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김승회(두산)는 36세에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 그러나 마냥 기쁠 수 없었다. 맹렬하게 추격하던 상황에서 김승회가 내보낸 주자는 홈을 밟았다. 그리고 팀은 졌다.
김승회는 지난 28일 KIA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 9회초 등판했다. 그의 한국시리즈 첫 경기였다.
1-4로 뒤지던 두산은 7회말 에반스의 홈런과 8회말 김재환의 적시타로 3-4까지 쫓았다. 마지막 공격(9회말)에서 뒤집기를 노리던 두산이었다.
↑ 김승회는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하지만 김승회는 첫 타자 안치홍에게 풀카운트 끝에 안타를 허용했다. 후속타자 김선빈은 희생번트로 안치홍을 2루로 보냈다.
1사 2루. 공 10개를 던진 김승회는 바통을 김강률에게 넘겼다. 김강률은 김호령을 외야 뜬공으로 치러했으나 대타 나지완에게 홈런을 얻어맞았다. 스코어는 3-4에서 3-6이 됐다. 김승회도 1실점으로 기록됐다. 씁쓸한 결과다.
김승회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신의 공이 만족스럽지 않다. 그는 “한국시리즈는 확실히 다르다. 압박감이 심하더라. 경기도 매우 팽팽하다. (타선의 폭발로 점수차가 컸던)플레이오프와는 다르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긴장된다”라고 전했다.
김승회는 2003년 2차 5라운드 40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2012년 말 FA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떠났다. 롯데, SK를 거친 그는 지난해 말 보류선수 명단에 제외됐다. 방출이었다. 그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친정 두산이었다. 지난 1월 연봉 1억원에 계약했다.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어 행복하다는 김승회는 팀을 위해 헌신했다. 그는 69경기를 뛰었다. 김강률(70경기)에 이어 팀 내 최다 출전 2위. 개인 시즌 최다 경기다. 그리고 11홀드로 2006년(10홀드) 이후 11년 만에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했다.
김승회는 김태형 감독의 불펜 구상에 주요 직책을 맡았다. 함덕주, 이현승, 이용찬 등과 함께 핵심 불펜 자원이다. 그는 플레이오프에서도 두 차례 구원승(4.15)을 거뒀다. 4⅓이닝(3경기)을 책임졌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첫 등판서 삐끗했다. 아쉬움이 크다. 미안함도 크다. 김승회는 “기회를 주신 만큼 (팀과 감독님께)보답해야 한다. 올해만큼은 더욱 그래야 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가 바라는 것은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다. 어떻게든 기여하고 싶다.
불운했고 주춤하기도 했지만 두산의 불펜에 이상 신호는 없다. 플레이오프를 거쳤으나 체력적인 부담도 없다. 김승회는 “이현승, 이용찬을 중심으로 잘 뭉치고 있다. 3차전을 마친 뒤에도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추슬렀다”라고 이야기했다.
홈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겠다던 두산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두산이 우승하려면 광주를 가야 한다. 물론, 4·5차전마저 내줄 경에는 불가능한 일이
두산은 한 걸음 뒤에 있을 따름이다. “팀의 한국시리즈 3연패에 꼭 힘을 보태고 싶다”던 김승회도 만회하기를 바라고 있다. 원래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고 하나 29일 훈련을 마친 그의 몸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는 당차게 외쳤다. “광주에는 ‘당연히’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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