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2018시즌 넥센을 향한 시선이 분명 달라졌다. 이번만큼은 ‘큰 일’을 낼 수 있다는 설렘이다.
그 시선은 타선을 향한다. 매 시즌 개막 전 ‘저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2017시즌 뒷심 부족으로 7위에 그쳤던 팀이 우호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박병호의 복귀다. 넥벤져스 시즌2를 기대하고 있다.
박병호, 1명의 힘만은 아니다. 1번부터 9번까지 타순이 짜임새를 갖췄다. 특히 관심이 모아지는 타순은 클린업 트리오. 그토록 원하던 ‘파워 히터’ 초이스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초이스는 2017시즌 경기당 평균 0.37홈런의 괴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김하성을 빼놓을 수 없다. 해마다 폭풍 성장하는 그는 영웅군단의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박병호에게 4번타자 자리를 돌려주지만, 앞으로도 변함없이 중심타선에서 힘을 보탠다. ‘초호화’의 초·호·하 타선이다.
↑ 김하성은 박병호, 초이스와 함께 이룰 클린업 트리오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팀의 성장
김하성은 2017시즌 넥센의 4번타자였다. 2014시즌 프로 입문 이래 3시즌 동안 1번도 4번타자로 뛴 적이 없던 그였다. 2017시즌 4번타자 퍼즐은 넥센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고, 이를 완벽히 해결한 김하성이었다.
이제 4번타자의 중책을 내려놓는다. 김하성은 박병호의 경쟁자가 아니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진짜 4번타자가 돌아왔으니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김하성이다.
-더 이상 4번타자를 맡지 않을 것 같다.
당연한 수순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4번타자를 맡는 게 아니다. 말도 안 돼. 난 월세 주고 살았던 거다. 이제 집주인(박병호) 돌아왔다. 4번타자 경쟁? 내가 그 정도 되는 급도 아니다. 차이가 너무 크다. 유형도 다르다. 난 때리고 뛰며 들이박는다. 기대가 많이 된다. 박병호 선배는 (메이저리그 꿈을 접어)아쉬움이 남겠으나 팀 동료 입장에서 (그의 복귀는)축복이다. ‘큰 선수’와 함께 한다. 김민성 선배, 서건창 선배가 그 동안 팀을 리드했는데 또 하나의 큰 기둥이 세워졌다.
-2018시즌 넥센 타선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이다.
다들 우리를 가리켜 ‘소총부대’라고 불렀다(141개로 팀 홈런 8위). 내가 팀 내 최다 홈런(23)을 기록했으나 다른 팀(홈런 1위)과 비교해 적다. 박병호 선배를 비롯해 초이스, 장영석 선배 등 거포가 즐비해졌다. 진짜 대포가 포진했다. 상대가 느끼는 위압감이 예전과 다를 것이다. 거기다 우리 타선은 위아래가 상당히 고르다. 그게 강점이다. 절대 다른 팀과 견줘 부족하지 않다.
-개인은 어떤가. 박병호의 복귀에 따른 ‘우산 효과’를 받지 않을까.
글쎄, 해봐야 알 것 같다. 만약 내가 3번타자라면, 투수는 분명 나와 승부하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2사 2,3루 상황에는 박병호 선배를 피하기 위해 나하고 어떻게든 대결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 우산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내가 잘 쳐야 한다. 물론, 내 뒤에 혹은 내 앞에 ‘든든한’ 박병호 선배가 있다면 좀 더 편하게 타석에 설 것 같다.
-초·호·하 타선의 무게가 대단하다.
나 역시 기대가 크다. 내가 그들과 클린업 트리오에 설 수 있을까.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웃음). 팀의 절대적인 중심이다. 내가 피해를 주면 안 된다. 더욱 막중해진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지금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비시즌 운동을 빨리 시작했다. 바쁜 한 해를 보냈던 터라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지난주까지 웨이트 트레이닝만 열중했다. 이제부터 기술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새 시즌 기대감이 큰 것 같은 표정이다.
보통 포스트시즌 진출을 (1차)목표로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박병호 선배가 복귀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크다. 과감하게 첫 우승의 목표를 설정해도 될 것 같다. 지난 시즌 막바지 미끄러져 아쉬움이 크나 우리는 강하다고 생각한다. 이름값이 부족할 따름이다. 타선만 아니라 마운드도 좋다. 로저스, 안우진이 합류했다. 기존 투수들도 건재하다. 분명 더 좋아질 것이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그 기대감은 동기부여가 된다. 포스트시즌,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서 열심히 땀 흘리고 있다.
