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초대장은 이제 9장 밖에 남지 않았다. 오는 16일(이하 한국시간)이 되면 그 주인이 모두 가려진다.
5장이 주어지는 아프리카는 조별리그 방식으로 예선이 펼쳐진다. 나이지리아(B조), 이집트(E조)가 본선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A·C·D조는 마지막 한 경기 결과로 운명이 뒤바뀔 수 있다. 조 최하위와 겨루는 튀니지(A조 1위), 세네갈(D조 4위)과 달리 C조는 모로코(1위)와 코트디부아르(2위)의 단두대 매치가 펼쳐진다.
그 벼랑 끝 싸움은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진다. 유럽, 남미, 북중미,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모두 해당된다. 더욱 박 터진다. 플레이오프. 마지막 기회다. 가까스로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쥔 한국을 위협했던 시리아도 밟지 못한 최종 관문이다.
↑ 경쟁률은 2대1. 하지만 더 박 터진다.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플레이오프 대진. 4개국만 내년 6월 러시아에 갈 수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일대일 대결이다. 승자는 둘 중 하나다. 그리고 한 판이 아니라 두 판 승부(홈 앤드 어웨이)다. 10일 오전 4시45분 북아일랜드-스위스전 및 크로아티아-그리스전을 시작으로 총 플레이오프 12경기가 펼쳐진다.
매치업도 흥미로워 강팀의 평가전보다 훨씬 눈길이 모아진다. 한국도 눈여겨본다. 이 가운데 태극전사가 내년 6월 러시아에서 상대할 팀이 나올 수도 있다.
↑ 부폰(사진)과 이탈리아는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또 한 번 시련을 겪게 됐다. 그 결과는 20년 전과 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사진=ⓒAFPBBNews = News1 |
플레이오프 관심도가 가장 큰 지역은 유럽이다. 노르웨이를 제외한 9개 조 2위를 기록한 8개국이 2팀씩 짝을 이뤄 외나무다리 대결을 벌인다.
그 중 빅매치는 이탈리아와 스웨덴의 격돌이다. 이탈리아는 월드컵의 단골손님이자 강호다. 통산 4차례 정상도 밟았다. 예선 탈락은 1958 스웨덴월드컵이 유일하다. 그렇지만 스페인에 밀려 G조 2위에 그치면서 그 악몽이 재현될까봐 전전긍긍이다.
탈락 위기는 처음이 아니다. 이탈리아는 20년 전의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1998 프랑스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러시아(2-1 승)와 치열한 접전 끝에 본선 진출 티켓을 획득했다. 눈 덮인 모스크바의 그라운드에서 러시아의 공세를 막아냈던 이가 부폰(유벤투스)이었다.
운명의 장난인지, 플레이오프를 거쳐 첫 월드컵 기회를 잡았던 부폰은 6번째이자 마지막 월드컵 기회도 벼랑 끝에서 따내야 한다. 궁지에 몰린 조국을 구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는 부폰이 유년기를 보냈던 1987년 11월 이후 스웨덴을 5승 1무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다만 2골차 이상 승리는 1번도 없었다.
2006 독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문을 두들기는 스웨덴은 유럽 예선 A조에서 프랑스를 위협했고 네덜란드를 제쳤다.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는 이번이 2번째. 첫 경험은 쓰라렸다.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에게만 4골을 허용하며 포르투갈에게 2-4로 무릎을 꿇었다.
그렇지만 단두대 매치 경험은 이탈리아보다 더 많은 편이다.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 플레이오프에서는 덴마크를 꺾은 바 있다.
↑ 그리스와 크로아티아는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예선 플레이오프 100% 승률을 자랑했다. 둘 중 하나는 깨진다. 사진은 유로 2012 예선 맞대결. 파파스타토포울로스(왼쪽)와 로브렌(오른쪽)은 이번에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AFPBBNews = News1 |
유럽지역 예선은 32개국으로 확대된 1998 프랑스월드컵부터 플레이오프가 진행되고 있다. 24개국이 최소 1번이라도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강호도 예외는 아니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 스페인, 프랑스도 경험했다. 그 가운데 ‘생존왕’끼리 정면충돌한다.
