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드디어 출항이다. 과정이 쉽지 않았던 전임감독제가 도입된 뒤 맞이하는 첫 국가대항전. 동시에 24세 이하 영건들이 대거 포함되며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25명의 프로야구 희망들은 대회에서 무엇을 찾아야할까.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APBC 2017) 국가대표팀이 14일 오전 대회가 열리는 일본 도쿄로 향한다. 대회 공식개막전은 16일. 14일과 15일은 경기 전 훈련 및 각종 준비가 이어질 예정이다.
↑ 선동열(사진)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APBC2017 대표팀이 14일 결전의 장소인 일본 도쿄로 향한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이달 초 소집돼 잠실과 고척돔에서 호흡을 맞춘 대표팀은 쉽지 않은 강훈련을 소화했다. 아무래도 포스트시즌을 치른 몇몇 팀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시즌을 마친 지 한 달여 지났기에 실전감각 회복이 쉽지 않았기 때문. 첫 날 하주석이 발목 부상을 당하고 첫 연습경기 때 박민우가 무릎 부상을 호소했지만 영향을 끼칠 정도로 크지 않아 모두를 안도하게 했다.
그만큼 고된 훈련. 다만 분위기만큼은 역대 최고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비슷한 연배와 연차로 구성된 선수들이 대다수이니 새로운 분위기가 창출됐다. 부담감도, 걱정도, 피곤함도 이겨낼 정도로 파이팅이 넘쳤고 즐거운 분위기로 연결됐다. 긴 시즌이 끝난 뒤였지만 마치 스프링캠프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 선 감독은 “자세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선수들이 의욕적으로 정말 열심히 훈련을 해줬다. 그런 면은 정말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칭찬했다. 선수단 역시 “분위기만큼은 정말 최고” “걱정보다는 자신감 있고 기대된다”고 이구동성 입을 모았다.
↑ 이번 대표팀은 24세 이하 및 프로 3년차 이하로 구성됐는데 역대 최고 중 하나의 팀워크와 분위기를 자랑한다는 평가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이번 대회는 이름 그대로 24세 이하 혹은 프로 3년차 이하가 출전한다. 게다가 초대 대회이기도 하다. 한국과 일본, 대만이 국제대회마다 자주 부딪히는 상대지만 이번 대회가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는 이유다. 그만큼 준비부터 경기양상까지 쉽게 예단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전체적으로 일본의 전력이 가장 우세로 꼽히고 그 뒤를 한국과 대만이 이어간다는 전망이 많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성인대표팀이 기준이다. 대표팀 입장에서 일본을 무조건 경계할 필요도 그렇다고 대만을 쉽게 볼 필요도 없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봤을 때 이번 대회는 친선의 의미가 크다. 나아가 앞으로를 준비하는 전초전 성격도 강하다. 당장 내년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2019년에는 프리미어12 2회 대회, 2020년에는 도쿄올림픽이 예정됐다. 이를 준비하고 미래의 대표 원석들을 발견하는 의미 그리고 미리 국제대회 분위기를 느끼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한국과 일본, 대만 모두 그러한 의도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승부 이상의 초월적 내용을 기대하는 이유다.
물론 승부가 아예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당장 와일드카드 3명 선발에 있어서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심지어 일본은 와일드카드를 뽑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깜짝 선발해 우리 대표팀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지난 프리미어12 한국전 패배를 떠올리며 강한 설욕의지를 내비치기도 한다. 선 감독도 훈련 도중 일본 측의 이와 같은 각오를 설명하며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대만은 한국전에 포커스를 맞췄다. 한국을 상대로 좋은 피칭을 펼친 바 있던 천관위(지바 롯데)가 또 출격할 예정. 대표팀도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구창모는 경기 후 소감을 전하는 자리에서 “일본에게는 가위바위보도지지 않는 것이라고 들었다”고 당찬 각오를 선보이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 대표팀은 경험은 적지만 패기와 가능성을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다는 각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선 감독과 일본의 이나바 감독 모두 이번 대회가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첫 대회다. 두 사람 모두 전임감독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당장보다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데뷔전이다 보니 신경 쓰이는 부분도 많을 터. 각각 자국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명망과 신임을 받고 있다. 자존심 측면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다. 대만 홍이중 감독은 프로와 국가대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감독. 세 감독의 각기 다른 개성과 지략대결도 이번 대회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도쿄돔을 경험한다는 것
이번 대회는 일본야구의 심장인 도쿄돔에서 열린다. 선 감독은 물론 야구계 안팎에서 가장 기대하면서 동시에 걱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엄청난 중압감과 부담감. 압도적인 응원과 약간의 텃새, 생소함, 이질감 등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기에 이번 대표팀은 연령도 어리고 경험도 없다. 25인 엔트리 중 도쿄돔 경험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다만 기회라는 전망도 많다. 국가대표로서 성장은 물론 선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 앞으로 한국야구를 책임질 선수들이기에 악조건을 이겨내고 좋은 모습을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많다. 선수들은 개의치 않아하는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일방적인 응원은 이미 경험해봤다” “재미있을 것 같다” 등으로 어린 선수들의 패기를 보여줬다. 결과로 이어진다면 최상의 효과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코칭스태프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 선 감독은 물론 이종범, 정민철 코치 등 일본 도쿄돔 경험자가 다수다. 코치이면서 동시에 선배로서 일찌감치 이 부분에 대해 집중 훈련이 이뤄졌다. 국내에 고척돔이 생겨 돔구장 적응에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도 다행스러운 부분. 여기에 각각 선수들의 소속팀 선배들이 많은 도쿄돔 팁을 제공했다는 후문도 들렸다.
↑ 선동열(사진)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향후 대표팀 운용의 미래전략을 꾸릴 전망이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한국야구는 올해 초 시즌이 열리기도 전에 큰 위기를 맞이할 뻔 했다. 4년 만에 찾아온 세계 야구의 경쟁무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호기롭게 국내에서 1라운드 예선까지 개최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예선탈락은 물론 경기내용과 자세에서 실망스러운 부분을 대거 노출했다. 야구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한국야구 이대로는 어렵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렸다. 일명 고척참사로 불린 지난 3월의 기억이다.
따가운 시선을 보냈지만 팬들은 야구에 대한 애정까지 접어버리지 않았다. 올 시즌도 프로야구는 800만 관중 동원에 성공했고 시즌 내내 수많은 감동의 드라마를 써냈다. KIA의 8년 만에 통합우승, 롯데의 5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 NC와 두산의 저력 등은 팬들의 발길을 다시 불러 모으기 충분했다.
대표팀도 작지만 변화를 꾀했다. 연속성과 장기적 안목에 집중해 드디어 전임감독제를 도입했고 국가대표 포인트제 등 각종 시도로 효과를 더했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표팀에 임하는 선수들의 각오. 과거에 비해 국가대항전의 의미가 떨어지게 되며 선수들 정신력도 함께 옅어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선 감독은 이번 대회를 시작점으로 삼아 다시 자부심과 의미를 지닌 대표팀을 꾸리겠다는 의지로 충만했고 이를 대회 준비 내내 강조했다.
선 감독은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