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리살베르토 보니야(28·삼성)가 ‘다시’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마운드에 오른다. KBO리그 수원 경기 첫 등판이나 첫 경험은 아니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그가 첫 선을 보였던 무대다.
어쩌면 그때부터일지 모른다. 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졌던 순간은 3월 14일이었다. 수원에서 펼쳐진 kt와 시범경기에서 보니야는 5이닝 10피안타 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7실점을 기록했다. 4회 이후 변화구 비중을 늘리며 추가 실점을 막았으나 3회까지 장타 허용이 상당히 많았다.
삼성의 외국인투수 농사가 올해 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은근 있었다. 한 번만 보고 ‘성급한’ 판단일 수 있으나 그만큼 첫 인상이 좋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외국인선수 퇴출 후보 1순위라며 조롱하거나 비아냥거렸다.
↑ 리살베르토 보니야는 조금씩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보니야는 아직 한국 땅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57일의 시간 동안 그는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보니야의 본모습일지 모른다.
보니야는 9일 현재 7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점 6.05를 기록하고 있다. 퀄리티스타트는 4번이다. 4일 대구 한화전에서는 첫 7이닝 투구를 펼쳤다. 투구수는 112개. 다소 기복이 있으나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4월 이후 평균자책점은 4.33으로 나쁘지 않다.
출발은 최악이었다. KBO리그 첫 경기에서도 보니야는 난타를 당했다. 3월 27일 광주 KIA전에서 홈런 4방을 맞으며 9실점을 했다. 4회(3⅓이닝)도 버티지 못했다. 삼성도 0-17 충격적인 대패를 했다.
그렇지만 그 ‘쓴 맛’이 보니야를 바꿔놓았다. 그는 “KBO리그 첫 등판 경과는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밖에서 생각하는 것만큼)많이 힘들어하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좋은 배움의 장이었다. 힘으로만 승부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보니야는 더 이상 타자를 힘으로 윽박지르려고 하지 않는다. 수 싸움을 벌이며 정확한 제구, 다양한 변화구 등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경기마다 고무줄 같은 변화다. 4일 한화전에는 포심 패스트볼 비중을 크게 줄이면서 투심 패스트볼을 늘렸다.
보니야는 “변화구 타이밍, 코너워크 제구 등을 더욱 신경 쓰게 됐다.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고르게 활용하면서 속구는 물론 변화구로도 포수가 원하는 곳에 던지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보니야는 2월 중순 삼성과 계약했다. KBO리그 외국인선수 30명 중 가장 늦은 합류였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순탄치 않았으나 한 번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보니야는 “다 그만두고 미국으로 돌아가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공과 글러브가 있다면, 내가 있는 곳이 나의 야구를 하는 곳이다. 현재 나는 한국에 있다. 현재에 충실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보니야는 끊임없이 야구를 공부하고 있다. 경기 등판 여부에 상관없이 매일 팀 아델만과 전력분석 미팅을 한다. 결장할 때는 더그아웃에서 상대 타자들의 성향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잠들기 전에는 전력분석팀이 건넨 자료를 반복해 읽는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보니야가 잘 모르는 게 있다면, 항상 먼저 (적극적으로)물어본다”라고 귀띔했다.
보니야는 “타자의 성향,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등 KBO리그가 다르다는 걸 인정한다.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빨리 적응해 팀에 보탬이 돼야 하는 것이다. 야구장 안팎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렇게 내 스스로 부족한 점을 느끼고 공부해야 하루라도 빨리 적응할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포수 강민호는 “아델만, 보니야와 대화를 많이 나눈다. 아무래도 생소한 타자를 상대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둘 다 상당히 의욕적이다. 노력도 많이 한다. 앞으로 더 좋은 피칭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를 다시 찾은 리살베르토 보니야. 표정은 상당히 밝았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보니야는 건강하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지금껏 작은 통증조차 호소한 적이 없다. 이닝 소화 능력도 좋다. 38⅔이닝(7경기)으로 아델만(8경기 47이닝), 윤성환(8경기 44이닝)에 이어 팀 내 3위다. 그렇지만 보니야는 두 선수보다 1경기를 덜 뛰었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질 수도 있었다. 보니야는 130구, 140구까지 가능하다며 의욕을 보였다.
보니야는 “나도 사람이다. 누구나 언제든지 다칠 수 있다. 막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다치지 않으려고 준비를 철저히 한다. 그리고 선발투수라면 투구수를 떠나 7이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신념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보니야는 삼성 외국인투수의 ‘잔혹사’를 잘 알고 있다. 다른 길을 걷겠다는 그다. 그러면서 삼성 팬에 ‘이닝이터’로 기억되기를 희망했다.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보니야의 승수 사냥은 더디기만 하다. 1승 투수. 4월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멈춰있다. 승운이 없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강판했으나 불펜 난조로 놓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보니야는 ‘괜찮다’는 반응이다. 그에게는 개인보다 팀, 동료가 중요하다. 보니야는 “팀의 승리만큼 기쁜 것은 없다. 그 가운데 내가 승리투수가 된다면 매우 행복하다. 하지만 야구를 하면 내가 관여하고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 분까지 일일이 신경 쓸 수는 없다. 동료도 하나같이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개인 승리를 놓쳤다고)실망한 적은 한 번도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가운데 10일 수원 kt전에 출전하는 보니야다. 개인 4번째 2승 및 팀 4연승 도전이다. 최하위 탈출 여부도 걸려있다. 여러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안 좋은 이미지가 심어진 수원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
보니야는 “정말 공부를 많이 했다. 현재 컨디션도 좋다. 57일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그래서 삼성 팬 기억에 남아있는 안 좋았던 나를 지워내겠다. 정말 열심히 던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보니야는 정진해나가고 있다. 이어 그는 “좋아지고 있지만 매번 좋을 수는 없다. 때로는 부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상의 몸 상태로
리살베르토 보니야
1990년 6월 18일생
186cm 102kg
텍사스-신시내티
2018년 삼성 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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