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저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요.”
수화기 넘어서 들리는 목소리에는 웃음이 뒤따랐다. 물론 웃음 뒤에는 절치부심의 각오가 숨겨져 있었다. SK와이번스 포수 이재원(30)에게 2018년은 부활을 노려야만 하는 해다.
이재원은 5일 괌으로 떠났다. 프로야구 비활동 기간이지만, 그는 몸을 만들기 위해 해외로 떠났다. 보름간의 기간, 그는 선배 최정(31), 후배 정진기(26), 최항(24) 등과 함께 한다.
지난 3일 이재원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바로 전화를 받지 못했다. 뒤늦게 연락이 닿자 그는 “애를 보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그의 겨울 일상이 그랬다. 오전에는 SK행복드림구장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6개월 된 아들과 함께 보냈다. 시즌 때는 물론이고, 이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 때문에 육아에 더 신경을 쓰는 이재원이었다.
괌에서 돌아온 뒤에도 바쁜 일정을 보낸다. SK의 1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미국 플로리다로 떠난다. 캠프 시작은 2월1일부터지만, 이재원은 “시차적응을 하는 시간을 줄여야 할 것 같다”며 미리 미국에 들어가기로 했다.
↑ SK 이재원에게 2018년은 중요하다. 그도 "나만 잘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웃는다. 이재원은 5일부터 괌으로 개인훈련을 떠난다. 이재원의 2018시즌이 시작됐다. 사진=김영구 기자 |
2017시즌을 앞두고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사이판에서 개인 훈련을 통해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결과물은 그가 흘린 땀을 헛수고로 만들었다. 항상 웃는 얼굴인 이재원의 표정에도 그늘이 드리워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의 첫 시즌이기도 했던 2017년 SK는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재원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재원은 비시즌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11월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는 체중을 12kg 감량했다. 이재원은 “유지하는 게 힘들긴 했지만, 지금도 체중은 늘지 않고,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도 더욱 중요한 2018년이다. 바로 시즌 후에 FA자격을 취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원은 “가장 큰 목표는 다시 풀타임 선수가 되는 것이다. 2014년 첫 풀타임 포수가 된 뒤, 3년 연속 풀타임으로 뛰었는데, 지난해 끊겼다”며 ‘풀타임 출전’에 대한 강한 각오를 드러냈다. 물론 자신감은 넘쳤다. 그는 “선수의 가장 큰 가치는 경기를 많이 나가는 것이다”라며 “경기 수가 많아지면 개인성적은 따라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인성적도 성적이지만, 인천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재원은 팀 성적에 대한 각오도 나타냈다. 이재원은 “팀 성적도 더 높은 곳을 볼 때가 됐다”며 “캠프 때 회식 자리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하자’고 건배 제의를 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시 우승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포수인만큼 투수진을 잘 리드해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이재원은 “(김)광현이가 돌아와서 든든하다. 무엇보다 손혁 코치님이 오신 점도 올해 저를 설레게 한다. 주위에서 선발보다 불펜이 문제라고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데, 홈런친화적인 우리 홈에서 그 정도 성적이면 잘한 것 같다. 나만 잘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의젓하게 말했다
이제 괌으로 떠나면 6개월 된 아들을 오랫동안 보지 못한다. 이재원은 “훈련이 끝난 뒤에는 부쩍 커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내가 못한 것이라 뭐라 하소연하기도 그렇다. 그 아쉬움을 올해 풀어야 한다. 작년에 못한 걸 인정하고, 올해 다 풀고 싶다”고 다짐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