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13일 잠실 넥센-두산전을 앞두고 3루 불펜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났다. 15일 고척 KIA전 선발 등판 예정인 브리검의 투구가 끝난 뒤 불펜은 야수의 ‘놀이터’가 됐다.
김하성을 시작으로 박동원, 이정후, 임병욱이 공을 던졌다. 캐치볼로 시작하더니 하나둘씩 포수를 앉혀두고 ‘투수 놀이’를 했다. 포수는 번갈아 맡았다.
타자는 종종 투구를 한다. 투수도 종종 배트를 휘두른다. 훈련의 일종이기도 하나 보통 ‘재미’ 차원이다.
↑ 넥센 김하성이 13일 서울 잠실야구장 불펜에서 이정후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잠실)=이상철 기자 |
투수 놀이는 전입가경이었다. 자존심을 건 경쟁이 됐다. 저마다 “자신의 공이 낫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가장 최근까지 투수를 해봤던 이정후는 빠른 공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정후는 경기고 재학 시절 마운드에 오른 경험이 있다.
김하성은 다양한 무기를 내세웠다. 속구 뿐 아니라 다양한 변화구를 선보였다. 김하성이 던진 마지막 공이 낙차 크게 떨어지자 감탄사가 나오기도 했다.
치열한 접전 속 연장까지 진행될 경우, 투수가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서는 장면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타자가 투수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최정(SK), 나성범(NC)이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기도 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파블로 산도발(샌프란시스코)의 투구가 화제를 모았다. 산도발은 4월 29일(한국시간) LA다저스전에서 팀이 6-15로 크게 뒤진 9회 등판했다.
이날 더블헤더로 치러지는 상황에서 불펜투수를 아끼기 위함이었다. 산도발은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마지막 이닝을 막았다.
이 같은 풍경이 KBO리그에서도 볼 수 있을까. 적어도 넥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하성, 박동
장 감독은 “투구와 송구는 엄연히 다르다. 투수와 타자가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 자칫 다칠 수도 있다”라며 “그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