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이상철 기자] 슈팅 22개, 그리고 1득점.
한국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경기 공격 성적표다. 슈팅당 득점은 0.05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4일 오전(한국시간) 멕시코전에서 후반 48분 터진 손흥민의 원더골 덕분이다.
조별리그 2경기를 소화한 팀 중 무득점을 기록한 팀은 사우디아라비아(A조), 모로코(B조), 페루(C조), 코스타리카(E조) 등 4팀이다. 넷 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독일이 크로스의 극장골로 스웨덴을 꺾으면서 기사회생했지만 한국이 벼랑 끝에 몰려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 신태용 감독. 사진(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옥영화 기자 |
손흥민의 골에 힘입어 한국은 A매치 네 경기 만에 골을 터뜨렸다. 자칫 1954년 스위스 대회 이후 68년 만에 월드컵 무득점이라는 치욕에 겪을 뻔했다. 무엇보다 경우의 수 확률은 조금이나마 높인 면도 있다. 한국은 독일을 이길 경우, 16강에 나갈 수 있다. 손흥민의 골이 없었다면, 독일을 상대로 2,3골차 승리를 거둬야 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은 멕시코에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몇 차례 얻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스웨덴전보다 나아졌으나 세계적인 수준의 결정력은 아니었다.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있지만 한국의 2018 러시아월드컵 여정이 곧 막을 내릴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긴 이야기를 했다. 승장 오소리오 감독보다 훨씬 긴 시간이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 모두가 하나가 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라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멕시코가 4-3-3과 3-4-3 포메이션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준비했다. 잘 활용했으나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가진 자원이 부족하다. 권창훈, 김민재, 이근호, 김진수, 염기훈 등 부상자가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들이 (건강해)옵션에 있어 제대로 부딪혔으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손)흥민이가 덜 외롭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워했다.
멕시코전에서 결정적인 찬스에는 모두 손흥민이 있었다. 그리고 손흥민을 견제하는 멕시코 수비도 거칠었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이 컸다. 손흥민을 도와줄 자원이 더 많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신 감독은 스웨덴전 패배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따가운 질타에 대해 억울하다는 듯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신 감독은 “스웨덴을 6개월 이상 분석했다. 만약 우리가 세트피스에서 실점했다면 왜 막지 못했냐고 질책했을 것이다. 스웨덴은 정형화돼 있다. 신체조건이 불리한 우리가밀고 나갔을 경우, 상대가 그 부분을 노릴 것을 염려하고 잇었다. 우리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점은 분명하다. 실점하지 않고 버틸 경우 분명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는 것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골 운도 실력이다. 결정력 부족은 결국 경쟁력 부족이다. 신 감독은 “세계랭킹 상위권 팀과 겨룬다는 게 쉽지 않다. 앞으로 한국축구가 발전하기 위해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 감독은 열악했던 환경을 강조했다. 부상자가 워낙 많았던 데다 팀을 맡
신 감독은 “경기 운영이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 월드컵 후 다시 준비해야 한다. 좀 더 시간이 주어지고 부상자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았을까”라고 토로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