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안준철 기자] 남편에게 아내는 좋은 스승이자, 친구다. 시즌초 부침을 겪었던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 펠릭스 듀브론트(31)에게 잘 맞는 말이다.
듀브론트는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에 2년 연속 두자릿 승수(2012~2013시즌)를 거두고 2013년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 우승의 주역이었지만, KBO리그에서의 출발은 옛 명성과 차이가 컸다. 듀브론트는 4월까지 6경기에서 승리없이 4패에 평균자책점 7.53을 기록했다.
하지만 5월1일 사직 KIA타이거즈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신고하면서 안정을 찾은 모양새다. 5월 성적은 5경기 등판에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53이다. 듀브론트는 롯데의 1선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롯데 펠릭스 듀브론트와 그의 아내 킴벌리. 지난 1일 한화전에 앞서 사직구장에서 다정하게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사진(부산)=안준철 기자 |
지난 1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킴벌리는 “남편과 결혼하면서부터 기록하는 게 일상이 됐다”며 웃었다. 원래도 야구팬이지만, 듀브론트와 사귀면서 그의 사설 전력분석원(?)이 됐다는 얘기다. 킴벌리는 “롯데 경기를 원정까지 모두 따라다니면 좋겠지만, 애들도 있어 힘들다. 다만 남편 경기는 야구장에서 직접 보려 한다. 난 남편의 팬 아니겠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킴벌리의 수첩에는 상대 타자들에 대한 정보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킴벌리는 “(남편이) 상대했던 팀들 타자 중에 장타를 허용한 선수들에게 왜 맞았는지, 카운트가 몰렸는지에 대한 부분을 많이 얘기해준다”고 말했다. 초반 남편이 시즌 첫 승을 거두지 못했을 때에는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었는데, 그렇게 못하니까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라며 눈을 흘겼다. 듀브론트는 “아내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내가 못했다. 잘 안되더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킴벌리는 “첫 승이 필요했다. 자신감이 돌아오는데 있어서 첫 승이 중요했다. 다행히 첫 승 이후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며 남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도 쓴소리는 이어진다. 킴벌리는 “최근 등판이었던 고척 넥센전은 TV로 봤는데, 승리를 하긴 했지만 투피치(포심, 커브) 성향이다 보니 투구수가 초반에 늘었다. 뜬 공을 유도하는 등 좀 더 맞춰잡았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이 정도면 전문가다. 듀브론트는 “아내 말을 더 잘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은 듀브론트가 보스턴의 싱글A팀인 그린빌 드라이브에 몸담았던 2007년 처음 만났다. 킴벌리는 그린빌의 연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이다. 옆에 있던 듀브론트는 “당시 아내가 동료 여자친구의 친구였다. 함께 놀러가서 친해졌고, 연인으로 발전했다”며 웃었다. 킴벌리는 “키도 크고 잘 생기지 않았냐. 그래서 사귀게 됐다”고 덧붙였다. 둘은 그렇게 3년 연애를 거쳐 2010년 결혼했고, 슬하에 아들 셋을 두고 있다.
듀브론트의 가족은 이제 부산 생활에 익숙해졌다. 큰 아들 노아(10)는 마린스 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둘째아들 크리스(9)는 태권도를 배우고 있단다. 형들과 터울이 있는 막내 일라이(3)는 엄마 킴벌리와 집 앞 놀이터에서 노는 게 일상이다. 부산 생활은 만족스럽다. 킴벌리는 “이제 더워지고 있지만, 가족끼리 광안리 바다도 보고 워터파크나 공원 등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 듀브론트는 라면 등 면요리를 즐긴다. 그래도 주로 육류를 선호한다. 킴벌리는 “남편과 나는 고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코리안 BBQ 등 다양한 고기요리가 맛있다”며 “마트에 다양한 식재료가 있어 주로 집에서 해먹는다. 남편을 위해 아레파(남미요리)를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듀브론트는 2일 사직 한화전 선발로 예정돼 있다. 킴벌리는 “아직 한화와는 상대를 해보지 않아 자료가 없다. 오늘 꼼꼼하게 봐야겠다”며 웃었다. 그는 “내 개인적인 바람은 남편이 올해 12~13승 정도를 거두는 것이다. 앞으로 10승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듀브론트는 “이건 절대 내가 한 말이 아니다”라며 눈을 크게 떴다.
둘은 계속 티격태격했다. 물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했다. 킴벌리는 “남편은 좋은 아빠다. 그리고 공격적인 투수였고, 삼진을 잡을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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