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이승엽(41)의 은퇴식이 절정에 이른 순간, 삼성 선수들은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떠나는 선배를 축하했다. 그리고 일제히 빠져나갔다. 그러나 1명만 남아있었다. 삼성의 또 다른 전설, 박한이(38)였다,
박한이는 표정 관리를 하려고 애를 썼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 정말 잘 참았는데.” 그는 마치 건드리면 눈물샘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이승엽은 은퇴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리고 박한이와 마주한 뒤 짧은 대화를 나누고 포옹을 했다. 말로 다 하지 못할 표현을 몸으로 교감했다.
↑ 박한이가 3일 은퇴식을 마친 이승엽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대구)=이상철 기자 |
이승엽이 잊지 못하는 첫 우승(2002년)과 56홈런(2003년)의 순간, 그 옆에는 박한이가 있었다. 그리고 이승엽이 다시 삼성에 돌아왔을 때도 박한이가 있었다.
오랜 시간 삼성을 대표했던 두 사나이, 한 명은 남고 한 명은 떠난다. 이승엽의 은퇴경기는 다른 의미가 컸다. 후배들은 어느 때보다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힘을 한데 모았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는 박한이였다. 6-6의 5회말 2사 1,2루서 2루타를 때렸다. 1루수 송성문이 제대로 잡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타구’였다. 박한이의 시즌 마지막 안타(31호)이자 통산 2058번째 안타였다. 마지막 순간,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다던 이승엽의 소망을 이뤄주는 결승타였다.
박한이의 활약도 오랜만이었다. 2001년 프로 입문 이래 1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안타를 기록한 그는 올해 힘겨운 시기를 겪었다. 선발 출전은 지난 9월 9일 광주 KIA전 이후 24일 만이었다.
7회 김헌곤과 교체될 때까지 그는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올렸다. 이날 멀티히트를 기록한 삼성 선수는 홈런 2개를 날린 이승엽을 비롯해 박한이, 김성훈 등 3명밖에 없었다.
박한이는 “이승엽 선배의 은퇴경기라서 꼭 보탬이 되고 싶었다. 마지막 경기를 함께 뛰는데 정말 잘 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나 역시 승리가 간절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승리로 좋은 선물을 드려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시즌 도중 박한이에게 “혼자 은퇴를 하는 게 외롭다. 그러니 나랑 같이 은퇴하자”라는 말을 툭툭 던졌다. 농담 가득한 말이다. 그러나 이승엽의 진심도 담겨있다. 박한이는 “내가 왜 같이 떠나냐”라며 울컥했다. 그는 이승엽이 없을 2018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승엽과 작별하는 순간 울컥했다. 진심의 인사, 그리고 진심의 포옹.
박한이 주위에 있던 몇몇 삼성 관계자는 박한이를 향해 “다음에는 네 차례다. 준비해라”라고 했다. 박한이는 줄곧 삼성 유니폼만 입고 7번의
박한이는 “글쎄, (내 은퇴식은)모르겠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정도면)정말 잘 보내는 것 같다. 다 잘 된 것 같다”라며 흡족해했다. 가슴속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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