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3일 한 지방 구장에서 열린 경기 9회였다.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 몸쪽 낮은 공으로 잘 들어갔다. 판정은 볼이었다. TV 화면상 스트라이크 콜이 나와도 무방한 것처럼 보였다.
한 전직 프로야구 심판은 이 공에 대해 “스트라이크를 줘도 되는 공”이라고 말했다. 이 경기 주심이 스트라이크를 주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전직 심판은 “포수의 미트 위치가 나빴다. 낮은 공일수록 미트를 들어 올려야 한다. 하지만 미트가 아래로 숙여졌다. 이럴 때 심판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처럼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이 많다면 더 그럴 것이다. 비난을 의식하면 소극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게 인간 심리다. 특히 볼 하나로 아웃이 결정되는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심판은 무의식 중에 타자에게 불리한 판정을 하지 않으려 한다.
↑ 포수는 주심의 심리를 읽고 유리한 판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사진=김재현 기자 |
국내 프로야구에서 최초로 포수의 프레이밍 능력을 계량화한 야구공작소 회원 박기태씨는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 부근 구역의 스트라이크 판정 비율은 50%”라고 설명했다. 반반 확률을 최대한 투수와 팀에 유리하게 바꾸는 능력이 프레이밍이다.
전직 심판은 “존을 통과한 것처럼 보여도 포수 미트 위치가 낮다면 관중들은 볼이라고 생각한다. TV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면 야유와 비난이 나온다.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상황에서 심판은 과감하게 스트라이크 콜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야구에서 스트라이크와 볼은 단순히 가상의 존을 통과했는지를 가리는 시각 능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간혹 바깥쪽으로 빠진 공을 잡은 뒤 미트를 끌어당겨 존 안쪽으로 들어온 것처럼 보이게 하는 포수들이 있다. 이런 티나는 ‘장난’에는 심판도 잘 속지 않는다.
한 현직 프로야구 심판은 “노련한 포수일수록 그런 장난은 잘 하지 않는다. 과거 박경완, 김동수 등 훌륭한 포수들의 포구는 심판 눈에 ‘오는 공을 그대로 잡아준다’는 느낌을 줬다. 이런 포수가 앞에 있으면 심판이 판정을 하는 데도 편하다”고 말했다.
포수는 주심의 심리를 읽고 유리한 판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일정 기량 수준에 올랐다는 전제 아래 이런 포수와 그렇지 않은 포수는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된다. 그래서 포수의 프레이밍은 심판이나 투수를 잘 만난 ‘운’이 아니라 ‘능력’에 더 가깝다.
심리 싸움의 영역만은 아니다. 차명주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은 “심판은 존을 통과하는 궤적 뿐 아니라 미트 위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휘어져나가거나 떨어지는 공을 잘 잡으려면 포수도 하체의 힘을 잘 써야 한다. 포구 시점에 힘을 모으는 리듬도 중요하다. 스트라이크 판정을 많이 받는 포수들은 이런 기술이 좋다”고 설명했다.
↑ 추가콜 팀 순위. 기록은 4월 30일까지다. |
과거 진필중이나 지금 임창용의 우타자 바깥쪽 공은 존 안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움직임을 가졌다. 그래서 바깥쪽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았다. 반면 많은 우투수의 공은 홈플레이트에 들어올 때는 스트라이크지만 포구 위치는 홈플레이트 좌우를 벗어난다.
차 위원은 이런 공일수록 포수의 포구 위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깥쪽 공이라면 포수가 반 스텝 정도를 움직여 줘야 한다. 미트가 포수 몸통 가운데에 있는 게 아무래도 좋다. 그리고 투수 입장에서도 좋은 과녁이 생긴다”고 말했다.
’포수는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말은 오랫동안 야구에서 상식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비유적인 표현만이 있었을 뿐이다. 실제 프로야구에서 높은 연봉을 받았던 포수는 대개 타격 능력이 좋았다. 수비가 좋다는 평을 받지만 타격이 약한 포수의 연봉은 팀내에서 하위권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프레이밍 능력이 가장 좋았던 LG 유강남은 이 능력만으로 팀에 1.4승의 추가 승리를 안겨줬다. 올시즌 4월까지 프레이밍 능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