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인천에서 열린 LG와 SK의 경기는 SK선발 박종훈의 완벽한 피칭으로 거의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필자가 중계방송을 하면서 본 박종훈의 피칭 중에서는 가낭 완벽한 투구였다. 7회까지 볼넷을 하나도 안줬다. 볼끝도 좋았고, 제구가 기가 막혔다. 이전에는 볼이 많아 볼카운트 불리하면서 난타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날은 그런 장면이 없었다. LG 리드오프 이형종이 타이밍을 못잡을 정도였다.
반면 LG선발 헨리 소사는 아쉬움이 남았다. 시즌 최소이닝인 4이닝만에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못 던졌다기보다는 3회말 SK 노수광이 끈질기게 괴롭히면서 오지환의 실책을 이끌어낸 장면에서 무너져버렸다. 이후 정주현의 홈 송구가 정상호 앞에서 튀어 오르는 예상치 못한 장면도 나왔다. 이 실책 2개에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흐름이 넘어갔다. 박종훈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LG와 대조적이었다.LG가 디테일한 면에서 부족했다.
↑ SK와이번스 박종훈이 29일 LG트윈스전에서 시즌 8승째를 올렸다. 사진=MK스포츠 DB |
김동엽의 홈런 2개, 한동민의 홈런 모두 나와야 할 타이밍에서 나왔다. SK는 홈런이 나올 때와 나오지 않을 때에 따라 차이가 많은 팀이다. 이날 김동엽의 홈런이 확실히 쐐기를 박는 효과는 있었다.
다만 SK는 세밀함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팀이다. 장점인 홈런을 잘 살려야 하겠지만, 수준있는 투수를 상대로는 홈런을 쳐서 이길 수 없다. 결국 야구는 세밀한 면도 있어야 한다. 연타도 나와야 하고, 상대 실책도 유발하는 끈질긴 플레이가 필요하다. 이날 SK가 이기는 방식이 하나의 리딩케이스가 될지 모르겠다. 소사라는 리그 대표급 에이스를 상대로 노수광이 끈질기게 괴롭히는 장면을 잘 새길 필요가 있다. 홈런에 세밀한 야구를 곁들인다면 더욱 탄탄해진 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날 마지막 9회에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마무리한 정영일을 보면서, SK불펜은 정영일의 어깨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해봤다. SK불펜이 더욱 강해지려면 정영일이 잘 해야 한다. 박정배 한 명으로는 버거운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