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3승3패. 지난 한주 LG 트윈스가 거둔 성적이다. 숫자상으로는 굉장히 간단하고 깔끔해 보이지만 그 과정까지 간명하지는 않았다. 광주-창원 원정 6연전은 LG에게 의외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15일까지 5연승 행진을 달리던 LG는 호기롭게 17일부터 시작된 광주 KIA 원정길에 나섰다. 결과는 3패. 기대와 달리 투타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4번 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는 시리즈 시작과 동시에 부상으로 이탈하고 말았다. 빨라도 한 달 정도 공백은 불가피한 허벅지부상이다.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상대 사인을 더그아웃 쪽 통로에 대문짝만하게 붙여놓았다 발각된 일명 커닝페이퍼 논란까지 겹치며 팀은 내외적으로 큰 위기에 직면했다. 성적도 떨어지고 주포도 잃고 신뢰성에도 흠집이 생기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황이었다.
↑ LG가 지난주 원정 6연전 동안 우여곡절 많은 일을 겪었다. 사진=MK스포츠 DB |
23일 현재 LG는 13승12패 승률 0.520 단독 4위에 올랐다. 지난 한 주를 시작하기 전 공동 4위였는데, 3연패 흐름 속 연승가도에 오르며 오히려 순위가 더 견고해졌다. 사람들은 악재를 딛고 더 탄력을 받았다고 지난 한 주 LG를 평가하고 있다.
LG의 천국과 지옥을 오간 이번 원정 6연전은 팀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최악의 분위기를 최상의 분위기로 탈바꿈시킨 저력을 발견한 게 고무적이다. 3연패에 커닝페이퍼 논란이 겹칠 때만 하더라도 LG의 시즌 동력이 버텨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NC와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뽐내며 이전 몇 해와는 달리 안정적 전력이 완성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 류중일 감독과 LG 입장에서는 올 시즌 방향을 알려주는 원정 6연전이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이형종의 쓰임새, 공격형 포수가 된 유강남의 불방망이, 윤대영의 발견, 기로에 서있던 오지환-양석환-강승호의 늘어난 끈기 등도 역시 수확. 건재한 김현수가 있는 가운데 이들이 LG 타선의 무게감을 늘려주는데 일조한 게 사실이다.
마운드에서는 김지용이 확실한 믿을맨으로 떠올랐다. 사실 그간 활약에도 반신반의할 만한 요소가 있었는데 지난 한 주를 기점으로 확실히 기량이 올라오고 있음을 자랑했다. 그 밖에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마무리투수 정찬헌, 의외의 알짜배기 활약 중인 최성훈도 소리 없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팀 전력에 있어 무게감이 늘었다. 전력 자체가 다소 키워졌기에 위기 속에서 속절없이 무너지지 않은 것이다.
↑ LG가 지난 한 주 호성적을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사실 전문가들은 LG의 행동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비판한다기보다 순진하다, 바보같다 등의 표현으로 황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보다 현명하게 처신하지 못했고 이해 못할 행위를 했다고 목소리 높인다. LG 입장에서야 사정이 있다고 하겠지만 안일했고 또 느슨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LG가 성적 측면에서 좋은 흐름을 가져온 것만큼은 분명하다. 투타에서 기대할
남은 것은 신뢰회복이다. 마음을 다친 야구 팬, LG 팬들이 분명 있다. 경기력이든 성적이든 그 외 다른 행보든. LG가 추구해야할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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