↑ 박병호(왼쪽)와 3년 만에 함께 뛰는 김하성(오른쪽). 짧은 시간이나 김하성은 폭풍 성장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개인의 성장
김하성은 2년차인 2015시즌부터 넥센의 주전 유격수다. “젊음이 최대 강점”이라는 그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며 새로운 기록을 세운다.
2016시즌 첫 20홈런-20도루 및 전 경기(144) 출전을 기록하더니 2017시즌에는 첫 3할 타율(0.302) 및 100타점(114)을 달성했다. 장타율도 5할대(0.513)에 이르렀다.
1년 전의 김하성을 뛰어 넘고 있는 김하성이다. 매 시즌이 ‘커리어 하이’다. 하지만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않았다. 더 나아가고자 한다. 그래서 아직 100% 만족은 없다.
-2017시즌 성적은 만족하는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100% 만족하는 해는 없었다. 잘 해도 계속 잘 하고 싶은 게 일반적인 욕심 아닌가. 나 역시 이 성적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어느 해보다 빨리 시작(2017 WBC)하고 늦게 끝났는데(2017 APBC), 모두의 도움으로 다치지 않고 시즌을 잘 마쳤다(엔트리 제외 없음).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을 바라보며 야구를 하고 있다. 다만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내가 프로에 입문한 뒤 처음이다. 내가 잘 할 때 팀도 잘 해야 한다.
-첫 3할 타율 및 100타점을 기록했는데.
100타점은 나 혼자 잘 해서 이룬 게 아니다. 주자가 자주 나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정후와 서건창 선배가 그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다. 득점도 마찬가지다. 동료의 활약이 뒷받침돼야 한다. 타격은 한 단계 올라섰다. 경험도 쌓이면서 선구안도 좋아져 삼진(115→80→65)이 줄었다. 그런데 솔직히 운이 별로 없었다. 인필드 타구의 아웃 비율이 높았다. 이 부분이 좋아지면 타율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밝혔듯 매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난 아직 어리다. 그 젊음이 내 무기다. ‘오늘 못 하면 내일 잘 하면 된다’고 마음먹는다. 그렇게 늘 자신감을 갖는다. 어려서부터 긍정적이었다. 난 매년 배우고 경험한다. 주전이지만 더 잘 해야 하고 잘 하고 싶다. 더 좋은 기록도 세우고 싶다.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에 따르는 스트레스도 심하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다르다. 2015시즌에는 무작정 했다면 2016시즌에는 몸 관리의 중요성을 알았다. 2017시즌에는 정신적인 부분에서 성장했다. 초반 어려움을 겪었으나 큰 공부가 됐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또한, 수비도 더 좋아져야 한다. 안정감과 정확성이 중요한데 어렵지 않은 타구를 실수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쉬운 타구는 완벽하게 처리하고자 한다. 그렇기 위해 스프링캠프에 가서 기본기를 다시 다질 계획이다.
-도전하고 싶은 기록이 있는가.
난 커리어 하이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머지않은 시간에 올 것 같다. 그렇기 위해 좀 더 체격이 커지고 힘도 세져야 한다(현재 근육량 및 체중 증가 초점 중). 올해가 새로운 시작이다. 또래 선수들이 이제 막 프로에 발을 내딛었다. 지금까지는 준비과정이었다. 이번 시즌부터가 성인이 돼 맞이하는 본격적인 시즌이다. 앞으로 타율 3할을 꾸준히 치고 싶다. 출루율 및 장타율도 더 올라가야 한다. 목표를 더 크게 잡는다면, 언젠가는 30홈런도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30홈런-30도루는 잘 모르겠다. 도루는 성공률이 중요한 데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다. 배터리의 견제도 예전보다 심해졌다.
-가슴 아픈 질문일 수 있겠지만 골든글러브 수상 도전은.
3년 연속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2위를 기록했다. 아쉽다. 그렇지만 인정한다. 김선빈 선배가 워낙 잘 했다. 내가 봐도 감탄할 정도였다. 내 성적도 괜찮았으나 김선빈 선배가 받아야 한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내가 ‘2인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 마음
rok1945@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