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LG 트윈스는 페어플레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건가요?”
“그렇다기보다는, 바보짓을 한 거죠.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LG 구단의 ‘사인 훔치기’ 논란에 대한 한 전직 야구 감독의 평가다.
↑ LG 트윈스의 류중일 감독. 사진=김재현 기자 |
KBO리그 규정 26조 1항은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고 돼 있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19일 “상벌위원회에선 LG의 행위가 26조 1항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를 부착한 게 ‘전달 행위“로 해석된다면 규정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L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종이는 18일 경기 중에도 붙여져 있었다.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종이가 부착된 벽면은 더그아웃 내부가 아니라 외부와 차단된 통로였다. 그래서 ’벤치 내부‘가 아니었다는 항변도 가능하다.
26조는 왜 생겼을까. 박근찬 KBO 운영팀장은 “해당 조항은 프로야구 초기부터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중에 상대방의 사인을 훔치는 건 야구에서 비신사적인 행위로 간주된다. 상대방이 사인을 훔친다는 의심이 굳어지면 빈볼 등 보복 행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경기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2009년부터는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전자기기 사용 및 카메라로 상대방 사인을 촬영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하지만 이 조항은 상대 팀의 사인을 분석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구단 전력 분석팀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상대 팀 사인 분석이다. 다만 경기 중에 상대방 사인에 대한 전달행위를 금지할 뿐이다.
그럼에도 ‘부당 이득’을 얻으려는 유혹은 쉽게 뿌리치기 어렵다. 사인 훔치기와 관련된 사건 사고는 KBO리그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도 여러 번 일어났다.
2000년대 초반 국내 한 구단은 일본에서 장비를 수입해 상대 배터리 사인을 전광판 위치에서 촬영해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2001년 긴테쓰 버팔로스가 기록원을 사인 훔치기에 동원한 일이 적발돼 구단 대표가 7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선 1951년 13.5경기 차이를 극복하고 기적적인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뉴욕 자이언츠가 홈 경기에서 망원경으로 상대방 사인을 훔쳤던 사례가 있다.
과거 국내외 리그에서 일어났던 ‘사인 훔치기’는 대체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수법이 동원됐다. 이 점에서 LG의 이번 논란은 행위는 차별성이 있다. ‘사인 훔치기’로 보기에는 너무 순진했다. KBO 관계자는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상대방 팀의 사인을 분석한 결과는 통상 구단 외부로 유출해선 안 되는 기밀로 취급된다. KBO 상벌위원회와는 별개로 구단 내부에선 허술한 정보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LG는 2002년 이후 15년 동안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성적 부진에 따른 문책 성 인사로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너무 자주 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