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7일, 김성배(36)와 연락이 닿았다. 그에게 궁금하고 물어볼 이야기가 많았다. 그는 FA 자격을 얻고도 신청하지 않은 4명 중 1명이었다. 2003년 프로 입문 이래 잡은 첫 기회로 재자격이었던 다른 3명과 달랐다.
여러 가지를 유추할 수 있으나 정확한 사실은 김성배만 알고 있다. 긴 수신음 끝에 연결된 통화는 짧았다. “내가 느끼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FA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의 답변이었다. 그리고 그는 두 차례나 “잠시 후 연락하겠다”라고 했다.
김성배와 다시 연락이 닿은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하지만 그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다. 구단(두산)과 이야기를 나눴으며, 그에 대해 아직 고민 중이었다.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으나 대략 어떤 상황인지 직감할 수 있다. 그는 “내일이면 최종 결정을 할 것 같다”라며 8일 저녁 다시 통화하자고 했다.
↑ 김성배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다시 마운드에 서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어떤 유니폼을 입든 마운드에 서고 싶다. 사진=김재현 기자 |
김성배와 통화는 ‘약속’보다 앞당겨졌다. 굳이 기다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단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곧 밝혀졌다. 8일 오후 두산은 김성배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두산의 2018년 계획에 김성배는 전력 외로 분류됐다. 현역 은퇴. 현실은 냉정했다. 그러나 김성배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대로 그만두기에는 억울하고 아쉬웠다. 고민 끝에 그는 현역 연장을 택했다.
김성배는 올해 KBO리그에서 45경기 2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1경기도 뛰지 않았다. 두드러진 성적표가 아니다. 그러나 좀 더 부딪히고 싶었다.
김성배는 “솔직히 내 미래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이대로 끝내는 것은 내가 받아들이기 어렵더라. 안 될지언정 그만두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두산은 2011년 말에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김성배를 제외했다. 그 뒤 롯데가 그를 지명했다. 두산을 떠나는 것은 상무까지 포함해 이번이 3번째다. 그리고 ‘선수’로서 마지막 작별이다.
그는 “구단에 서운함은 전혀 없다. (2차 드래프트로 롯데에 간)나를 (2016년 7월 트레이드로)다시 데려갔다. 그 덕분에 (지난해 한국시리즈)우승 반지도 끼지 않았나. 감사한 마음이 훨씬 크다”라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내가 부족했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 김성배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도전했다. 이대로 그만둘 수 없기 때문에. 사진=옥영화 기자 |
두산이 서둘러 보류명단 제외 소식을 전한 것은 김성배의 요청이었다. 김성배는 “다른 팀에서 뛰더라도 야구를 더 하고 싶었다. 그래서 구단과 상의 끝에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새 팀을 찾기 위해)좀 더 빨리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주기를 부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FA 신청을 하지 않았으나 김성배는 ‘자유의 몸’이 됐다.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족쇄가 될 수 있던 보상 규정도 없다. 구단은 김성배의 연봉만 지급하면 된다. 김성배의 올해 연봉은 1억5000만원. 하지만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김성배에게 대우는 중요하지 않다.
김성배는 “욕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로 제2의 인생도 준비해야 하나 지금은 그 때가 아니다. 아직까지 공을 더 던질 수 있다. 그렇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선수생활을 마치고 싶다. 1년이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 정말 뼈가 으스러지더라도 공을 던지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의 말투에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김성배는 자신과 다른 길을 택한 정재훈과 7일 저녁 만났다. 정재훈은 공을 더 던질 수 있는 김성배를 격려했다. 쉽지 않은 재활과 불투명한 미래로 은퇴를 결정한 정재훈에게 ‘건강한’ 김성배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재훈은 “꼭 다시 일어서기를 바란다”
베테랑 김성배는 풍부한 경험과 사이드암의 특수성이 있다. 불펜 강화를 꾀하는 팀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다. 김성배의 야구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올 겨울은 그에게 따뜻한 겨울이 될 수 있을까. 그는 묵묵히 운동을 하며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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