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이상철 기자] 결국 숙제를 풀지 못한 채 오스트리아로 떠난다. 정답이 아닌 오답만 적고 있다.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한국의 2018 러시아월드컵 출정식은 전혀 흥이 나지 않았다. 4만1254명(역대 전주 A매치 최다 관중 3위)이 자리했지만, 탄식만 쏟아졌다. 하나같이 머릿속에는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우려가 가득했다.
패했다. 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무력했다. 스리백으로 바꾼 수비는 내구성이 떨어졌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게 3골을 허용했다. 실점 패턴이 같았다. 반복되는 실점은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 한국은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에서 수비 허점을 드러내며 완패했다. 사진(전주)=옥영화 기자 |
한국이 홈에서 3실점을 한 것은 2014년 10월 14일 코스타리카전(1-3 패) 이후 1326일 만이다. 홈 15경기 연속 무패(12승 3무) 기록도 깨졌다.
수비 불안은 전임 슈틸리케 감독 시절부터 제기된 문제다. 신태용 감독이 지난해 7월 소방수로 투입된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낸 뒤 가졌던 한 수 위 팀에게 승리하지 못했다. 러시아(2-4 패), 모로코(1-3 패), 콜롬비아(2-1 승), 세르비아(1-1 무), 북아일랜드(1-2 패), 폴란드(2-3 패),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1-3 패) 등을 상대로 무실점조차 없었다.
신 감독은 3월 유럽 평가전을 마친 뒤 “수비 불안은 분명 문제가 있다. 왜 반복됐는지 많이 느꼈다. 분명 고쳐야 한다”라며 “5월 소집 후 수비 조직력 훈련을 하면 충분히 개선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로 출국하기 전 국내에서 주어진 2주 동안 집중적으로 수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소집 대상자 중 수비수가 11명으로 최다였다. 최적의 조합을 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김민재, 김진수, 장현수의 부상으로 변화가 불가피했으나 기본 틀조차 다듬어지지 않았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서는 기성용을 3선으로 내리면서 스리백을 시험했다. 신 감독은 다양한 옵션을 강조하나 플랜A조차 완성되지 않은 인상이다. 어떤 카드가 가장 알맞은지, 그리고 어떻게 단단하게 할 수 있는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신 감독은 최종 선수 선발을 위해 최대한 공정하게 출전 기회를 부여해야 했기 때문에 수비 조직력이 흔들렸다고 해명했다. 중앙 수비수의 경우 김영권(1경기·90분), 정승현(2경기·86분), 윤영선(1경기·75분), 오반석(2경기·59분), 권경원(1경기·45분)이 최소 45분 이상의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적어도 축구팬에게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선수들도 위기의식을 느꼈다. 기성용과 손흥민은 “이대로면 힘들다”라며 성토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부족한 게 많다는 이야기다. 선수들부터 월드컵에 임하는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은 남아있다. 스웨덴과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은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에 열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에서는 베스트11 확정 및 현지 적응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단계다. 하지만 수비 불안 문제를 노출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더욱 빠듯해졌다. 오스트리아로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