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상철 기자] 시쳇말로 ‘멘붕’에 빠진 김학범호다. 상처를 치유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나 시간은 부족하다. 때문에 ‘리더’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상상조차 하지 않은 일이 현실로 펼쳐질 가능성이 또 있다. 현재 한국 남자축구는 궁지에 몰려있다.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36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경우의 수가 남아있다.
17일 말레이시아에게 1-2로 패한 한국(승점 3)은 E조 2위로 추락했다. 말레이시아(승점 6)와 승자승 원칙에 밀려 더 이상 올라갈 수는 없다. 오히려 더 미끄러질 수 있다.
↑ 한국-말레이시아 2018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2차전 패배 후 피치를 빠져나가는 손흥민. 사진(인도네시아 반둥)=천정환 기자 |
키르기스스탄은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92위다. E조에서는 한국(57위) 다음으로 높다. 바레인은 113위, 말레이시아는 171위다. 그러나 세계랭킹은 허울뿐이다. 말레이시아는 키르기스스탄에 이어 한국을 격파했다.
키르기스스탄도 바레인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후반 들어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두 골을 넣었다.
키르기스스탄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그리고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경기다. 그 압박이 젊은 태극전사를 흔들 수 있다. 방심만큼 힘겨운 부담이다. 지나치게 긴장할 경우, 제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은 키르기스스탄전에 대해 “원래 이겨야 하는 경기지만 (말레이시아전 패배로)더욱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경기가 됐다. 이 같은 경기가 가장 힘들다.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은 선 수비 후 역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자칫 말레이시아전처럼 실타래가 꼬일 수 있다. 대체로 경험이 많지 않다. 흔들릴 경우, 경기력은 또 떨어지기 마련이다. 심리적인 안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흥민이 중심이 돼 바로 잡아줘야 할 때다. 손흥민은 20명의 태극전사 중 가장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두 차례 월드컵을 뛰었으며, 현재 세계 최고 무대 중 하나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다.
그리고 손흥민은 김학범호의 주장이다. 채찍과 당근으로 선수들을 리드하면서 하나로 뭉치도록 해야 한다. 자신감 회복도 키르기스스탄전 준비에 꼭 필요한 사항이다.
손흥민은 말레이시아전을 마친 후 “창피하다”라며 “다들 선제 실점 후 당황했다. 경기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다들 어려서 이를 컨트롤할 선수가 없었다. 그 부분이 아쉽다. 때문에 나도 책임감을 느끼며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 손흥민 카드를 아낄 상황이 아니다. 손흥민은 키르기스스탄전 선발 출전이 확실시 된다. 손흥민이 해결사가 돼야 하나 그에게 바랄 것이 단순히 골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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