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반둥) 이상철 기자] 한국이 말레이시아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했다. U-23 대표팀이 주축이라 해도 와일드카드를 두 장(손흥민·황의조)이나 썼다.
한 번의 방심과 실수로 진 경기가 아니다. 말레이시아가 한국보다 나았다. 한국이 말레이시아를 이긴 것은 태극전사가 아닌 교민의 응원 밖에 없었다.
17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한국-말레이시아전. 국경일에도 조용하던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이 시끄러워졌다. 반둥은 마치 대한민국의 한 도시 같았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목소리가 끝없이 울렸다.
↑ 사진(인도네시아 반둥)=천정환 기자 |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의 본부석과 그 맞은편에는 빨간색 상의를 입은 교민이 태극기를 흔드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다. 사물놀이, 파도타기 응원까지 펼치며 태극전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신명나는 잔치 같았다. 세 시간 전 먼저 열린 바레인-키르기스스탄전만 해도 관중은 소수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킥오프 한 시간 전,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눈부신 선방을 펼친 조현우가 송범근과 먼저 그라운드에 나타나자 환호성이 일제히 터졌다. 뒤이어 필드플레이어 18명이 몸을 풀러 나오자, 박수와 함성소리는 더욱 커졌다.
손흥민의 팬인 이윤석(13) 군도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자카르타에서 자동차로 3시간30분을 달려왔다. 오랫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지냈던 터라 손흥민을 볼 수 있던 환경은 TV, 인터넷뿐이었다. 두 눈으로 본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 군은 “손흥민 선수가 세 골만 넣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다들 6골이 터진 바레인전 같이 다시 한 번 골 잔치를 기대했다. 하지만 득점보다 실점을 먼저 했다. 킥오프 5분 만이었다. 안타까웠으나 실망하지 않았다. 교민은 “괜찮아”를 외치며 태극전사를 북돋아줬다. 쏟아진 야유도 시간을 지연하려는 것 같은 말레이시아 선수들을 향했다.
그러나 태극전사는 이에 응답하지 못했다. 오히
손흥민이 후반 12분 김정민을 대신해 교체 투입됐을 때 다시 한 번 환호성이 터졌다. 그렇지만 손흥민, 한 명이 그라운드에 들어갔다고 판을 뒤집기는 쉽지 않았다. rok1954@maek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