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운이 좋았다.” 18일 한화전 승리 후 두산 선수단의 반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험난했으나 단단한 맷집과 놀라운 뒷심을 발휘했다.
거꾸로 한화에게는 불운한 경기였다. 선발투수(샘슨 6이닝 3실점 1자책)가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안타(13-7)를 2배 가까이 더 치고도 졌다. 삼자범퇴 이닝은 2번. 수없이 출루했으나 홈을 밟은 것은 4번 밖에 안 됐다. 잔루만 12개. 한화의 시즌 1경기 최다 잔루 기록이었다.
이겨야 할 경기였다. 그러나 사실상 승리를 ‘헌납’한 꼴이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격·수비·주루에 걸쳐 미스플레이를 펼쳤다.
↑ 한화는 18일 잠실 두산전을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기회를 놓쳤다. 그렇게 또 하나를 배웠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동점과 역전 허용 과정이 좋지 않았다. 한화는 2-0의 5회말 1사 2,3루서 2루수 정근우와 유격수 하주석의 판단 및 송구 미스로 잇달아 실점했다. 1점을 내주되 깔끔하게 끝낼 기회를 놓쳤다.
7회말에는 투수 교체 판단이 좋지 않았다. 1사 1,2루서 3번째 투수로 송은범을 투입했다. 연투였다. 송은범은 17일 경기에서 24개의 공을 던졌다. 피로도 있다. 그는 팀 내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불펜 투수다.
두산 타자들은 송은범의 투심을 노렸다. 적극적으로 치고자 했다. 김재호와 오재원은 각각 1구와 2구에 승부했다. 송은범의 실투는 아니었으나 대안이 없지 않았다. 한화 불펜의 옵션은 송은범 외에도 많았다.
8회초에는 두 차례나 주루 미스를 범했다. 무사 1,2루서 이용규의 버트가 투수 박치국의 글러브 안에 들어갔으나 2루 주자 김회성은 바운드됐다고 판단해 3루로 뛰었다. 허무한 더블 플레이였다.
뒤이어 정근우와 양성우의 연속 안타가 터졌으나 2루 주자 최재훈이 무리하게 홈까지 뛰다가 아웃됐다. 짧은 타구와 최재훈의 발을 고려하면, ‘뛰라’고 팔을 돌린 전형도 코치의 판단이 틀렸다.
이 과정에서도 사구로 왼 손목 부위가 부어 심한 통증을 느낀 최재훈을 교체하지 않았다. 최재훈은 이후 더 이상 포수 마스크를 쓸 수 없었다. 어차피 바꿔야 했다면, 사구 즉시 교체해야 했다.
공격도 답답했다. 8회 무사 1,2루 외에도 7회 2사 만루 및 9회 1사 1,3루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하주석은 이날 세 차례 득점권 찬스를 맞이했으나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 실수를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특정 누구 하나의 잘못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감독, 코치, 선수 모두의 미스였다. 씁쓸하나 배움이다. 그렇게 하나씩 배우며 채워가는 한화였다.
한용덕 감독이 강조하듯, 현재 한화는 미완성의 팀이다. 한 감독도 “(내가 그린 그림대로)80%까지 올라왔다. 나머지 20%를 채우면 어느 팀과 경기해도 승산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태균, 최진행, 송창식, 권혁 등 돌아올 자원이 있으며 외국인투 원투펀치도 좀 더 안정감을 갖추면 한화는 더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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