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은 우리의 삶에서 많이 쓰이는 말 중 하나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를 맞이한다. 이 차이는 적지 않다. 그렇기에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자연스럽게 신중함을 수반한다.
야구선수에게 군입대 시기를 조율하는 일도 그렇다. 최근 LG 트윈스 외야수 안익훈(21)이 이와 같은 고민에 빠져있다.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는 뜻. 단 전제할 것이 있다면 안익훈이나 LG 구단 모두 군입대를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여기서 고민에 빠진 이유는 그의 현재 기량과 미래 기대치, 달라진 팀 환경에 따른 부분이다. 적절한 군입대 시기가 언제인지 여부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 안익훈(사진)의 군입대에 관한 고민이 이제 종착점에 다달았다. 사진=MK스포츠 DB |
우선 현재 상황만 정리해보면 간단하다. 안익훈은 1996년생으로 만 21세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수비능력을 갖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주로 대수비 역할로 뛰었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능력까지 키웠다. 자리를 잡은 상태까지는 아니나 출전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타구의 질도 좋아졌다. 양상문 전임 LG 감독은 당시 안익훈에 대해 “타격이 좋아졌다. 자신감이 붙어 허무하게 아웃당하지 않는다”라고 자주 칭찬했다. 기대주들의 경연장과도 같던 LG 외야경쟁에서 점차 주목을 받더니 시즌 말미에는 1순위 중견수로 기용되는 일이 잦았다. 최근에는 24세 이하 국가대표에도 뽑혀 16일부터 열리는 대회에도 참가한다.
안익훈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상무 입대를 타진했는데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는데 성공했지만 당시 정황을 살펴보면 예상 밖 고배라는 평가가 많았다. 안익훈은 올 시즌을 마친 뒤 다시 상무 입대를 노크할 예정이었다. 일찌감치 군에 다녀온 뒤 선수로서 본격적인 능력을 발휘해보겠다는 의도. 스스로의 입지가 완벽한 상태가 아닌 아직은 유망주에 머물러있기에 2년이라는 시간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LG 구단 입장에서는 최근 팀 내 내야수 오지환의 사례가 보여주듯 군복무를 미루다가 애매해진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안익훈 입대도 신중하게 접근했다.
▲새롭게 단장한 LG, 돌연 안익훈 변수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팀이 새 단장을 하게 된 것. 양상문 감독이 단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류중일 감독이 새로 취임했다. 자연스럽게 코칭스태프도 크게 변했다.
새로 LG 감독이 된 류중일 감독은 취재진을 상대로 한 인터뷰에서 몇 번이나 안익훈에 대해 언급했다. 내용은 한 마디로 “아쉽다”이다. 이는 실력이 아쉽다는 게 아니라 군대에 간다는 사실이 아쉽다는 뜻. 안익훈이 현재 LG 외야에 괜찮은 자원이라 기대가 큰데 군입대를 하게 된다니 구상해볼 내년 전력 밑그림에서 아쉽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LG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단계인 류 감독이 베테랑 사령탑으로서 자질 있는 야수를 눈여겨본 것. 그도 그럴 것이 류 감독은 평소 수비를 중시하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호한다. 안익훈이 그 정확한 예가 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입대를 생각하던 안익훈의 머리도 다소 복잡해졌다. 최근 대표팀 훈련에 합류해 맹활약하고 있지만 당장 결정의 순간도 다가오기에 고민될 수밖에 없을 터. 대표팀 훈련 도중 만난 안익훈은 “아직 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단장님과 통화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며칠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고 속내를 밝혔다. 상무 지원시기가 다가오기에 결과적으로 얼마 뒤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인데 그만큼 고민이 적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이와 관련돼 LG 구단 입장은 조심스럽지만 선수 의중을 고려해 논의 중이라는 설명. 양상문 단장은 11일 “(익훈이에게)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 해달라고 전했다. 가능하다면 본인생각을 존중할 생각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 저런 경우 다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하며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안익훈(사진)은 군입대에 관해 최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군입대를 회피할 의도가 아니기에 안익훈에 대해 비판하거나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운동선수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군 입대 시기에 관해서는 고민한다. 이유는 각각 처한 사정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가지 길이 있다. 우선 올해 가지 않는 경우. 이유는 많다. 새로 온 베테랑 사령탑이 공개적으로 몇 번이나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며 기대감을 표현하는 일은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흔히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류 감독과 안익훈 사이에는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다. 이 말은 온전히 기량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하다는 것.
또 냉정하게 현재 LG의 외야에는 확실한 주인이 없다. 이천웅, 채은성, 이형종 등이 함께 경쟁 중이지만 자리매김 했다고 보여 지는 선수는 없는 실정이다. 다르게 말하면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의미. 사실 안익훈 또한 아직은 흔한 기대주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가능성을 비췄다 정도지 대세가 되기에는 모자라다. 2년 뒤에도 이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름값으로 기대감을 주기는 어렵다.
물론 LG가 2년 뒤에도 이처럼 외야에 딱히 주인이 없는 경쟁의 장이라면 안익훈은 비장의 다크호스로 꼽힐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것은 LG 외야가 여전히 답보상태라는 뜻도 된다. 우승을 위해 새 감독도 모셔오고 FA도 영입하고 온갖 노력을 하고 있는 마당에 비관적인 미래가 아닐 수 없다. 육성이 안 된다면 FA 영입, 외인타자 영입이라도 해서 우승도전 팀 외야를 만들어야 팬들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최형우-버나디나-이명기 영입으로 우승에 성공한 KIA가 그 예다. 그렇게 된다면 안익훈 입장에서 적어도 LG에서 자리를 찾는 시나리오는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 안치홍(KIA)-김선빈(KIA) 정도 성과를 내야 제대 후 반응을 기다릴 수 있을 터다.
안익훈 입장에서 내년 시즌 충분한 기회를 받았음에도 스스로 나아지지 못한다면 1년 늦게 입대하면 된다.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나 내년 입대에 장애물이 있는 것은 아닌데다 나이도 이제 21세에 불과하다.
↑ 안익훈(사진)은 최근 대표팀에 합류해 색다른 시즌 막판을 보내고 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알쏭달쏭, 안익훈의 의중은
군입대에서 고민으로. 안익훈 입장은 미묘하게 변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LG 구단은 조심스럽지만 여러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기도 했다. 가지 않는다면 원례 계획으로 흐르는데다가 자칫 일어날지 모를 향후 군입대 변수를 차단할 수 있다는 기대. 반면 가지 않는다 해도 이례적인 새 사령탑의 공개적 기대, 올 시즌 가을야구 탈락의 아쉬움을 극복하는 게 급선무인데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어떤 결정도 안익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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