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이 정도 한파일 것이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베테랑 혹은 소위 특A급 선수들이 아닌 FA 선수들의 올 겨울은 상상 이상으로 춥다. 이제 ‘대어급’만 남고 ‘준척급’이라는 표현은 사라지는 분위기. FA제도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구단과 선수, 심지어 팬들 사이에서도 밀고 당기기가 펼쳐지는 현실이다.
김현수(LG), 황재균(kt), 손아섭(롯데) 등 거물급 FA들의 잭팟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현재다. 100억 시대가 열린데 이어 80억원 계약도 어느덧 익숙해질 정도로 잦은 일이 됐다. FA 황금시대가 열린 게 분명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소외 받는 그늘도 있는 법. 22일 현재 FA 신청자 중 9명이 아직 미계약 상태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해도 바뀌어 가는데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더한 문제는 앞으로도 계약이 그다지 수월해보이지 않는다는 점.
↑ 최준석(왼쪽)과 이우민 등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FA들은 아직 행선지를 찾지 못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구단들의 리빌딩 기조, 예상을 넘는 다수의 FA신청자들, 두드러지는 부익부 빈익빈까지. 베테랑 혹은 특급이 아닌 대상자들은 구단과 팬들의 계륵 취급을 받고 있고 반면 구단들은 전략적이고 정말 필요한 작업을 해내기 힘들어지는 서로가 곤란한 상황이 모두에게 반복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운 흐름도 생겼다. 일부 구단들이 자발적으로 소속팀 FA대상자들에 대한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 돈도 돈이지만 선수 유출에 민감한 구단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선수의 계약도 자연스럽게 밀어주는 새로운 흐름이지만 현재까지 큰 효용성은 없는 듯하다. 보상선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단의 목표가 완전 다른 방향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10개 구단 중 리빌딩, 혹은 육성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는 구단은 사실상 없다. 속도와 외형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이와 같은 흐름을 강조하며 FA시장 특히 베테랑, 혹은 A급 선수가 아닌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우리는 외부 FA시장에 관심 없다.” 올 겨울 구단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부르짖은 단어이기도 하다.
↑ 채태인(사진) 역시 준척급 FA로 불리지 못하는 신세다. 사진=김영구 기자 |
다만 일각에서는 제도를 떠나 선수들의 다소 무리한 FA신청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개인성적과 팀 사정, 이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간 공헌과 헌신만 생각해 스스로 험로를 자초한다거나 프랜차이즈 스타 혹은 베테랑으로서 돈 아닌 팀에 대한 자부심으로 FA 이상의 가슴 뛰는 장면을 보여줄 수는 없는가 하는 기대다. 이 경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이기에 해당되는 이야기지 일반인들에게도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비즈니스가 강조되는 프로사회에서 굳이 필요한 포지션이 아니라면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싶어 하는 구단들의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다소 무모한 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시각이다. 후자의 경우 사회적으로 꿈과 희망을 안기는 스포츠스타가 돈 이상의 무엇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섞여 있다. 물론 이는 일부의 시각이다.
반대로 살펴보면 FA는 선수들의 개인권리이고 연봉은 프로선수의 자존심이다. 똑같이 비즈니스라는 개념에서 프랜차이즈라고 양보해야 할, 노장이라고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구단에 있을 때 대우를 못 받는다 느끼거나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팀을 옮기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며 FA 신청이 선수 본인의 야구인생을 위한 도전의 성격도 있다며 단순하게 돈 때문으로 정의되는 것을 경계했다.
↑ 김승회(사진) 등 베테랑 FA자원들의 겨울이 쌀쌀하기만 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등급제가 실시되고 보상선수가 줄어든다면(사라진다면) 소위 특급 FA가 아닌 대상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까. 활발한 팀별 이동, 껄끄럽지 않은 비시즌이 만들어질까.
보수적인 시각의 야구인들은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구단의 움직임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팬들 또한 유망주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 흐름을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고 강변한다. 선수들이 나서서 전략적인 FA신청 및 냉정한 자기분석 등을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반면 제도가 허물어지면 잠깐은 쉽지 않아도 궁극적으로 자유로운 경쟁, 선수들의 기회 확충, 프로야구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FA에 관한 푸념과 논쟁,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팬들 또한 갈리는데 빅마켓 구단의 팬들은 향후 리스크와 질투 어린 시선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스몰마켓 구단 팬들은 매번 FA시장과 동 떨어진 야구를 봐야한다. 선수가 권익을 지키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더 신중할 수는 없었는지, 무작정 도전만이 능사였는지 헷갈려하는 팬들 또한 존재한다.
아무리 수요가 있어서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재 FA시장의 금액이 너무 커져버렸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편이다. 계약금이 지나치게 많으니 전체 연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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