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러시아가 개최국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치 16년 전 한국을 연상케 한다.
러시아는 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서 스페인을 꺾고 8강 진출권을 획득했다. 120분간 1-1로 비긴 후 가진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아킨페프의 선방으로 4-3으로 이겼다.
러시아의 8강 진출은 구 소련 시절이던 1982년 스페인 대회 이후 36년 만이다. 우승후보 스페인을 격파하고 이뤄낸 쾌거다.
↑ 러시아는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52년 만의 월드컵 4강에 도전한다. 사진(러시아 모스크바)=AFPBBNEWS=News1 |
러시아의 선전은 이번 대회 최고의 핫이슈 중 하나다. 러시아는 대회 개막 전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에서 70위로 32개국 중 최하위였다. 세계랭킹이 도입된 이래 가장 낮은 순위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4-2로 이긴 게 마지막 승리였다.
그렇지만 대회 개막 후 180도 달라졌다. 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5-0으로 대파하더니 이집트마저 3-1로 승리했다. 두 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것만으로도 러시아축구의 역사였다. 소련 붕괴 후 러시아 국호로 참가한 1994년 미국 대회부터 한 번도 16강에 오른 적이 없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2무 1패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홈팬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고 있는 러시아는 많이 뛰며 끈끈한 축구를 펼치고 있다. A조 1위 다툼이었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루과이에게 3골을 허용했지만, 견고한 수비가 밑바탕이다. 16강에서도 스페인의 화력을 1골로 막아냈다. 그 실점도 자책골이었다.
러시아의 8강 진출은 기대 이상의 선전이다. 16년 전 한국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승승장구했던 것과 비슷한 행보다. 경기를 치를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스페인은 16년 전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개최국과 토너먼트 맞대결서 승부차기에 울었다.
러시아가 어디까지 올라갈 지도 흥밋거리다.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개최국은 네 차례나 준결승에 올랐다. 2002년 일본(16강)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조별리그 탈락)만 좀 빨리 짐을 쌌다.
러시아는 구 소련 시절 역대 최고 성적이 전설적인 골키퍼 야신을 앞세웠던 1966년 잉글랜드 대회의 4위다. 유일한 준결승 진출 기록이다.
러시아의 8강 상대는 승부차기 혈투 끝에 덴마크를 제압한 크로아티아다.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20년 만에 준결승을 꿈꾸고 있다. 어느 팀이 이기든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운다. 러시아와 크로아티아의 8강은 오는 8일 오전 3시 소치에서 펼쳐진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