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1982년 프로 원년부터 KBO리그를 지키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는 유독 천적이나 징크스가 많다. 처음 보는 투수, 사이드암이나 언더스로우 투수들, 좌완 투수들(좌타자들이 많았던 시기) 등 롯데 타선을 괴롭히는 천적은 많았다. 한때 사직구장에서 연승 행진을 이어가던 차우찬(LG)이나 김광현(SK) 같은 선수들 말이다.
특정 타자나 특정 투수가 아니더라도, 특정 팀에게 열세인 적도 많았다. 범위를 최근으로 좁히면 2016년에는 지역 라이벌 NC다이노스에 1승15패로 열세였던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는 KIA타이거즈에 초반 8연패를 당했다. 이후 연승을 달렸지만 최종 상대 전적은 7승9패로 밀렸다.
올해도 특정 팀에 열세다. 두산 베어스에 1승5패, 삼성 라이온즈에 1승5패다. 특히 2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2-9로 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삼성은 롯데를 상대로 2년 전 개장한 라이온즈파크에서 첫 스윕을 올렸다. 롯데는 이날 패배로 22승25패로 다시 7위까지 떨어졌다. 9위 삼성과는 1.5경기 차다.
↑ 이제는 파란색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사진=김영구 기자 |
삼성 이적 후 주춤했던 강민호는 친정을 상대로 맹타를 휘두르며 타격감이 살아난 모양새다. 올 시즌 45경기에서 타율 0.268 10홈런 29타점을 기록 중인데, 롯데 상대로는 5경기 20타수 6안타(타율 0.300)를 기록 중이다. 6안타 중 3개가 홈런이었고, 이번 스윕 때 쳤다. 타점은 10개를 기록 중이다. 롯데 상대로 월등히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이번 롯데 상대로 3연승에서 강민호의 홈런은 영양가가 높았다. 지난 22일과 23일에는 모두 팀이 3-4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역전 홈런을 쐈다. 22일에는 투런 홈런, 23일에는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24일 경기에서는 팀이 6-1로 앞서던 7회말 1사 2루 때 배장호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올 시즌 10번째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 홈런으로 강민호는 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롯데로서는 지난해까지 안방을 지켰던 강민호가 펄펄 나는 게 반갑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롯데 투수들을 훤히 꿰고 있기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강민호도 친정 상대로 더 이를 악물고 스윙을 하는 느낌이다. 강민호는 삼성 이적후 자신의 SNS 프로필을 프라이드 삼성(Pride Samsung)으로 바꿨고, “이제 푸른 피가 흐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새로운 팀에서의 각오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롯데에 애정이 깊었던 강민호의 말이기에 롯
어쨌든 강민호는 친정을 상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뽐냈다. 롯데로서는 한때의 동료가 반갑지 않은 천적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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