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정은원(18·한화)은 프로 첫 안타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첫 안타가 홈런이었다. 그리고 그 홈런은 기적 같은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8일 고척 한화-넥센전. 한화는 6-9로 뒤진 채 9회초 반격에 나섰다. 150km 빠른 공을 던지는 마무리투수 조상우가 등판했다.
선두타자 최재훈이 유격수 김하성의 실책으로 출루했다. 실타래가 풀릴 것 같은 왠지 모를 느낌은 정은원의 타석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 프로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한화 정은원. 그리고 그 홈런은 한화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사진(고척)=이상철 기자 |
정은원은 볼카운트 3B 1S서 조상우의 152km 속구를 때려 2점 홈런을 날렸다. 홈런은 프로 8번째 경기에서 친 첫 번째 안타였다. 그리고 첫 타점.
분위기가 살아난 한화는 조상우를 흔들어 김태균과 이성열의 적시타로 10-9 역전승을 거뒀다. 정은원의 홈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드라마였다.
한용덕 한화 감독도 “선수들의 투혼이 빛난 경기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단합했다”라며 “특히 신인 정은원이 돌파구를 마련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라고 칭찬했다.
인천고를 졸업한 정은원은 신인 2차 드래프트 3라운드 24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1,2군을 오갔던 그는 1일부터 다시 1군 선수단과 동행하고 있다. 그는 2000년 1월 17일 태어났다. 그의 홈런은 2000년대생 1호 홈런이기도 했다.
경기 후 만난 정은원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홈런을 친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글러브 안에는 홈런 기념구가 있었다.
정은원은 “앞서 다섯 차례 타석에 섰는데 너무 조급했던 것 같다. 첫 안타가 빨리 터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결과가 더 좋지 않았다”라며 “오늘은 유리한 볼카운트라 좀 더 자신 있게 스윙을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아마추어 시절에도 속구 타격에 자신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은원은 승리를 이끈 홈런이라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무엇보다 내 홈런이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것 같아 더욱 기쁘다. 선배들이 타석에 들어가기 전마다 ‘오늘은 첫 안타를 칠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해줬는데 그 덕분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 프로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한화 정은원. 그리고 그 홈런은 한화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정은원의 홈런은 한화에게 전달된 깜짝 선물이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다. 정은원도 “더그아웃에 들어가니 하나같이 축하해줬다. 그런데 다들 기대를 안 했는지 놀란 표정이더라”며 웃었다.
정은원은 “오늘 홈런이 생애 첫 홈런이었다”라며 “
그래도 정은원이 강조하는 것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다. 그는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공격보다 수비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수비 범위가 넓은 박진만 삼성 코치님이 롤모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