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박윤규 기자]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한 김시우(23)가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디펜딩 챔피언 김시우는 오는 10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쏘그래스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1050만 달러)에 참가한다.
TPC Sawgrass의 '챔피언의 식당' 한쪽 벽면에 있는 벽난로 위에는 다른 여러 기념품 장식과 함께 김시우의 사진이 걸려 있다. 2017년 5월 김시우가 깜짝 우승한 이 코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방에는 그 당시 김시우의 우승 추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가 지난 3월에 그 승리의 현장을 다시 찾았을 때 모든 기억들이 가슴 벅차게 떠올랐다.
↑ 김시우가 2017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PGA 투어 제공 |
김시우가 21세에 2017년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 그는 플레이어스 역사상 가장 어린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요즈음 전혀 앳된 소년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는 지난 3월에 그의 TPC Sawgrass 시그니쳐 메뉴인 김치를 곁들인 갈비 구이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전 우승자 잭 니클라우스, 필 미켈슨 그리고 타이거 우즈와 나란히 놓이게 될 챔피언십 우승 드라이버를 클럽에 기증했다.
이제 두 번의 PGA투어 우승을 경험한 김시우는 제법 노련한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 주기도 한다.
그는 “저의 첫 번째 우승은 2016년 윈덤 챔피언십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우승 경험이 없어서 매우 긴장한 상태였습니다”며 “하지만 플레이어스에 참가했을 때, 두 번째 우승을 노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정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시즌 초반에 허리 통증이 있었기 때문에 제5의 메이저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약간 긴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라고 회상했다.
그 허리 부상은 김시우가 PGA투어에 적응하기 위해 겪은 어려움 중 하나였다. 김시우는 미국의 일상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2013년의 첫 6개 대회에서 컷 탈락하며 잃었던 투어 카드를 다시 회복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이 당시 김시우는 나이 제한으로 PGA TOUR 데뷔를 6개월 정도 연기, 시즌을 늦게 시작했던 상황이었다. 2017년 재발한 김시우의 허리 부상은 플레이어스 우승 시에도 그를 괴롭혔고, 그 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지속되었다. 김시우의 PGA 투어 초창기는 그리 녹녹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서의 생활이 제가 인간적으로 좀 더 성숙해지도록 도와준 것 같습니다”라며 “첫 몇 해 동안은 적응하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외롭고 버티기 힘들었지만 그 고통을 통해 더욱 성숙한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음식과 이동이 저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회가 끝나면 차를 타고 이동하면 되는데, 여기서는 땅이 넓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이동을 해야만 했는데, 이게 정말 저한테는 힘든 일이었습니다. 또 미국에는 친구가 많이 없다는 점도 힘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5년이 흐른 지금, 코스 안과 밖에서 그의 건실한 성장 모습과 성숙함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김시우는 웹닷컴 투어에서 2015년 스톤브래 클래식 우승을 포함, 굳건한 두 시즌을 보낸 후 투어 카드를 재획득했다. 그리고 이어진 2016년 시즌에 PGA 투어에 본인의 존재감을 뽐내며 자신을 투어 복귀를 알렸다. 김시우는 신인으로 FedEx Cup 플레이 오프에서 최종전까지 출전하였다. 2016 시즌에 투어 챔피언십까지 진출한 신인 선수는 김시우와 2016 시즌 투어 신인상을 받은 에밀리아노 그리요 두 명 뿐이었다.
김시우의 신인 시절은 그린스보로에서 열린 윈덤 챔피언십에서 2라운드 60타의 코스 레코드를 기록하여 첫 우승을 한 것으로 많은 조명을 받았다. 그는 이 우승으로 2016년도 시즌 PGA 투어의 최연소 우승자가 되었다. 21언더 259타의 기록은 대회의 역대 최저타 기록과 타이 기록이었다.
