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넥센 히어로즈 신인 투수 안우진(19)의 데뷔는 예상대로 뜨거웠다. 그가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앞서 1군에 등록한다는 얘기를 듣고, 기사가 나가자 여러 의미에서 반응은 뜨거웠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올해 신인 1차지명으로 넥센에 입단한 안우진은 고교시절부터 최대어로 꼽혔다. 직구 최고구속은 150km를 훌쩍 넘었고, 신체 조건이 좋아서 발전 가능성도 많았다. 넥센도 안우진을 올해 선발진의 한 축으로 구상했다. 하지만 그가 연루된 학교 폭력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게 꼬였다. 더구나 올해 1월 신인오리엔테이션에서 취재진과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인터뷰로 공분을 샀다.
결국 안우진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국가대표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다만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는 고교 시절의 일이라는 이유로 따로 징계는 받지 않았다. 하지만 넥센은 1군 기준 50경기 출전 정지의 자체 징계를 내리고,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했다.
↑ 5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20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넥센이 롯데를 꺾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롯데는 최원태의 호투와 안우진의 마무리, 그리고 김민성, 박병호 송성문의 홈런으로 롯데에 13-2로 승리했다. 넥센 안우진이 경기를 마무리한 후 장정석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안우진은 조용히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넥센 퓨처스팀이 있는 화성베이스볼파크 숙소에 지내면서 따로 훈련을 받았다. 송신영 재활군 코치가 안우진을 전담마크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안우진은 “화성 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송신영 코치님과 많은 얘기를 했고, 짜주신 훈련 스케줄에 따라 운동했다”고 말했다.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의 인터뷰가 화근이 됐기에, 이날 넥센은 안우진에 따로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50경기 시점이 지나자마자 안우진을 퓨처스리그 경기 등판 없이 올린 것에 대한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 안 그래도 최근 조상우 박동원이 성폭행혐의로 입건됐기에 넥센 구단에 대한 시선 자체가 꼽지 못하다. 매도 맞는 김에 한 번에 맞자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구단이 약속한 50경기 이후라 징계가 해제된 것은 맞다. 그리고 선수를 쓰는 것은 구단의 자유의사에 달려있다. 하지만 50경기로 충분히 죗값을 치렀느냐 따져보는 건 어렵다. 넥센은 이제 선수의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장정석 감독도 “선수가 지난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무엇보다 실력보다 좋은 인성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안우진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퓨처스리그 등판 없이 1군에 올린 것은 안우진의 실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한 때 선발로테이션의 한 자리로 생각했던 선수였고, 징계 기간 중 연습경기 등판에서 보여준 공의 위력도 넥센 코칭스태프의 결정을 내리게 했다. 그리고 안우진은 이날 13-2로 앞선 상황에서 9회초에 등판해 직구 최고구속 153km를 찍으며 1이닝 무실점으로 강렬한 데뷔전을 마쳤다. 왜 안우진인가를 보여준 데뷔전이었다. 안우진은 경기 후에도 “사람이 먼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아직 안우진에 대한 시선은 차갑다. 왜 하필 지금 올렸냐이다. 그리고 사과와 속죄의 진정성 또한 지켜볼 부분이다. 하지만 피해 학생들 4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화해한 상황이고, 정규시즌 3분의1에 해당하는 50경기 출전을 하지 않은 부분을 애써 외면하는 것 또한 가혹하지 않나라는 의견도 있다. 물론 안우진이 죗값을 모두 치렀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야구를 잘 한다고 면죄부를 줄 일은 더더욱
다만 이제 비난의 수위를 낮추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갓 스무살의 젊은 선수가 내뱉은 약속을 냉정하게 지켜볼 필요는 있다. 자신이 말한대로 속죄와 반성의 나날을 보내며 좋은 사람이 되는지 말이다. 안우진이 말하는 속죄의 진정성은 결국 안우진에게 달렸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