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지난 2008년 8월23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우커송 야구장에는 태극기가 펄럭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종목에 출전, 쿠바를 이기고 감격의 금메달을 따냈기 때문. 쿠바와의 결승전 당시 류현진(LA다저스)의 8⅓이닝 2실점 호투와 국민타자 이승엽의 선제 투런포 그리고 9회말 온 국민이 손에 땀을 쥔 위기의 그 순간, 정대현이 쿠바 구리엘을 병살타로 이끌며 경기를 끝낸 그 장면들은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올림픽서 금메달을 딴 8월23일을 따로 ‘야구의 날’로 지정, 크고 작은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이날 잠실구장에서는 금메달 사령탑 김경문 당시 NC 다이노스 감독이 경기 전 “벌써 9년이나 지났다니...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잠시나마 즐거웠던 과거를 추억하기도 했다.
↑ 선동열(가운데)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이 야구의 날인 8월23일 결전의 장소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향한다. 사진=김재현 기자 |
10년이 지난 2018년 8월23일.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종목 출전을 위해 결전의 장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국한다. 26일 대만과 첫 경기를 펼치고 이후 인도네시아, 홍콩과 예선을 이어간다. 슈퍼라운드 및 9월1일 결승전이 예정됐다. 대한민국의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10년전 이날은 대한민국 야구를 크게 변화시켰다.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훗날 ‘베이징키즈’라 불린 수많은 소년들이 야구에 빠져 청춘을 그라운드에 바친 시작점이 됐다. 국내에서 야구 붐이 일어난 것은 당연지사. 프로야구가 인기스포츠를 넘어 남녀노소가 즐기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가 되는 데 결정적 순간이 됐다.
10년이 지난 2018년, 다시 한 번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서는 야구대표팀은 베이징 그 이상의 드라마와 역사를 써내고자 한다. 작게는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룰 수 있으며 당장 지난해 안방 고척돔에서 열린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예선탈락 충격의 후유증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다. 언제나 뜨거운 KBO리그 열기에도 더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비록 라이벌 일본이 사회인야구팀을 내보내고 대만도 정예멤버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아시아에서 한국야구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 군면제 혜택 때문에 팬들의 오지환(사진) 박해민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하지만 10년전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진 차이가 있다면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온라인상에는 ‘(야구대표팀의) 은메달을 기원합니다’ 등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팀을 향한 비아냥 및 저주에 가까운 폄하도 봇물을 이루는 중이다. 응원하는 팀을 떠나 국가대표팀을 향해서는 언제나 혼연일체로 열성적인 응원을 펼치던 팬들, 국민들 사이에서 이례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병역면제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은 사실 프로 야구선수들이 병역면제를 받기 가장 쉬운 대회(상대적 기준)다. 그래서 그간 꾸준히 논란도 일었다. 당장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몇몇 선수가 논란을 야기했고 특정선수는 아직도 관련 내용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합류여부로 뜨거워지기도 했다. 추신수 역시 당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 군 면제가 시급했다.
이렇듯 가뜩이나 예민한 군 면제혜택인데 이번 대회 오지환(LG)과 박해민(삼성) 두 선수의 합류가 기름을 부었다. 많은 사람들은 나이도 다 찼고 실력도 애매한 두 선수가 군 면제를 위한 행보를 펼쳤고 선동열호가 이를 받아준 모양새라 성토한다. 영광스러운 국가대표 임무가 군 면제 도구로 변질됐다 강하게 비판한다.
많은 우여곡절 속 과거와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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