그리스(2010·2014)와 크로아티아(1998·2014)는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 승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나란히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본선에 나갔던 두 팀은 4년 뒤에도 험난한 관문을 뚫어야 한다. 플레이오프에서 두 팀이 맞붙은 것은 처음이다. 유로 2012 예선 이후 6년 만에 대결이다. 100% 승률을 이어갈 팀은 하나다. 다른 하나는 월드컵 예선 탈락과 함께 100% 승률이 깨진다.
아일랜드도 플레이오프와 사연이 참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앙리의 핸드볼 논란 속 프랑스에게 본선 진출을 티켓을 내줬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이다. 아일랜드는 공교롭게 2002 한일월드컵 이후 8년 주기로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다. 이번에는 덴마크를 상대한다.
아일랜드가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것은 2002 한일월드컵이 유일하다. 당시 아일랜드의 상대는 유럽이 아닌 아시아의 이란(2-1 승)이었다.
최근 원정 6경기 연속 무패(3승 3무) 중인 아일랜드가 더 자신하는 이유 중 하나는 플레이오프 경험이다. 유로 대회에서는 이골이 났다. 유로 2012 및 2016에서는 에스토니아(5-1)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3-1)를 꺾고 본선에 오른 바 있다.
딱 1번만 지고도 B조 2위로 밀린 스위스는 12년 만에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터키와 4-4로 비긴 뒤 원정 다득점으로 힘겹게 따돌렸다. 그렇게 따낸 1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이었다.
간절함은 북아일랜드가 더 클지 모른다. 북아일랜드는 1986 멕시코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꿈꾸고 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인 2004년 평가전에서는 0-0으로 비겼던 스위스와 북아일랜드다.
↑ 호주는 끝까지 웃을 수 있을까. 월드컵 예선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하러 북중미카리브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
러시아월드컵 예선 대륙간 플레이오프는 아시아-북중미카리브 및 남미-오세아니아 대결로 펼쳐진다. 대륙간 플레이오프 대진은 매번 바뀌었다. 4년 전에는 남미-아시아 및 북중미카리브-오세아니아였다. 현행과 같은 구도는 2006 독일월드컵이 마지막이었다.
호주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예부터 지금까지 오세아니아에는 0.5장의 티켓이 주어지고 있다. 호주는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회원국일 때 수없이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그리고 1990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가시밭길을 통과했던 것은 ‘히딩크 매직’으로 이뤄낸 2006 독일월드컵이 유일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아르헨티나, 스코틀랜드, 우루과이 등과 겨뤘던 호주는 이번에 유럽, 남미를 피했다. 북중미카리브의 온두라스를 상대한다. 강호를 피한 것은 기쁘나 온두라스까지 가는 여정이 험난하다. 역시차의 부담까지 뒤따른다.
아시아가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사례는 1번뿐이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이란이 원정 다득점으로 웃은 것이 유일했다. 공교롭게 당시 상대가 호주였다.
아시아의 챔피언은 체면이 많이 구겨졌다. 호주에게는 원정 1차전 결과가 변수다. 온두라스는 북중미카리브해지역 최종예선 홈경기에서 2승 2무 1패를 기록했다. 멕시코(6승 3무 1패)를 유일하게 꺾었다.
페루는 1982 스페인월드컵 이후 36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베네수엘라와 함께 동네북이었던 페루는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에서 각성했다. 매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칠레, 파라과이를 따돌렸다.
페루의 2016년 11월 이후 월드컵 예선 8경기 성적표는 4승 3무 1패. 세계랭킹 1위 브라질에게 0-2로 진 게 유일한 패배다. 이를 바탕으로 페루는 세계랭킹 10위까지 도약했다.
남미의 대륙간 플레이오프 통과 확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83.3% 확률이다. 2006 독일월드컵 예선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호주에게 승부차기로 패한 우루과이만이 굴욕의 역
뉴질랜드는 호주가 아시아로 떠난 뒤 오세나이아의 맹주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2번의 대륙간 플레이오프 성적은 1승 1패.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바레인을 제압하며 28년 만에 본선행을 이뤘다. 하지만 4년 전에는 멕시코에게 3-9로 대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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