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카잔) 이상철 기자] 카잔 아레나를 찾은 4만1835명의 관중 중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바라던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적어도 독일이 이변의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독일 팬은 수차례 두들기고도 득점하지 못하자 선수들처럼 초조함을 드러냈다.
스웨덴이 멕시코를 상대로 첫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차분했다. 불과 2분 전 독일은 매우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다. 그 같은 기회를 또 만들면 됐다. 하지만 스웨덴이 2번째 골, 3번째 골을 넣자 독일도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독일에게 무승부는 의미가 없었다.
↑ 손흥민은 3골로 한국인 월드컵 통산 최다 득점 타이를 기록했다. 사진(러시아 카잔)=옥영화 기자 |
독일은 한 골만 넣으면 됐다. 독일이 1-0으로 이길 경우, 골득실 차에서 F조 2위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독일은 한국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날 눈부신 선방을 펼치며 MOM을 수상한 조현우가 골문을 지키고 있었다.
독일-멕시코전과 비슷한 양상이었었다. 이번에는 골대를 맞히지도 못했다. 독일은 실타래가 꼬여만 갔다. 시간만 빠르게 흘러갔다. 독일은 애가 탔다. 그러나 발이 무거웠다. 카잔 아레나의 기온은 섭씨 28도였다. 한국과 독일 모두 체력이 방전됐다.
그렇지만 정신력과 집중력에서 한국이 더 나았다. 버티고 또 버텨냈다. 그리고 역습 기회도 많아졌다. 브라질 대회 최우수 골키퍼로 선정된 노이어는 가까스로 한국의 공격을 차단했다.
그때부터였다. 묘한 흐름이 생겼다. 단순히 무승부로 동반 탈락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아니라 기왕 이렇게 된 거 독일을 잡아보자는 마음이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로 전달됐다. 독일 팬을 제외하고 한 마음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은 6분. 독일에게는 한 골을 넣을 수 있는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스웨덴전에서도 후반 50분 크로스가 극장골을 터뜨린 바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은 한국이 두 골을 넣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후반 48분 독일의 골문이 열렸다. 부심은 깃발을 들어 오프사이드라고 했으나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다들 한국의 골이라는 걸 직감했다. 주심도 VAR로 판정을 번복했다. 카잔 아레나가 들썩거렸다.
독일이 멕시코에 이어 한국에게도 진다. 그리고 조별리그 탈락이 현실화됐다는 암운이 드러워졌다. 기적을 바란 것은 한국이 아니라 독일이었다. 그러나 그 희망을 꺾은 태극전사였다. 주세종의 정확한 패스에 이은 손흥민의 추가골로 독일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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