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사면초가.’ 신태용 감독이 유럽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대표팀을 둘러싼 분위기를 가리킨 표현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뒤 첫 걸음이었다. 그러나 결코 가벼울 수 없었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내년 6월 러시아에서 결실을 맺으면 됐지만, 어느 때보다 그 과정까지 중요해졌다. 대표팀의 경기력 부진 논란을 신 감독도 지우지 못했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때문에 유럽 원정 평가전은 단순한 평가전이 아니었다. 그는 10월부터 진짜 신태용식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강호를 상대로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 A매치 4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다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작아지는 희망도 키워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그 준비과정에서 가능성을 보여줘야 했다. 신 감독은 지난 2일 러시아 모스크바로 출국하면서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리고 꼭 희망을 보여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국은 러시아, 모로코를 상대했다. 러시아는 월드컵 개최국이며, 모로코는 아프리카지역 최종예선 C조 중간 선두다. 오는 12월 본선 조 추첨 결과에 따라, 내년 6월 러시아에서 재격돌할 수도 있다.
월드컵 예비고사였다. 그런데 무기력했다. 3골을 넣고 7골을 내줬다. 그러나 득점 이전까지 스코어는 0-4와 0-3이었다. 이미 승부가 기운 시점이었다.
K리거가 제외된 한국은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해외파로만 구성됐다. 불가피한 실험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준비가 부실했다. 임기응변에도 한계가 있었다.
장현수(FC 도쿄)를 포어 리베로로 두는 변형 스리백 전술은 실패를 맛봤다. 신 감독은 모로코전에서 전반 28분 만에 변화를 줬다. 줄 수밖에 없었다.
측면 수비수가 부족해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이 오른쪽 수비를 책임져야 했지만, 익숙한 위치가 아니었다. 상대는 이청용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택했다. 뼈아팠다. 무리수이자 자충수였다.
↑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 A매치 4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다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작아지는 희망도 키워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팀으로 잘 조직되고 정비되지 않았다. 끈끈하지 않으니 상대에게 밀렸다. 호흡 불일치 상황도 많았다. 협력 수비가 원활하지 않았으며 잔 실수가 끊이지 않았다. 안정감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대표팀을 둘러싼 분위기는 더욱 차가워졌다. 신 감독이 밝힌 강팀이 되기 전, 팬의 기대치에 부응하기까지 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았을 터다.
신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채찍과 함께 당근도 같이 주기 바란다”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러시아월드컵 본선이다. 그러나 ‘잘 싸웠다’라는 평조차 듣지 못
대표팀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왜 그런 지는 누구보다 태극전사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맹목적이면서 무한에 가까운 신뢰는 없다. 신 감독의 말대로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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