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카잔) 이상철 기자] 통쾌한 반란의 기적, 1%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한줄기 희망을 품어야 한다. 하지만 냉철해져야 한다. 독일전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왜 하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을 바라보며 90분을 뛰어야 할까.
신태용호의 2018 러시아월드컵 여정은 이대로 끝날까. 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간 후 이동할 곳은 인천국제공항일까, 아니면 쿠루모치국제공항일까.
2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의 카잔 아레나에서 벌어지는 한국-독일전 결과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멕시코의 도움도 필요하나 독일을 격파할 힘을 발휘하는 게 우선이다.
↑ 한국은 27일 독일과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갖는다. 어떤 목적을 갖고 임해 어떤 소득을 얻어야 할까. 사진(러시아 카잔)=옥영화 기자 |
그마저도 ‘천운’이다. 이번 러시아 대회에서 2패를 하고도 조별리그 탈락을 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모로코, 페루, 코스타리카, 튀니지, 파나마, 폴란드 등 8개 팀은 두 경기 만에 탈락이 확정됐다.
실낱같은 희망이다. 그 동기부여의 차이는 실제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다. 독일 또한 탈락이 확정된 한국과 16강 가능성이 남은 한국을 상대하는 자세가 다를 수 있다. 독한 마음을 품은 것은 독일만이 아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최상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어떤 상상을 하는가. 전 세계를 놀라게 할 이변으로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가 유효하다는 걸 입증하는 것일까. 멕시코마저 스웨덴을 꺾는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반전 드라마다.
32개국으로 확대된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두 번이나 지고도 16강에 오른 팀은 없다. 최소 승점 16강 진출도 세 번이나 비긴 1998년 프랑스 대회의 칠레(승점 3)였다.
그렇지만 한국이 쟁취해야 할 목적, 그리고 따야 할 열매는 승점 3뿐인가. 월드컵은 국가대항전이다. 가장 치열한 축구전쟁이다.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만 지금 한국축구에 가장 중요한 것이 결과일지는 의문이다.
4년 전과 비교해 한국은 달라진 게 없다. 오답만 반복하고 있다.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 알면서도 실행하지 않고 있다. 행정 차원의 문제로만 돌릴 수는 없다. 대표팀의 경쟁력 또한 약해졌다. 이제는 아시아에서도 가장 ‘민폐’ 수준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아시아지역 예선을 아주 가뿐하게 통과한 것도 아니다. 경기력 부진 논란은 오래 전부터 지속됐다. 감독이 바뀌었고 시간이 흘렀으며 지원도 늘었지만 나아진 것은 없다. 축구팬은 “본선 진출을 당했다”라는 표현까지 썼다.
99%가 독일의 승리를 점친다. 너무 당연한 생각이다. 열에 열은 독일의 승리에 베팅을 할 것이다. 한국의 승리 베팅은 도박에 가깝다.
한국이 독일을 이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질 수도 있다. 그 확률은 스웨덴전, 멕시코전보다 더욱 높다. 어쩌면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이 느꼈던 그 두려움을 한국-독일전에서 현실이 될 수 있다. 축구공은 둥글지만 냉정한 현주소다.
“개인 능력에서 독일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후회 없는 경기가 돼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독일이 이긴다면 우리가 어찌할 수 없지 않는가. 해볼 수 있는 걸 다 해본 후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독일전에 임하는 손흥민의 각오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태극전사는 90분간 무엇을 바라며 뛰어야 할까. 패하더라도, 그리고 대량 실점을 하더라도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