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7경기.’ 두산 외국인 타자의 2018년 KBO리그 출전 경기수다. 10개 팀을 통틀어 가장 적다. 부상으로 장기 결장한 가르시아(LG)도 35경기를 뛰었다. 두산은 외국인 타자 없이 75경기를 치렀다.
두산은 4일 현재 단독 선두다. 압도적인 페이스다. 2위와 승차가 9경기다. 독주 체제는 시즌 끝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타자 효과는 사실상 없다.
두산의 12번째 외국인 타자 반 슬라이크는 4일 현재 1군 엔트리에 이름이 없다. 7월 19일 말소 후 열흘이 지났지만 김태형 감독은 반 슬라이크를 호출하지 않고 있다. KBO리그(6경기)보다 퓨처스리그(10경기)에서 더 많이 뛰었다.
↑ 반 슬라이크. 사진=김영구 기자 |
되풀이다. 반 슬라이크에 앞서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파레디스도 1군보다 2군 생활이 길었다. 퓨처스리그 18경기에 나갔다(KBO리그는 21경기). 두산 외국인 타자의 1군 엔트리 등록 일수는 41일 밖에 안 된다. 반면, 말소 일수는 56일로 훨씬 많다.
김태형 감독은 반 슬라이크 영입 후 공격에 보탬만 돼도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반 슬라이크는 전혀 도움이 안 됐다.
반 슬라이크의 KBO리그 6경기 타율은 0.105다. 안타를 2개 밖에 치지 못했다. 타격 부진은 퓨처스리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1할대(0.192)까지 떨어졌다가 2할대(0.200)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의 첫 번째 외국인 타자인 우즈는 KBO리그에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주인공이다. 우즈는 입단 첫 해인 1998년 타율 0.305 42홈런 103타점으로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17년 후 테임즈(당시 NC)가 최고의 별로 등극하기 전까지 외국인 타자 MVP는 우즈가 유일했다.
우즈는 두산에서 2002년까지 총 다섯 시즌을 뛰었다. 두산에서 가장 오래 뛴 외국인 타자였다. 하지만 우즈를 제외한 외국인 타자는 재계약조차 쉽지 않았다. 우즈 외 캐세레스(1998~1999년)와 에반스(2016~2017년), 두 명 밖에 없다.
얼굴을 볼 날도 많지 않았다. 일찍 짐을 싸고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니일(17경기), 쿨바(44경기), 왓슨(10경기), 루츠(8경기)는 몇 경기 뛰지도 않았다. 우즈 외 3할 타율을 기록한 선수도 칸투(2014년 0.309)와 에반스(2016년 0.308)뿐이다.
두산의 외국인 타자가 성공한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이상하게 두산은 외국인 타자가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팀이 됐다. 낯선 리그 적응을 떠나 선수층이 두꺼워 능력이 뛰어난 국내 타자들이 많은데 그 내부 경쟁조차 이기지 못했다.
구단이 잘 못 뽑는 것일까, 선수가 잘 못 한 것일까. 올해 파레디스와 반 슬라이크의 부진이 새삼 놀랍지 않은 이유다.
두산은 올 시즌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를 교체한 팀이다(한화와 넥센은 투수를 바꿨다). 두산이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가 3명으로 늘어난 후 외국인 타자를 교체한 것은 2015년(루츠→로메로)에 이어 두 번째다.
두산은 2015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5연패를 저지하며 정상을 밟았다. 2001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이었다. 그러나 로메로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부동의 주전도 아니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좀 더 기회가 주어졌지만 10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되풀이가 되는 것일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2년 전보다 더욱 실망스러운 외국인 타자 성적이다. 다른 팀 선수들은 “외국인 타자가 없을 때 두산이 더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 타자는 두산의 약점이다.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퓨처스리그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반 슬라이크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질 터다. 그렇지만 반전이 펼쳐질 지는 의문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으로 시즌이 예년보다 늦게 종료되나 잔여 경기는 많지 않다. 두산은 4일 광주 KIA전까지 103경기를 가졌다. 앞으로 41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32만달러에 계약한 반 슬라이크는 50경기도 안 뛰는 셈이다.
↑ 표) 역대 두산 외국인 타자의 성적. 첫 단추는 잘 꿰맸지만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다. |
외부의 시선은 반 슬라이크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투수의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한다는 평이다. 구속의 차이 여하를 떠나 제 스윙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파레디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에반스 같이 2군행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에반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파레디스는 2군만 두 차례나 같다. 삼진은 줄었으나 투수와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
반 슬라이크의 활용은 두산의 고민이다. 오재일이 후반기 들어 부활하면서 반 슬라이크가 뛸 수 있는 위치는 제한적이다. 지명타자와
그렇지만 그 고민이라도 할 수 있다면 행복할 두산이다. 반 슬라이크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다. 어쩌면 두산의 우승 도전 과정은 2년 전과 비슷하면서도 외국인 타자의 비중이 더 작아질 지도 모른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