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도쿄) 황석조 기자] 선동열 감독 “꼭 일본과 다시 붙어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
임기영 “일본과 붙고 싶은 마음이 크다. 결승에서 만나면 지지 않겠다”
마냥 어린 선수들로만 알았다. 하지만 간절함과 투지, 불타는 의욕은 야구선배, 성인대표팀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뜨거웠고 더 의지로 가득 찼다. 24세 이하, 프로 3년차 이하로 구성된 이번 APBC 2017 대표팀의 놀라운 반전 모습이다. 그들에게서 잠시 희미해져 가던 국가대표의 진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 대표팀이 전날(17일) 대만을 꺾고 APBC 2017 결승 진출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사진(日도쿄)=천정환 기자 |
이번 대표팀 결성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쉽게 상상하기 힘든 전개다. 당장 8개월 여전 대표팀은 팬들에게 지탄을 받았다. 안방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 한껏 기대를 안고 최정예가 소집됐지만 무기력하게 예선탈락하고 말았다. 패배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사라진 태극마크 자긍심이 주된 이유로 거론됐다. 승패여부를 떠나 투지 넘치고 또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가 사라졌다는 게 대부분 팬들 시각이었다. KBO리그 정규시즌 인기가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국가대표 팀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찰나, 이번 대회가 열렸다. 쇄신을 꿈꾼 KBO는 우여곡절 끝 전임감독제를 도입했고 선동열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3년 여 시간 동안 믿고 맡기겠다는 의지도 확실히 내비쳤다. 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키우고 동시에 사라져가는 태극마크 자긍심을 찾게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쉽지 않은 목표가 분명했다. 시간도 부족했고 준비할 것도 많았다.
↑ 대표팀이 이번 대회서 보여준 경기력은 박수 받기 충분한 내용이었다. 사진(日도쿄)=천정환 기자 |
대회가 열렸다. 장소는 도쿄돔. 일본 야구의 심장이자 4만 명이상의 일방적 홈팬들 함성을 느껴야 하는 곳. 그 자체만으로도 압박감을 주는 경기장에서 첫 경기 일본전이 열렸다.
걱정은 기우였다. 우려와 달리 선수들은 긴장하지 않고 즐겼다. 그 사이 승리와 라이벌을 향한 의지가 샘솟았다. 다 잡은 경기를 통한의 패배로 넘겨줬지만 과정을 보고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활약한 선수도, 부진했던 선수도 모두 인상 깊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정규시즌 때보다 더 눈부신 활약을 한 선수 또한 존재했을 정도. 악착같은 수비, 찬스를 살리는 타격, 혼신의 1구, 1구를 던진 마운드. 모든 합이 잘 맞었다. 경기는 졌지만 그만큼 일본은 강했다. 조금의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루 지나 열린 대만전. 기운 빠지는 상황이 될 법 했지만 오히려 더 집중한 대표팀은 이번에도 압도적인 대만 응원단 열기 속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상대선발에 막혔고 타선도 터지지 않았지만 상대를 0점으로 묶어놓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 대표팀 주축선수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투혼과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日도쿄)=천정환 기자 |
장현식, 임기영처럼 선 감독의 선택을 받은 선발투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는데 그 내용이 더 대단했다. 단 1점도 실점하지 않으려했던 모습이 역력했다. 불펜진 역시 선수별 기복은 있었지만 장필준과 박진형 등이 보여준 것처럼 분위기를 뒤집는 그런 투혼만큼은 다르지 않았다. 모두의 열정이 한데 뭉쳐 대표팀은 결승진출의 9부 능선에 도달했고 기적의 우승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선수들과 선 감독의 시선은 이제 결승전으로 향한다. 인터뷰에서 밝혔듯 팀 모두가 일본과의 결승전을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각오를 다졌다. 다시 (일본과) 경기 하면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사라져가는 줄만 알았던 태극마크에 대한 열정이 이들 젊은 선수들에게서 발현되고 있다. 그 진정성을 팬들 또한 몰라줄 리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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