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황석조 기자] 헥터가 흔들렸지만 KIA 타이거즈에는 또 한 명의 에이스가 있었다. 양현종(30)이 집념과 투혼의 역투란 무엇인지 보여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양현종은 26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서 선발 등판해 9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따냈다.
벼랑 끝은 아니었지만 팀 입장에서 위기는 분명했다. 전날(25일) 열린 1차전서 패하며 기선을 제압당한 KIA에게 2차전은 그래서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선발투수로 나서는 양현종은 더했을 터. 팀 우승의 명운 더 나아가 광주 홈 팬들을 이끌 분위기가 달려있었다.
↑ 양현종(사진)이 최고의 역투로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냈다. 사진(광주)=김재현 기자 |
양현종은 이번 한국시리즈서 사실상 2선발의 역할을 맡았다. 에이스들간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지만 1선발과 2선발은 차이가 있다. 헥터와 함께 동반 20승을 따냈지만 단기전 최우선 카드는 헥터의 것이었다.
그렇게 지난 1차전에 나선 헥터는 평소보다 훨씬 좋지 못한 제구력으로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2차전에 나선 양현종은 달랐다. 1선발도 가능했다고 무력시위 하듯 완벽한 피칭을 뽐냈다. 1회초 첫 타자 민병헌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후 12타자를 범타로 이끌며 초중반 확실히 기를 제압했다.
양현종은 이날 150km 안팎의 빠른 강속구와 묵직한 볼 끝이 빛났다. 플레이오프부터 뜨겁게 달궈졌던 두산 타선을 차갑게 가라앉히기 충분했던 구위. 6회초 민병헌에게 2루타를 맞으며 이날 경기 첫 장타를 허용했다. 급격히 스트라이크보다 볼이 많아졌다.
그러나 양현종은 위기상황을 삼진으로 연거푸 막아내며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이 나오며 마운드를 주도했다. 커리어에 비해 개인통산 포스트시즌 선발등판이 한 번에 그치는 등 가을야구서 존재감이 없었지만 이날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듯한 필사의 역투가 나온 것.
양현종은 수차례 위기를 막아낸 뒤 8회초, 상대타선을 완벽히 봉쇄한 뒤 덕아웃으로 내려오며 관중들로하여금 호응을 이끌어내는 몸짓을 선보였다. 팬들은 환호했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 또한 침체된 팀 전체 분위기를 끌어올리고자 했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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