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고요한(29·FC 서울)의 A매치 데뷔전은 2009년 10월 14일 세네갈전. 그를 발탁한 A대표팀 감독은 허정무, 최강희, 홍명보, 신태용 등 4명. 하지만 8년의 세월 동안 그가 뛴 경기는 13번 밖에 안 됐다.
고요한은 대표팀에서 측면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수로 뛰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만큼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대표팀 소집도 ‘띄엄띄엄’이었다. 2번째 A매치를 뛰기까지 2년 10개월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또한, 신태용호 1기에 승선한 그는 3년 6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동국(2년 10개월)보다 더 오래됐다. 고요한은 “다시 내게 태극마크 기회가 올까 싶었다”라고 했다.
↑ 고요한은 2009년 10월 A매치에 데뷔한 뒤 13경기 밖에 뛰지 않았다. 그리고 만족스런 경기도 없었다. 이번 콜롬비아전이 그에게 최고의 경기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책임감도 크다. 팬의 관심도 크다. 당근과 채찍을 쉴 새 없이 준다. 그렇지만 고요한은 그 동안 안티 팬이 가장 많은 태극전사 중 1명이었다. 몇 경기 뛰지도 않았음에도.
그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악플로 SNS를 비공개로 전환하기까지 했다. 콜롬비아전을 앞두고 그가 중앙 미드필더로 뛸 것이라는 소식에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고요한은 멋진 반전을 이뤘다. 콜롬비아전 MVP는 2골을 넣은 손흥민이 받았으나 스포트라이트는 고요한에게 더 쏠렸다. 그림자 수비로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완벽하게 지웠다.
13번째 A매치 만에 고요한은 활짝 웃었다. 그에게는 A매치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는 “오늘만큼은 기분 좋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아내도 ‘정말 잘했다’라며 기뻐하더라”라고 말했다.
고요한에게도 ‘월드컵 출전’이라는 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2004년 프로무대에 입성했다. 서울의 유망주 육성 정책과 맞물려 토월중을 졸업하고 프로에 직행했다. 이청용, 기성용, 송진형 등과 같은 선택이었다. 프로 입문 이후 3번의 월드컵이 열렸다. 하지만 그는 TV로만 지켜봐야 했다.
10대, 20대를 지나 30대가 돼서야 월드컵이 현실로 다가온다. 신 감독은 고요한을 꾸준히 발탁하고 있다. 그리고 콜롬비아전을 통해 새로운 역할과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 동안 그 자리는 확실한 주인이 없었다. 기성용의 파트너는 대표팀의 고민거리였다 .
↑ 고요한은 지난 10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꽁꽁 묶었다. 사진=옥영화 기자 |
내년 6월 월드컵에서는 최소 한국보다 강한 3팀과 겨룬다. 상대 에이스를 봉쇄해야 하는 가운데 고요한 카드는 매력적이다. “가장 더럽게 공을 찬다”는 신 감독의 표현대로 고요한에게는 특별한 무기를 갖고 있다. 또한, 그는 멀티 플레이어다.
너무 앞서 나갈지 모른다. 월드컵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동아시안컵 등 시험이 많이 남아있다. 부상이라는 암초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고요한은 희망을 쐈다
태극마크를 달고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딱 그날까지 만이다. 고요한은 다시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는 “아직까지 난 부족하다. 팬이 만족할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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