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 한일전의 3안타 무득점 패배. 굴욕이었다. 한국은 힘의 차이를 분명히 느꼈다.
타자는 잘 던지는 투수의 공을 치기 어렵다. 소위 한 가닥 하는 투수가 모인 곳이 대표팀이다. 빠른 투수 교체 등 짜임새 있는 마운드 운용 시 득점이 쉽지 않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도 이번 대회에서 대량 득점 가능성을 낮게 봤다.
거꾸로 생각하면, 강한 투수를 이길 수 있는 타자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히 결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대만전에서도 빈타에 허덕였다. 볼넷 6개를 얻었으나 안타는 4개였다. 답답했다. 이 2경기에서 대표팀의 타율은 0.123(57타수 7안타)에 그쳤다.
↑ KBO리그에는 잘 치는 타자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국제대회마다 반복되고 있는 타선의 침묵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
최정예는 아니었다. 연령 및 연차 기준으로 대표팀 구성에 애를 먹었다. 와일드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몇몇 선수는 부상으로 낙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KBO리그를 대표하는 ‘영건’이었다.
2017시즌 KBO리그 3할 타자 33명 중 박민우(0.363), 이정후(0.324), 구자욱(0.310), 김하성(0.302) 등 4명이 대표팀에 있었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으나 안익훈(0.320), 최원준(0.308), 정현(0.300)도 3할 타율을 기록했다.
더욱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반복되고 있는 그림이다. 현장 지도자는 ‘에이스’(특히 우투수)가 없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지만, 타선의 무게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년 연속 1라운드 탈락했다. 화끈한 타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2회 연속 네덜란드의 벽에 가로막혔다. 대다수 마이너리그 선수로 구성된 이스라엘에게도 무릎을 꿇었다. 네덜란드, 이스라엘을 상대로 가진 3경기에서 단 2점 밖에 못 뽑았다.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대만을 상대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강정호의 홈런(2013년)과 오승환의 호투(2017년)에 힘입어 가까스로 승리를 챙겼을 따름이다.
마운드에 오타니가 아닌 다른 투수여도 타선의 침묵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때문에 국제대회를 치를 때마다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회의적이었다. KBO리그 타자들은 정말 잘 치는 것일까.
단기전은 투수 싸움이다. 타율은 의미가 없다. 일순간 폭발력이 중요하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의 한 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예년보다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어렵게 만든 찬스마저 놓쳤다. 응집력도 부족했다.
부익부 빈익빈이기는 하나 최상위권은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한다. 시즌이 끝난 맞이하는 겨울, 돈 잔치가 벌어진다.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기고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 해외 유턴파는 초대형 계약을 맺기도 한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은 매번 깨닫게 해준다. 환상을 걷게 만든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타고투저’로 뒤덮인 KBO리그다. 거품이다.
국제대회에서와는 다르게 KBO리그에서는 잘 치는 타자가 많아지고 있다. 2017시즌 규정 타석을 채운 47명 중 최저 타율이 0.262(박경수)였다.
KBO리그의 2017시즌 평균 타율은 0.286이었다. 1년 전(0.290)보다 4리가 내려갔다. 시즌 초반 스트라이크존 확대의 영향이 있었으나 잠시였을 뿐이다. 제자리로 돌아갔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좁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난타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4시즌 이후 타고투저 현상은 뚜렷하다. 0.289→0.280→0.290→0.286으로 KBO리그 평균 타율이 해마다 2할8푼을 넘어섰다. 올 시즌도 3할 타자만 33명이었다. 지난해에는 무려 40명이었다. 그리고 1547홈런으로 10구단 체제 이후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문제가 있다. 심각한 불균형이다. 스트라이크존 조정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