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빌리 장석’ 신화는 사라졌다. 다만 자신의 회사를 이용해 사기와 횡령이라는 중대한 경제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만 남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9부(부장판사 김수정)는 2일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를 운영하고 있는 이장석 서울 히어로즈 대표이사에 사기와 횡령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는 선고 후 곧바로 법정구속됐다.
법정 구속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6일 결심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사기·횡령)로 이 대표에게 징역 8년, 남궁종환 서울 히어로즈 부사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의 구형이 중했기에 혐의가 입증되면 이 대표의 선고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었다.
↑ 이장석 서울 히어로즈 대표이사. 사진=천정환 기자 |
그 동안 이장석 대표는 프로야구단 경영과 운영 면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됐다. 1982년 출범 당시부터 프로야구는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다. 한국 실정에서 모기업의 탄탄한 재정적 지원 없이는 프로야구단 운영은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현대 유니콘스의 해체 및 재창단 형식으로 창단한 히어로즈는 네이밍 마케팅이라는 수단을 다소 생소한 개념을 들고 나왔다. 메인 스폰서를 공식 야구단 명칭으로 한다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초 메인스폰서를 맡았던 우리담배와 계약이 해지되고, KBO가입금 납부 문제가 걸리면서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에게 손을 내민 게 이 모든 법적 분쟁의 시작이었다.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봤을 때 이 대표 측 책임이 분명하다. 10년 전인 2008년 홍 회장은 자금난에 시달리던 히어로즈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이 투자금의 성격이 문제가 돼 민·형사상 분쟁이 일어났다. 일단 지난달 11일 대법원은 서울 히어로즈가 홍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최종적으로 홍 회장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홍 회장에 주식 40%를 넘겨야 하지만, 대법원 선고 이후에도 주식이 없다며 이행하고 있지 않고 있다.
형사 사건도 이와 결부돼 있다. 20억원을 투자금으로 주식을 양도하기로 약속하고 이를 수년간 지키지 않았다. 또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구단 돈을 자기 호주머니 돈처럼 썼다는 정황도 파악됐다. 히어로즈의 재산과 이 대표의 재산은 엄연히 별개이며, 이는 횡령죄로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범죄이지만, 경영 윤리상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죄이기도 하다. 결국 이날 형사 1심 선고로 이 대표의 혐의가 모두 인정되고 말았다.
이장석 대표는 네이밍 마케팅 뿐만 아니라 구단 운영에서도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인 선수를 키워서 쓰고, 몸값이 높은 선수는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트레이드에도 적극적이었다.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에서 넥센 복귀)가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할 때도 히어로즈 구단이 발 벗고 나섰다. 머니볼로 유명한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빌리 빈 단장에 빗대 빌리 장석이라는 별명도 이런 이유에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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