홈런이 없었다면 정말 평생 후회했을 것 같다.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야구 모든 사람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1명의 잘못이 아니다. 주위 선후배가 같이 잘못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서는 안 된다. 야구장 찾는 어린이 팬이 많다.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이승엽
야구는 내 인생이자 보물이다. 야구를 빼놓고 나를 찾을 수 없다. 내 꿈은 야구선수였다. 그 꿈을 이뤘고 최고의 선수가 됐다. 야구를 통해 얻은 게 많다. 평생 죽을 때까지 야구인으로 살면서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길을 찾겠다. 야구는 정말 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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