첫 우승으로 투어에 대한 적응을 마치고, 안정을 찾은 김시우는 그 다음 해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그의 두 번째 우승을 기록하고 다시 한번 대회 최연소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게 된다.
대회 최종 라운드 샷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훌륭하게 스코어를 지키면서 경기를 보기 없이 마쳤다. 김시우는 이 우승을 통해 타이거 우즈, 세르히오 가르시아, 조던 스피스와 함께 22세 생일 전에 두 번의 대회 우승을 한 네 명의 선수 중 하나가 됐다.
2011 플레이어스 챔피언이며 김시우의 우상인 최경주는 “김시우 선수가 집중하는 것과 대회 내내 안정적인 모습이 매우 자랑스러웠습니다”라며 “그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모습을 보며 한국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고 정말 그가 자랑스럽습니다.” 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이곳 TPC Sawgrass에 김시우가 우승하도록 길을 만들어주고, 결승전 리더보드 상단에 위치했던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공유했으며 연습 라운딩 동안 스타디움 코스의 레이아웃을 이해하도록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최경주가 자신의 우승의 발자취를 따라오고 있는 라이징 스타 김시우에게 먼저 축하 전화를 걸었다. “최경주 선수는 제가 플레이어스를 우승했을 때 그 만의 방식으로 축하해 주셨습니다.” 김시우는 그때를 회상하며 “또 다른 한국인과 이런 감정을 공유하는 것과 두 한국인이 이 대회를 우승한다는 것은 정말 영광이며 환상적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제가 CJ 컵에 돌아왔을 때 플레이어스 트로피를 가져와 최경주 선수와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앞으로 최프로님이 한국 국민들을 위해 더 많은 대회를 우승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최경주와 김시우는 플레이어스를 우승한 유이한 한국인으로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TPC Sawgrass에서 펼쳐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린다.
어떠한 타이틀 방어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타이틀 방어는 특히 더 어렵다. 어느 PGA 투어 선수도 연이어 더 플레이어스를 우승한 적이 없었다. “제가 작년에 우승하고 누군가 제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년 연속 우승자는 없다고 얘기해줬고, 저 또한 우승자가 컴백을 하며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전 그것을 바꾸고 싶고, 이번 해에 타이틀 방어와 컴백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김시우가 말했다.
김시우는 작년과 올해 초, 22살 어린 나이에 증명된 그의 실력과 더 플레이어스 우승으로 높은 기대치와 압박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시즌 그는 RBC 헤리티지 준우승, OHL 클래식 3등, 토너먼트 오프 챔피언스 대회 10등, 지난 3월 WGC Dell Technologies Match Play 에서 공동 9위에 오르며 네 번의 탑10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이외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는 현재 FedExCup Standings에서 28등, the Official World Golf Ranking에서 40등에 머물러 있다. 시즌 초반 아주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최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타이틀 방어를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김시우는 올 시즌 기록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닌데, 이런 상황이 익숙하게 느껴지냐는 질문에 “작년에 이 곳에 들어올 때, 저는 필드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저보다 랭킹이 높은 것을 깨달았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시우는 이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것이다. 그는 유명한 스타디움 코스를 잘 이해하고, 일요일 리더보드 최상위에서 느낀 아드레날린을 맛봤으며 그리고 챔피언 자격으로 돌아오는 기분을 알고 있다.
“저의 샷과 퍼팅이 나쁘지 않아서 경기에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습니다.”라고 그가 고백했다. “저는 이 코스와 이 대회에서는 숏게임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제 스스로에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이 게임에 임하겠습니다.”
그의 자신감은 그가 2012년에 17살로 등장한 이후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가 겪은 역경을 통해 얻은 그의 새로운 성숙함으로 그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전 그냥 한국 음식만 있으면 돼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한편, PGA투어는 한국 골프팬을 위한 한국어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픈했다. 영어를 주 언어로 하는 많은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PGA투어는 지금까지 페이스북과 웹사이트를 통해서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